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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억척 아내, 애처 남편…통영 추도 김종진·기강숙 ‘원앙 부부’ 이야기
[인간극장] 억척 아내, 애처 남편…통영 추도 김종진·기강숙 ‘원앙 부부’ 이야기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11.01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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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숙 씨 그대를 만나 / KBS ‘인간극장’

 

경남 통영시에서 뱃길따라 약 한 시간 가량 달리면 일출과 일몰이 아름다운 섬 추도가 나타난다. 암 수술 후 섬에 온 남편 김종진(65) 씨를 따라 8년 전 추도로 들어온 아내 기강숙(61) 씨.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고, 틈틈이 주민들의 머리를 책임지며 바쁘게 살고 있다. 그런 강숙 씨에게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종진 씨. 어느 날, 선착장에서 서성이고 있다. 선착장엔 무슨 일일까….

이번주(11월 1~5일) KBS 1TV <인간극장>은 경남 통영 추도 늦깎이 어부 김종진(65) 씨와 그의 아내 기강숙(61) 씨 얘기를 그린 ‘강숙 씨 그대를 만나’ 5부작이 방송된다.

강숙 씨 그대를 만나 / KBS ‘인간극장’

 

아침마다 뱃머리에서 해맞이를 한 지도 어느덧 8년째. 거친 바닷바람 맞으며 용왕님의 뜻을 헤아리며 살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통영 추도의 늦깎이 어부 김종진(65) 씨와 그의 아내 기강숙(61) 씨 얘기다.

부산에서 예인선 선장을 하던 종진 씨는 8년 전 갑작스레 위암 진단을 받았다. 수술을 받고 나니 더이상 일하기가 버거웠고 좋아하는 낚시나 실컷 하면서 안빈낙도하리라며 추도로 들어왔다.

미용사라는 직업을 천직으로 여기며 평생 가위를 잡고 살았던 강숙 씨는 그런 남편이 걱정돼 운영하던 미용실도 부산 집도 미련 없이 정리하고 섬으로 따라 들어왔다. 그렇게 평생을 도시에서, 따뜻한 미용실에서 살아왔던 강숙 씨는 날마다 바다에 그물을 던지는 섬 아지매가 됐다.

오로지 남편을 위해 인생의 항로를 바꿨으니 이만해도 열녀다 싶은데 종진 씨, 강숙 씨를 하루종일 업고 다녀도 모자랄 이유는 또 있다. 각자 한 번씩 이혼의 아픔을 겪고 22년 전 재혼한 두 사람. 당시 종진 씨에겐 첫 결혼에서 얻은 딸이 있었다.

초등학교 1학년 정도의 지적장애를 갖고 있는 은주(40) 씨. 웬만해선 결심이 쉽지 않았을 그 엄마의 자리를 강숙 씨는 기꺼이 선택했고 지금도 주말마다 장애인 시설에서 돌아오는 딸 은주 씨를  지극정성으로 돌보고 있다.  

오늘도 남편과 함께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고, 낚시꾼들이 묵을 민박집을 관리하고, 틈틈이 집 뒷방에 마련한 간이 미용실에서 섬 주민들의 머리를 말아주며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는 강숙 씨. 가족을 위해서라면 못할 것이 없는 억척 아내 경숙 씨와 그런 아내가 고맙고 미안하기만 한 애처가 남편 종진 씨의 따뜻한 일상을 카메라에 담아본다.

 

강숙 씨 그대를 만나 / KBS ‘인간극장’

 

◆ 추도에 살어리랏다

통영에서 뱃길로 한 시간을 달리면 만나게 되는 작은 섬 ‘추도’,  이곳에서의 하루는 동트기 전부터 시작된다. 희미한 여명 속에 바다로 달려 나가면 그제서야 삐쭉 얼굴을 내미는 해와 함께 그물을 걷는 강숙 씨와 종진 씨. 그물 속에 든 고기가 많든 적든 그것은 모두 용왕님의 뜻이니, 두 사람은 주시는 대로 받아 올 뿐이다. 그나마도 이웃과 나누며 살아가는 것이 추도 어부로 살게 되면서 선택한 삶의 철학. 욕심내지 않고 깜냥만큼만 벌며 행복하게 살자는 것이 부부의 생각이다. 

사실 부산에 살 땐 그렇지 못했다. 그때도 큰 욕심을 부리진 않았지만 남들만큼은 살아야겠다 싶었다. 미용실을 운영했던 강숙 씨는 강숙 씨 대로 하루종일 미용실에 매여있느라, 예인선 선장이었던 종진 씨는 종진 씨대로 한번 작업을 나가면 며칠씩 집을 비우느라 같이 밥 먹을 시간조차 많지 않았다. 뜻하지 않게 찾아온 종진 씨의 암 때문에 모든 것을 정리하고 들어오게 된 추도에서 부부는 이제 하루 24시간을 붙어 지내는 자타공인 추도의 원앙부부가 됐다. 

