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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자기 멋에 산다…도예 명장 박광천씨와 아내·쌍둥이형 이야기
[인간극장] 자기 멋에 산다…도예 명장 박광천씨와 아내·쌍둥이형 이야기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12.06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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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멋에 산다 / KBS ‘인간극장’

경기도 여주시 도예 명장 박광천(68) 씨. 이 시대 최고의 도자기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47년을 달려왔다. 쌍둥이 형 광선(68) 씨와, 광천 씨의 아내 윤영애(66) 씨는 평생의 든든한 조력자이고 아들 수동 씨는 광천 씨의 뒤를 이어 도예가의 길을 걷고 있다. 실험 삼아 구운 도자기가 나오는 날, 떨리는 마음으로 가마를 여는데….

이번주(12월 6~10일) KBS 1TV <인간극장>은 경기도 여주 도예가 박광천씨와 쌍둥이 형 박광선씨, 그리고 광천씨 아내 이야기를 그린 ‘자기 멋에 산다’ 5부작이 방송된다.

불과 흙, 시간으로 빚는 예술. 도예가 박광천(68) 씨는 21세기 최고의 명작을 빚는 게 목표다. 장인정신 똘똘 뭉친 마음과는 달리, 겉모습은 시골 농부. 평생을 자기밖에 모르고 ‘자기’만 아는 남자이지만 도예가로서 광천 씨는 도자기 분수대와 여러 도예 기법을 개발했고 해외에서도 이름을 알린 명실상부 여주시 도예 장인이다. 그런 그의 곁을 실과 바늘처럼 꼭 붙어 다니는 두 명의 동반자가 있다.

광천 씨보다 5분 먼저 태어난 형 박광선(68) 씨. 외모부터 성격, 행동까지 똑같은 쌍둥이이자 영혼의 단짝이다. 그림을 좋아했던 동생이 도예가가 되고, 지금의 자리에 오기까지 모든 과정을 물심양면으로 응원해주었다. 칠순이 가까운 나이에도 5분 거리에 살며 매일같이 붙어 다니는 두 형제. 심심하면 개울에 가서 물고기를 잡고, 밭일하고, 철없는 행동도 함께한다. 서로가 있기에 인생이 즐겁다는데, 철부지 남편을 지켜보는 아내 속에서는 불이 난다.

평생 예술가 남편의 그림자로 산 윤영애(66) 씨. 도자기를 옮길 땐 손이 되고, 운전 못 하는 남편의 발이 되는 만능 조력자이자 광천 씨의 길을 묵묵히 따라준, 명장의 숨은 공신이다. 그 세월이 편하기만 했을까, 속앓이도 많이 했다. 자유로운 기질의 남편은 술독을 끌어안고 친구들 집을 전전했고 영애 씨는 밤새 찾아다니기 일쑤, 작품밖에 모르는 남편 때문에 생활고도 겪었다. 두 아들에 이어, 남편까지 아들 셋을 키운다는 생각으로  뒷바라지한 결혼생활이 어느덧 40년째. ‘자기’에 빠진 남편 덕에 봄날이 오긴 올까?

모두가 힘들다는 코로나 시대지만, 특히나 예술가에게는 고단했던 시기. 근 1년 만에 광천 씨의 작품전시회가 잡혔다! 오랜만에 찾아온 귀한 기회에 각오가 남다른 광천 씨. 아들과 함께 개발한 도자기를 전시하기 위해 작업장의 불은 꺼질 새 없고, 밤낮으로 자기에 몰두한 광천 씨를 보살피느라 광선 씨와 순애 씨도 덩달아 바빠졌는데….

자기 멋에 산다 / KBS ‘인간극장’

 

◆ ‘자기’밖에 모르는 그 남자, 박광천

불과 흙, 시간으로 빚는 예술. 도예가 박광천(68) 씨는 21세기 최고의 명작을 빚는 게 목표다.
마음은 장인정신으로 똘똘 뭉쳐있지만 틈만 나면 밭에 가서 삽질하고, 불보다 물을 좋아해서 한겨울에도 얼음을 깨고 물고기를 잡는다는 괴짜 도예가. 게다가 생활력은 빵 점에 가까워 아내 없이는 오도 가도 못 하고 일은 벌이는데 수습을 못 해 아내만 찾아대는 철부지 남편이다. 평생을 자기밖에 모르고, ‘자기’만 아는 남자.

어린 시절, 유난히 그림을 좋아했던 광천 씨. 예술가는 밥 먹고 살기 힘들다는 아버지의 반대에 부딪혔지만, 그림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지인의 말에 도예 공장에 들어갔다. 그러나, 그곳에서 처음 한 일은 흙 밟기. 붓이 아니라 흙을 만지며 도예 기술을 익힌 후 그토록 원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단다. 자신의 도자기에 직접 그림을 그리는 도공이자 화공이 된 광천 씨. 그런 그의 도자기에는 한국화의 정취가 물씬 풍긴다.

견고히 다져온 47년, 광천 씨는 여주시 도예 명장이자 도자기 분수대와 여러 도예 기법을 개발한 명실상부 도예 장인이다. ‘자기’밖에 모르는 천진난만한 외골수 인생. 그런 광천 씨에겐 실과 바늘 같은 두 명의 동반자가 있다.

