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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랑대 철도공원&노원 불빛 정원을 가다
화랑대 철도공원&노원 불빛 정원을 가다
  • 최하나 기자
  • 승인 2021.12.2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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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화랑대 철도공원&노원 불빛 정원을 가다

 

옛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철길과 기차, 간이역 속에서 오후 시간을 보내다 보면 어느새 주변은 곧 어두워진다. 그렇게 찾아온 어둠이 반가운지 간이역은 파사드 아트 피스로 변신하고 공원은 디지털 아트 갤러리로 전시를 시작한다. 경춘선 숲길 3구간으로의 겨울 나들이.

서울에서 가장 가볼 만한 곳, 서울 시민에게 가장 힐링이 될 수 있는 곳을 꼽으라면 에디터는 망설임 없이 경춘선 숲길 3구간, ‘화랑대 철도공원’과 ‘노원 불빛 정원’이 있는 곳을 추천하고 싶다. ‘서울에 살면서 왜 이제껏 한 번도 와보지 않았을까’ 싶을 만큼 근사한 휴식처이자 훌륭한 야외 디지털 아트 갤러리 역할을 톡톡히 하는 곳이다.

경춘선 숲길 구간은 매우 넓다. 숲길이 조성된 것은 2010년 12월 경춘선 열차 운행이 중단되었기 때문인데 폐선 부지를 활용, 서울시가 '숲길'로 재조성하는 사업을 장기간에 걸쳐 펼친 덕분이다. 경춘선 숲길은 총 3구간으로 나뉜다. 1단계 구간은 공덕 제2철도 건널목에서 육사삼거리까지, 2단계 구간은 경춘 철교에서 서울 과학기술대학교 입구까지, 3단계 구간은 육사삼거리에서 구리시 입구까지이다.

 

 

3단계 구간은 보통 육군사관학교 앞에서 처음 산책길에 들어서게 되는데 이 지점은 대로변에서 철도공원으로 들어서기에 가장 가까운 진입점이다. 이 지점에서 철도공원과 반대쪽인 태릉 방향으로 3단계 구간은 얼마간 더 진행된다. 하지만 이 구간은 별다른 볼거리가 없이 철길을 따르는 산책로로만 진행되어 다소 지루할 수도 있다.

외곽 지역이 갖는 특성상 숲이 있어 3구간의 시작 지점에 들어서면 자연의 향을 진하게 맡을 수 있다. 이렇게 후각부터 힐링이 시작되는데 경춘선 철길이 있던 자리를 활용한 주변의 풍경들은 철길, 기차 등이 주는 낭만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천천히 철도공원을 향해 조금 걷다 보면 증기기관차와 현대식 기차 두 종류의 열차가 철길 위에 멈춰 있는 풍경을 만나게 된다. 본격적으로 볼거리가 있는 철도공원의 시작이다. 기차가 멈춰 선 지점 바로 앞으로는 예전의 기차역이었던 화랑대역이 옛 모습 그대로 남아 있어 지난 시절에 대한 향수에 젖게 한다. ‘춘천 가는 기차’ 라는 익숙한 노래가 있을 만큼 경춘선은 시내를 관통하며 많은 서울시민들을 교외로 이끌었었다. 경춘선 코스는 데이트 코스이기도 했고 도중에 정차했던 간이역들은 대학생들의 MT 장소이기도 했다.

화랑대역은 등록문화재 제300호로 지정되어 있는데 일제 강점기 건립되었고 그 당시 원형에 가깝게 보존되어 유적으로의 가치가 크다. 하지만 화랑대역이 단순히 옛 간이역 보존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화랑대 역사 박물관’이라는 명칭 아래 철도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전시관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역사관 내부는 대합실, 역무실, 숙직실로 나뉘어 있고 대합실에는 행선지와 그에 따른 운임이 적힌 여객 운임표가 그대로 붙어있다.

벽면에는 당시 기차를 이용하던 사람들의 사진도 전시되어 있다. 역무실에는 승무원복 등 마지막 역장의 기증품이 전시되어 방문객들의 눈길을 끈다. 모바일로 받는 요즘의 승차권이 아닌 두꺼운 종이로 된 승차권도 볼 수 있어 감회가 새롭다.

 

 

철도공원의 진짜 매력은 해가 완전히 지고 어둠이 사방을 덮은 후에 시작된다. 화랑대역 건물이 캔버스가 되는 파사드를 시작으로 디지털 아트의 향연이 펼쳐지고 공원 도처에 설치된 조형물에 불빛이 들어와야 불빛 정원이 제 모습을 드러내기 때문이다. 이 공간이 특별한 점은 아트 피스들의 나열 방식과 완성도에 있다. 유료 관람료를 받는 놀이공원의 야간 개장이나 조명 축제인 루미나리 페스티벌 못지않게 환상적이고 세련된 시각의 호사를 가져다준다.

 

 

어두워진 숲속에서 만나는 돌고래와 백조, 기린, 토끼들은 낮 시간에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을 전해준다. 각각의 조명을 숨기고 있는 조형물들은 어둠 속에서 진가를 발휘하는데 마치 동화 속의 숲에 초대된 것처럼 신비롭고 인상적인 경험을 남긴다.

철도 공원부터 보고 싶을 때는 6호선 화랑대역에서 하차, 1155·1156번 버스를 타고 ‘서울여대 육군사관학교 행정 안내소’ 정류장에서 하차한다. ‘노원 불빛 정원’부터 철도공원 쪽으로 걸어 들어갈 땐 ‘경춘선 숲길 화랑대역 공원’ 정류장에서 하차한다.
 

취재·사진 최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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