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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학자 이상돈 교수 ‘갯벌 예찬’
환경학자 이상돈 교수 ‘갯벌 예찬’
  • 류정현 기자
  • 승인 2021.12.13 09: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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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은 황무지가 아니라 자연이 준 보물입니다”
환경학자 이상돈 교수 “갯벌은 황무지가 아니라 자연이 준 보물입니다”
환경학자 이상돈 교수 “갯벌은 황무지가 아니라 자연이 준 보물입니다”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인 ‘한국의 갯벌’이 유네스코가 선정한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다. 한국이 보유한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15건으로 늘었고 제주도에 이어 두 번째 세계자연유산이라는 훈장을 달았으니 경사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람사르 과학기술 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며 이번 등재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한 이상돈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의 갯벌 예찬론.
 

개발에 밀려 상처받던 갯벌, 세계자연유산이 되다


지난 7월 26일, 지난해부터 지속된 코로나19의 기승으로 전 국민의 사기가 뚝 떨어지던 바로 그때 해외로부터 반가운 소식이 하나 전해져왔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한창 주가를 날리는 손흥민의 골 소식이나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활약중인 류현진의 완봉승 같은 뉴스도 답답한 마음에 적지않은 위로가 됐을 터이지만, 그런 단발성 소식과는 차원이 다른 희소식이 우리를 기쁘게 만들었다.

바로 ‘한국의 갯벌’이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됐다는 낭보다. 중국 푸저우에서 온라인과 병행해 진행 중인 제44차 세계유산위원회(WHC)는 총회를 통해 “한국의 갯벌을 세계유산 중 자연유산(Natural Heritage)으로 등재한다”고 만장일치로 공식화 했다. 경사로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조차 “이 자랑스런 소식은 하루아침에 찾아온 것이 아니다. 많은 분들의 지혜가 있었고, 희생이 있었고, 필사적인 보호가 있었다. 갯벌을 지켜오신 분들에게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다”라고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실제 한국의 갯벌이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돼 세계의 부러움을 받기까지 정부와 지자체, 환경운동가 등 많은 이들의 노고가 있었다. 세계적인 환경학자인 이상돈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도 그들 중 한 명이다. 그는 습지보전을 위한 국제기구 ‘람사르’의 과학기술 전문위원(Scientific Experts)으로 활동하면서 이번 한국갯벌의 세계자연유산 등재에 적지 않은 공을 세웠다. 갯벌도 습지의 하나이기에 람사르 과학기술 전문위원인 이 교수의 말 한마디와 보고서는 고지식한 WHC 위원들을 설득하는데 큰 힘이 됐다.

“세계자연유산 등재까지는 쉽지 않은 과정이었습니다. 처음엔 세계자연유산 자문·심사기구인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으로부터 네 단계 평가 체계 중 세 번째인 ‘반려’(Defer) 권고를 받아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었죠. 하지만 정부와 지자체까지 나서 세계유산위원회의 21개 위원국 설득에 나섰고 막바지에는 국무총리 명의의 서한을 위원국들에 보내 마음을 움직일 수 있었죠. 우리나라가 반려 판정을 받은 유산을 철회하지 않고 한 번에 등재하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이 교수의 설명에 의하면 IUCN이 한국갯벌에 대해 ‘반려’를 권고한 이유 중 하나는 등재 신청 구역이 좁기 때문이었다. 정부가 이번에 등재를 신청한 곳은 서천, 고창, 신안, 보성-순천 갯벌 등 5개 지방자치단체에 걸친 4개 갯벌 뿐이다. 이에 “세계자연유산 구역으로 묶이면 지역개발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며 참여를 주저하는 나머지 지자체에 대한 설득에 나섰고, 결국 인천 영종도 갯벌, 무안 갯벌 등 9개 갯벌을 관리하는 8개 지자체로부터 받은 협조 공문을 앞세워 역전에 성공할 수 있었다.


