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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비평-한국정부 자금 받은 ‘미국’ 콘텐츠라니!
미디어 비평-한국정부 자금 받은 ‘미국’ 콘텐츠라니!
  • 김공숙
  • 승인 2022.01.15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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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호>, <낙원의 밤>, <보건교사 안은영>의 정체성

 

<오징어 게임>에 이어 <지옥>이 공개 하루 만에 전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오징어 게임>이 16일 만에 1위를 기록했는데 이를 단숨에 능가했다. 한국 콘텐츠가 계속해서 무섭게 성공을 거두니 자부심이 충만해진다. 하지만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염려거리도 적지 않다.
 

글 김공숙(안동대학교 융합콘텐츠학과 조교수) | 사진 넷플릭스 미디어센터
 

최근 미디어 콘텐츠 분야 학술 행사나 현장 전문가 특강에서 얘기되는 것은 어디에서나 ‘OTT, 플랫폼, IP’ 관련 이슈다. 글로벌 OTT 플랫폼 넷플릭스의 독주 속에서 디즈니플러스, 애플플러스가 가세했고, 국내 OTT 웨이브, 왓챠, 티빙, 시즌이 저마다의 장점을 살려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네이버, 카카오, 쿠팡, 게임회사 컴투스까지 뛰어들어 가히 ‘미디어 콘텐츠 춘추전국시대’라고 부를 만하다.

머리 아프고 복잡해 보이지만 결국 핵심은 오리지널 IP다. IP는 지식 재산권(intellectual property)의 약자다. 즉 누가 얼마나 재미있고 좋은 오리지널 콘텐츠 IP를 ‘소유’하고 있느냐가 경쟁의 핵심이라는 말이다. 예로 <오징어 게임>, <지옥>은 한국인이 만들어 전 세계를 흔들었다. 그러나 넷플릭스가 IP를 소유하고 있기에 모든 이익은 넷플릭스 것이다. 넷플릭스를 바짝 뒤쫓고 있는 OTT 디즈니플러스는 디즈니, 픽사, 마블, 스타워즈 등 유명한 콘텐츠 IP를 무수히 많이 확보하고 있는 것을 가장 장점으로 내세운다. 즉 이 경쟁은 결국 IP전쟁이다.

우리의 콘텐츠가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것은 참 자랑스럽고 좋은 일이다. 하지만 기껏 힘들게 만들어 놓고 제작비를 받는 것 외에 아무런 이익도, 권리도 행사할 수 없다는 점에서 한국이 넷플릭스의 하청 기지가 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즉 콘텐츠가 아무리 대박이 나도, 우리에게는 결코 대박이 있을 수 없는 구조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웃픈 일이 일어난다. 사례 하나. 한국의 공적 자금을 받은 영화가 미국영화가 되어 버린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영화 <승리호>, <낙원의 밤>, <사냥의 시간>, <콜>, <새콤달콤>, <제8일의 밤>은 문화체육관광부 영화진흥위원회의 공적 자금을 받은 영화들이다. 그러나 영화 공개 후 부가수익은 모두 넷플릭스가 가져갔다.

이 영화들은 영화진흥위가 극장 개봉작으로 판단해 공적 자금의 투자 대상이 되었다가 코로나19 등이 맞물려 상영관 개봉이 무산된 사례들이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제작비라도 회수하기 위해 영화에 대한 부가가치 판권을 포기하고 어쩔 수없이 넷플릭스에게 IP를 넘겼을 것이다. 그러나 어쨌든 이 ‘미국’ 영화들이 넷플릭스 오리지널이기에 모든 이익은 넷플릭스가 독점한다. 한국 정부의 공적 자금을 지원받은 미국영화라니, 어떤가?

사례 둘. 정유미 주연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보건교사 안은영>에 대해 넷플릭스는 영화진흥위원회에 로케이션 인센티브(location incentive)를 신청했다. 이 제도는 한국 관광 유발과 고용 창출 등 경제 효과를 높이기 위해 외국 영상물을 한국에서 촬영하면 한국에서 지출된 제작비를 최대 30% 환급해주는 제도다. 로케이션 인센티브는 한국 내에서 매출을 발생시킨 비용 즉 숙박, 식대, 유류 교통비, 한국 스태프와 한국 연기자를 고용한 부분에만 적용된다. 국외 프로덕션의 한국 유치를 활성화하는 동시에 국내 매출을 증가시키는 효과가 있는 좋은 취지의 비즈니스로, 2014년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가 한국에서 촬영돼 인센티브를 받아 알려진 제도다.

그렇다면 문제가 자명해진다. <보건교사 안은영>은 한국 제작사가 한국 스태프와 배우를 고용해 한국에서 모든 촬영이 이루어졌다. 그런데 한국이 아닌 미국 넷플릭스의 드라마다. 그러니 넷플릭스는 당당하게 법대로, 인센티브를 신청했다. 아마 다른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영화에 대해서도 이를 신청했을 터이고. 틀린 것은 없다. 그런데 이게 맞나? 한국 콘텐츠의 성공, 좋다. 그런데 이런 환경에서 한국 콘텐츠란 무엇인가? 정체성에 대한 의문을 거둘 수가 없다.

 



 

김공숙 교수는…
저서로 「멜로드라마 스토리텔링의 비밀」, 「고전은 어떻게
콘텐츠가 되었을까」, 「문화원형과 콘텐츠의 세계」가 있다.
한국방송평론상 수상, 스포츠경향 등 몇몇 일간지에서 방
송비평을 하고 있고, 한국예술교육학회·한국지역문화
학회 이사, 한국방송작가협회 정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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