자기 멋에 산다 / KBS ‘인간극장’

 

◆ 영혼의 단짝, 쌍둥이 형 박광선

5분 먼저 태어난 형이자 영혼의 단짝, 박광선(68) 씨. 외모부터 성격, 행동까지 똑같고 심지어 꿈도 같이 꾸는 쌍둥이다. 어릴 때부터 매일같이 붙어 다닌 두 형제, 그러나, 쌍둥이 형제의 운명에도 단 하나, 다른 점이 있단다. 동생 광천 씨의 천부적인 그림 솜씨가 형 광선 씨에겐 전혀 없다는데…. 대신, 형은 예술가 동생의 평생 후원자로 살고 있다.

칠순 가까운 나이에도 떨어질 새 없는 두 형제. 5분 거리에 살면서 문턱이 닳도록 집을 드나들며 일도 함께, 노는 것도 함께, 심지어 철없는 짓도 함께 한다. 광천 씨의 ‘형, 도와줘!’ 한 마디에 광선 씬, 본인 일은 제쳐두고 동생에게 달려간다. 만날 때면 어린아이가 되는 쌍둥이, 서로가 있기에 인생이 즐겁다. 그런 철부지 남편들을 지켜보는 아내들 속에서는 불이 난다.

신기하게도, 쌍둥이 형제의 아내들은 이름도 영애와 순애, 함께 속앓이하며 쌓아온 전우애로 친자매 이상의 정을 나눠왔다. 자식도 똑같이 아들만 둘, 자식들의 나이도 같다. 때로는 남편보다 더 진한 인생의 동반자. 서로가 있기에 외롭지 않았던 둘. 쌍둥이 남편은 붕어빵, 아내들은 찰떡궁합이다.

자기 멋에 산다 / KBS ‘인간극장’

 

◆ 명장의 아내, 그 이름의 무게를 견뎌라

광천 씨가 도자기 명장이 되기까지 남편의 그림자로 산 윤영애(66) 씨. 손 귀한 남편 대신 운전대를 잡은 퇴근 없는 운전기사. 남편이 가자는 곳은 어디든 데려가고 사포질, 낙관 찍기 등  도자기 작업까지 도와주는 만능 해결사이자 광천 씨의 길을 묵묵히 따라준 명장의 숨은 공신이다.

젊은 시절, 영애 씨는 남편 때문에 속앓이를 많이 했었다. 자유로운 기질에 애주가였던 광천 씨는 술독을 끌어안고 친구들 집을 전전했고 영애 씨는 밤새 찾아다니기 일쑤. 잘 나가던 생활자기 공장이 부도가 난 후 작품에만 몰두한 외골수 남편 때문에 생활고도 겪었다. 도자기만 바라보는 남편의 전후좌우를 닦아준 지도 40년째, 언제 철들까, 예술가의 아내는 고달프다.

아버지로도 모자라, 큰아들 박수동(40) 씨마저 도자기의 길에 뛰어들었다. 아내의 속도 모르고, 광천 씨는 마냥 기쁘기만 한데…. 수동씬 아버지와 작품 세계가 달라 작업장을 뛰쳐나가기도 몇 번, 돌고 돌아 이제 겨우 마음을 잡았다. 그러나, 코로나19로 도자기 공방의 운영도 쉽지 않은 요즘 아들 수동 씨는 작업장의 전기세라도 벌겠다며 낮에는 고춧가루 공장에 나가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밤이면 물레 작업을 하며, 어렵게 그 길을 가고 있다.

자기 멋에 산다 / KBS ‘인간극장’

 

◆ 인생의 희로애락이 담긴 자기, 그 멋에 산다

모두가 힘들다는 코로나 시대지만 예술가에는 특히나 고단했던 시기, 광천 씨에게 찾아온 귀한 기회, 1년 만에 드디어 작품전시회가 잡혔다!

오랜만에 찾아온 귀한 기회에 각오가 남다른 광천 씨. ‘21세기 명작’을 탄생시키기 위해 몇 차례의 실험 가마를 거치고 일 년에 세 번만 땔 수 있는 전통 장작가마에 불을 지핀다. 성공률은 15% 정도, 이틀간 불을 때고 도자기를 식히는 데에만 3일이 걸리는 힘겨운 과정이다. 하지만, 그만큼 대작이 탄생할 가능성이 크기에 기대와 설렘이 공존하는 광천 씨의 모험이 시작되었다.

아들과 함께 개발한 도자기를 출품하기 위해 작업장의 불은 꺼질 새 없고 밤낮으로 자기에 몰두한 광천 씨를 보살피느라 광선 씨와 영애 씨도 덩달아 바빠졌다. 꽃 한 송이를 피우기까지의 과정은 험난하고 외로운 길. 그러나, 그 길을 기꺼이 동행하는 가족들이 있기에 광천 씨는 인생을 빚으며 오늘도 ‘자기’ 멋에 산다.

보통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 특별한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를 표방하는 KBS 1TV ‘인간극장’은 매주 월~금 오전 7시 50분에 방송된다.

[Queen 이광희 기자] 사진 = KBS 인간극장 ‘자기 멋에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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