“갯벌은 자연의 콩팥이자 지구의 허파다”


“우리나라 갯벌은 세계 5대 갯벌 중 하나입니다. 갯벌의 생태적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생태학적으로 한국의 갯벌에는 멸종위기에 처한 물새 22종과 해양 무척추동물 5종이 서식하며, 범게를 포함해 고유종 47종이 있습니다. 대표적 멸종위기종은 검은머리물떼새, 황새, 흑두루미, 작은 돌고래인 상괭이 등이죠. 또 한국의 갯벌은 동아시아와 대양주 철새 이동로에서 핵심 기착지이기도 합니다. 이런 동물들이 살 수 없다면 인간도 살 수 없는 환경이 되겠죠. 사실 그 가치를 실감하지 못하지만 식량을 제공하는 기능 외에도 맑은 공기와 습기 유지, 정화작용 그리고 심미적인 기능 등 갯벌이 가진 소중한 가치는 너무도 많아요.”

이상돈 교수의 갯벌 예찬이다. 우리는 너무 익숙하면 그 가치를 잘 깨닫지 못하고 잊을 때가 많다. 하지만 그것을 잃고 나서야 '아차' 하며 후회하기도 한다. 우리 주변엔 그렇게 사라져간 소중한 것들이 적지 않다. 갯벌도 그랬다. 한때 개발논리에 파묻혀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시절이 있었다. 진흙투성이의 쓸모없는 황무지로 매도되며 적지 않은 갯벌들이 사라져갔다. 대표적인 곳이 서산간척지와 새만금 개발 등이 그랬다. 갯벌을 메꿔 국토를 넓히고 농지를 늘리겠다는 무지막지한 개발논리는 결국 환경오염 등 후폭풍이 되어 돌아왔다.

이는 갯벌의 가장 중요한 기능을 무시한 결과다. 갯벌이 ‘자연의 콩팥, 지구의 허파’로 불린다. 노폐물을 걸러 주는 콩팥처럼 갯벌이 오염된 바다를 정화해 주기 때문에 붙은 별명이다. 콩팥이 몸의 노폐물을 걸러주는 것처럼 갯벌은 바다에 흘러드는 오염물질을 정화해준다. 어느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 갯벌의 정화 능력은 전국의 하수종말처리장을 합친 것보다 1.5배나 뛰어나다고 한다. 또 갯벌은 산소 생산 능력도 뛰어나 갯벌에 사는 플랑크톤은 같은 면적의 숲보다 많은 산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다. 아무 것도 살지 않은 진흙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일일이 다 거론할 수 없을정도로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가고 있다. 대표적인 것들이 조게, 게, 갯지렁이, 고동, 낙지, 개불 등이다. 모두가 우리의 밥상에 오르는 소중한 식량들이다. 그런데 이렇게 소중한 갯벌을 우리는 개발과 국토 확장이라는 이유로 훼손해 왔던 것이다.

“연안습지가 훼손되기 시작하면서 그러한 기능들이 새롭게 부각되는 이유는 이전에는 그 가치를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서남해안의 갯벌은 백제시대부터 소금과 쌀을 생산한 전초기지로 활용되고 부를 축적하여 삼국통일의 초석을 쌓게 했으며, 호남의 예술 및 음식 문화의 기반이 되었는데도 말입니다. 갯벌을 개발하는 것은 당장은 돈이 될 수도 있지만 이로 인해 잃게 되는 가치는 돈으로 따질 수 없을 만큼 큽니다. 생태계가 파괴되는 것은 물론 그곳에 기대어 사는 사람들도 피해를 보게됩니다. 간척에 의해 육지가 된 곳은 다시 갯벌로 돌이킬 수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한국 갯벌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가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다며 안도의 한 숨을 짓는다. 갯벌 보존의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갯벌과 같은 자연유산의 보존에는 자신과 같은 환경학자나 환경관련 단체들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지자체의 의지가 무엇보다 크다는 생각이다. 이번 세계자연유산 등재는 지자체들에게 갯벌이 관광객을 불러모으는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는 신호탄이 될 것이고, 이제부터 갯벌 보호에 미온적이었던 다른 지자체들도 든든한 지원군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상돈 교수는 갯벌과 같은 자연유산의 보존에는 자신과 같은 환경학자나 환경관련 단체들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지자체의 의지가 무엇보다 크다는 생각이다.이번 세계자연유산 등재는 지자체들에게 갯벌이 관광객을 불러모으는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는 신호탄이 될 것이고, 이제부터 갯벌 보호에 미온적이었던 다른 지자체들도 든든한 지원군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상돈 교수는 갯벌과 같은 자연유산의 보존에는 자신과 같은 환경학자나 환경관련 단체들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지자체의 의지가 무엇보다 크다는 생각이다.이번 세계자연유산 등재는 지자체들에게 갯벌이 관광객을 불러모으는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는 신호탄이 될 것이고, 이제부터 갯벌 보호에 미온적이었던 다른 지자체들도 든든한 지원군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연 개발은 미래세대의 재산을 미리 가져다가 쓰는 것