강숙 씨 그대를 만나 / KBS ‘인간극장’

 

◆ 쉽지 않았던 강숙 씨의 1막 1장

곡절 없는 인생이 어디 있을까. 인생 육십이면 누구나 소설책 3권은 쓴다더니 강숙 씨의 인생 역시 쉽지는 않았다. 나이 차 많은 6남매의 막내딸로 태어난 강숙 씨. 어릴 땐 귀여움도 많이 받았지만 어린 나이에 차례로 부모님이 돌아가시면서 고등학생이던 17살부터 사회의 매운맛을 보게 됐다. 

다니던 고등학교를 야간반으로 옮기고 미용실 보조로 일을 시작했다. 아침 7시에 일어나 미용실 청소를 하고 끼니때가 되면 밥까지 차려가며 어깨너머로 기술을 배웠다. 그렇게 피나는 노력 끝에 미용사 자격증을 따게 된 강숙 씨. 일은 적성에도 잘 맞아서 시간이 흘러 자신의 미용실도 내고 밥벌이는 걱정 없게 된 무렵 그녀에겐 또 다른 어려움이 찾아왔다.

남들처럼 평범한 일상을 꿈꾸며 결혼을 했지만 결국 실패하게 된 강숙 씨. 홀로 살아가던 중 지인의 소개로 종진 씨를 만나게 됐고, 적극적으로 호감을 표현하는 종진 씨의 모습에 조금씩 마음이 열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강숙 씨가 재혼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따로 있었다. 

강숙 씨 그대를 만나 / KBS ‘인간극장’

 

◆ 가슴으로 낳은 나의 딸

강숙 씨와 마찬가지로 이혼을 하고, 홀로 딸을 키우고 있던 종진 씨. 강숙 씨에 대한 마음이 커져가자 종진 씨는 딸에게 장애가 있다고 고백을 했다. 강숙 씨의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집에 한 번 초대해 달라는 것. 그렇게 딸 은주를 처음 만났다. 초등학교 1학년 정도의 지적장애를 갖고 있던 은주가 강숙 씨에겐 천사처럼 보였다. 누구보다 엄마의 손길이 필요했던 딸을 한 번 두 번 만나다 보니 자꾸만 마음이 갔다.

천성이 좋은 남자 종진 씨도 종진 씨지만 아이의 엄마가 되어주자는 생각에 재혼을 결심했다는 강숙 씨. 배 아파 낳진 않았지만 기른 정이 무섭다고, 비슷한 처지끼리 의지하며 살라고 짝을 지어줬던 딸이 다시 홀로됐을 땐 억장이 무너졌다. 다시 강숙 씨 곁으로 돌아온 후, 주중에는 통영에 있는 장애인 시설에서 지내고 주말이면 추도로 들어오는 딸 은주(40) 씨. 매주 만나도 무슨 할 말이 그리 많은지 시시콜콜한 이야기들을 나누느라 모녀의 주말은 짧기만 하다.

강숙 씨 그대를 만나 / KBS ‘인간극장’

 

◆ 입도 8년 차 '추도아지매'의 섬마을 라이프

입도 8년 차에 추도 적응 완료! 강숙 씬 완벽한 섬 아지매가 됐다. 연고 하나 없던 섬에서 텃세를 겪을 새도 없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게 된 데는 사실 강숙 씨의 공이 크다. 남편과 바닷일을 하는 틈틈이, 뭍에서의 경력을 살려 집 뒷방에 ‘추도 미용실’을 연 강숙 씨. 특유의 붙임성과 싹싹함으로 주민들의 머리를 책임지면서 그동안 미용실 한번 가려면 배 타고 통영까지 나가야 하는 추도 어르신들은 불편을 덜었다.

커트 5천 원, 파마와 염색은 만원. 그나마도 안 받으면 불편하다는 주민들 아우성에 받기로 했다는데. 그 와중에 또 시간을 쪼개 민박집까지 운영하고 있는 억척 아내 강숙 씨 덕분에 팔자 좋은 남자 소리를 듣는 건 종진 씨다. 추도로 들어온 계기가 됐던 종진 씨의 암도 이제 완치 판정을 받아 아무 걱정이 없다는 강숙 씨. 남편과 함께 티격태격 알콩달콩 살아가는 섬 생활이 강숙 씬 더없이 행복하다. 

보통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 특별한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를 표방하는 KBS 1TV ‘인간극장’은 매주 월~금 오전 7시 50분에 방송된다.

[Queen 이광희 기자] 사진 = KBS 인간극장 ‘강숙 씨 그대를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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