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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노조, 물가 반영한 임금인상 요구 '갈등'
대기업 노조, 물가 반영한 임금인상 요구 '갈등'
  • 김정현 기자
  • 승인 2022.05.09 1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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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이 본격화하면서 대기업 임금 인상을 두고 노동조합(노조)과 사측의 갈등이 커지고 있다.  

노조는 고물가를 고려한 추가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사측은 경제에 비상등이 켜진 상황에서 과도한 임금 인상을 경계하고 있다. 

주요 기업의 과도한 임금 상승이 대기업-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확대로 이어져 사회적 불안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노사 갈등 심화, 대기업-중소기업 임금 격차 확대 등이 새로 출범하는 윤석열 정부의 주요 해결 과제로 떠올랐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내 4개 노조로 결성된 공동교섭단은 지난 2일 "노사협의회의 임금 협상 합의는 불법"이라며 사측을 고용노동부에 고발했다.

그 다음 날에는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노사협의회를 통한 임금협상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노조는 단체교섭 협상의 주체로 인정하고, 임금 두 자릿수 인상을 요구 중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노사협의회와 9% 인상에 합의한 바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도 단체교섭을 뒤집고 파업에 돌입했다. 울산 본사 내 조선, 엔진 기계 작업장의 주요 도로를 불법 점거해 작업을 위한 물류를 막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 추가 인상과 격려금 지급 등을 요구했다.

현대제철 노조는 특별공로금을 요구하며 이달 2일부터 충남 당진제철소의 사장실 점검 농성에 돌입했다.

현대자동차 노조는 오는 10일 상견례를 앞두고 있다. 분위기는 녹록지 않다. 노조는 기본급 16만52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과 정년 연장, 성과급 전년도 순이익의 30% 지급 등을 요구 중이다. 기아차 노조도 공동 전선을 펼칠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재계 관계자는 "노조의 임금 인상 요구가 거세졌다"며 "매년 있는 갈등이지만 올해는 분위기가 더 거칠다"고 토로했다.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가 커진 것은 인플레이션 영향이 한몫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도시 봉쇄까지 겹치면서 전 세계적으로 고물가 현상이 확대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6.85(2020=100)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4.8% 상승했다. 13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인플레이션은 화폐 가치 하락을 의미한다. 같은 돈을 받아도 실제로 쓸 수 있는 실질 가처분소득이 줄어든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월 '300인 미만' 사업장의 월평균 실질 임금은 350만9000원으로, 전년 동기(388만9000원) 대비 9.8% 줄었다. 실질 임금은 명목임금을 소비자물가지수로 나눠 백분율로 환산한 수치로 물가상승률을 고려한 돈의 실질적인 가치다. 

게다가 인플레를 막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ED)와 한국은행 등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다. 대출금 이자부담까지 늘게 됐다. 지난 6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형(혼합형) 금리는 4.02~6.59% 수준이다. 금리 상단 기준으로 지난 3월말 6.01%로 6%를 넘어선데 이어 한 달 만에 6%대 중반까지 올랐다.

노조는 실질 임금 하락을 고려해 추가 임금 인상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한 노조 관계자는 "월급은 같은데 물가만 오른다는 말이 나온다"며 "물가 상승 등을 고려해 임금인상률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IT·게임업계가 통 큰 임금인상에 나선 것도 다른 노조를 부추겼다. IT업계는 개발자를 구하기 위해 지난해 임금을 대폭 올린 바 있다.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주요 대기업 120곳의 인건비는 2020년 66조2873억원에서 지난해 74조7720억원으로 12.8% 증가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지난해 인건비는 15조8450억원으로 전년보다 20.3% 늘었다.

기업들은 과도한 임금 인상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 도시 봉쇄 등으로 물류난이 이어지고, 제품 생산에 차질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과도한 임금 인상이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판단이다.

앞서 임금을 올린 카카오만 하더라도 올해 1분기 영업이익률이 9.6%로 지난해 1분기(12.5%)보다 2.9p(포인트) 낮아졌다. 인건비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3% 증가하며 약 4200억원으로 늘어난 것이 직격탄이 됐다.

네이버도 전체 직원의 임금을 10% 인상하자 올해 1분기 영업비용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5% 늘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부익부 빈익빈' 구조도 문제다. 상대적으로 임금 인상 여력이 적은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임금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고용노동부와 재계 등에 따르면 올해 1월 평균 임금 수준은 대기업이 924만8000원, 중소기업이 382만2000원으로 집계됐다. 임금 격차가 무려 2.4배에 달하는 셈이다. 지난해 같은 달(2배)보다 차이가 더 커졌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최근 보고서에서 "대기업 및 정규직 중심으로 생산성을 초과하는 고율 임금인상에서 비롯된 임금 격차가 일자리 미스매치(부조화)를 유발하고 사회적 갈등을 심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Queen 김정현 기자]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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