갯벌 등재로 한국이 보유한 유네스코 세계유산은 15건으로 늘었다. ‘석굴암·불국사’, ‘해인사 장경판전’, ‘종묘’, ‘창덕궁’, ‘수원화성’, ‘경주역사유적지구’, ‘고창·화순·강화 고인돌 유적’,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 ‘조선왕릉’, ‘한국의 역사마을: 하회와 양동’, ‘남한산성’, ‘백제역사유적지구’,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 ‘한국의 서원’ 등은 문화유산이고, 자연유산은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과 ‘한국의 갯벌’ 두 곳뿐이다.

세계자연유산에 선정된 ‘한국의 갯벌’은 충남 서천, 전북 고창, 전남 신안, 전남 보성·순천 등 4곳이다. 이중 신안 갯벌이 1100㎢로 가장 넓고, 나머지 갯벌 면적은 각각 60㎢ 안팎이다. 모두 습지보호지역이고, 일부가 람사르 습지이다.

“세계유산위원회와 약속을 했습니다. 2025년까지 인천 영종도 갯벌, 무안 갯벌 등 9개 갯벌을 습지보호구역으로 추가 지정하는 등 갯벌 보호체계를 갖추기로요. 그렇게 되면 한국의 갯벌은 이제 세계가 부러워하는 명품 갯벌이 될 것이고, 그 안에서 수많은 멸종위기종들이 보호를 받고 안전한 삶을 누리겠지요.”

이상돈 교수가 자연과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부친인 이인규 서울대 명예교수의 영향이 컸다. 어린시절 식물학자인 아버지를 따라 집 근처 관악산을 수없이 오르내리며 채집활동을 했던 것이 자연현상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대학에서 산림자원학을 전공했지만 환경에 대한 관심을 어쩌지 못해 미국 워싱턴대에서 환경생태학 박사를 취득했고, 현재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또 세계자연보전연맹(IUCN) 한국위원회 이사, 람사르 과학기술 전문위원, 한국자연보호연맹 부총재, 환경운동연합 시민환경연구소 운영위원 등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쳐 왔다.

그는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제자들에게 유네스코와 같은 환경관련 국제기구에서 일해보라고 권하기도 한다. 자신이 어렸을 때만 해도 환경이란 학문이 없었는데, 지금은 대학에 환경공학과가 생기는 등 점점 더 중요성이 커지고 있고 국제기구에서도 전문가를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에 직업으로서도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것. 보다 많은 한국인들이 국제기구에서 일하면 그만큼 우리나라의 영향력도 커질 것이란 생각이다. 개인적으로는 기회가 된다면 국제기구의 수장으로 활동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전세계, 특히 우리나라에서 벌어지는 개발과 보존을 두고 벌어지는 갈등을 잘 해결해보고 싶습니다. 자연은 초크(백묵)랑 비슷합니다. 쓰면 쓸수록 달아버려 원상회복이 불가능합니다. 자연을 훼손하고 개발하는 것은 미래 세대의 재산을 현 세대가 미리 가져다가 쓰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지금 지켜주지 않으면 미래 세대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피해를 줄 거예요. 그런 점에서 이번 한국 갯벌의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재는 한국의 자연환경 보존에 큰 획을 긋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글 류정현 기자 | 사진 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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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localer 2021-12-13 09:56:50
평소에는 관심도 없고 찾지도 않고 지역 어촌계만이익이 되는 갯벌에 학술연구 핑계로 정부 지원금 타먹는 프로젝트로 기생하면서... 마치 오일장 길바닥에 취위에 떨며 야채파는 어르신들 보고 자기들 몇년에 한번 갈까말까하는 시골5일장 풍경이 변치않았으면 하는 기사나 써대고 남의땅 개발반대하면서 자기들은 따뜻한 아파트에 스타벅스에서 글이나 써대고 원고료만 받는 기생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