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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Queen 다시보기] 1991년 4월호-봄, 4월 특선 에세이①
[옛날 Queen 다시보기] 1991년 4월호-봄, 4월 특선 에세이①
  • 양우영 기자
  • 승인 2022.06.2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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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4월호

지방 여류문인 3인이 도회지로 띄우는 편지

친구, 친구여! 도시의 빌딩 숲에 사는 친구여!

1991년 4월호-봄, 4월 특선 에세이
1991년 4월호-봄, 4월 특선 에세이1

 

지금 내가 쓰고자 하는 이 이야기는 두번째 쓰는 이야기다. 한 번은 하느님께 올린 글이었으니까 두 번 써 먹어도 괜찮을 것 같아서 또 쓴다.

아, 불쌍하다. 딱하다. 그럴 수가 있을까?

나는 아직 내 가까운 이웃중에서 그렇게 딱한 처지에 있는 사람은 처음 보았다. 

종운이란애는 내 제자였다. 그는 홀어머니 밑에서 키워져 왔다. 어머니는 플래스틱 함지박에 푸성귀 몇 다발을 놓고 시장 어귀에 앉아 그것으로써 다섯 식구의 생계를 꾸려가는 시골 아낙네였다. 

구 푸성귀는 내가 다 떨이를 해온다면 5천원 내지 1만원 정도밖에 안 될 것같은 분량의 빈약한 자본이었다. 그러나 종운이 엄마는 용케도 생계를 잘 유지해 나가는 것 같았다. 

어느 날 나는 우연히 시장에 있는 가게사람들에게 물어 보았다. "저 아줌마 생활이 어떠하냐"고. 

아유! 말도 마시란다. 점심은 아예 굶고, 저녁에 갈 때도 차비를 아끼느라 시오리길을 걸어서 간단다. '아, 그래서 그 아줌마가 그렇게 말랐던가!' 가슴이 아프다. 세상은 참 고르지도 못하다. 나는 늘 속으로만 한탄할 수밖에 없었다. 

종운이가 고등학교를 마치고 군대를 갔다 와서 직장을 얻는 것이 꿈이자 보람이었다. 그런데, 운명은 그게 아니었다. 더 큰 불운이 기다리고 있을 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내가 어느 날 우연히 병원에서 종운이를 다시 만났을 때 나는 그만 아연실색하고 말았다. 종운이가 두 다리를 몽땅 잃다니! 이건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신의 장난이다. 

이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나는 그 제자의 살덩이만 남아있던 벌건 두 개의 허벅지를 떨쳐낼 수가 없다. 가슴이 막히고 콧등이 시큰거려 이 글을 쓰기조차 힘들다.

군대를 갔다 온 종운이가 겨우 겨우 직장을 얻었단다. 축협인지 뭔지 그런 조합이란다. 입사한지 한달만에 출장을 가다가 조합의 운전기사가 운전을 잘못하여 사고가 나는 바람에 그리 되었단다. 

그러나, 어쩌면 두 다리를 몽땅 잃을 수가 있는 건지? 나는 통곡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그 아들을 병원에 뉘어놓고 종운이 엄마는 오늘도 시장바닥에 앉아 있다. 앉아 있는 것이 아니라, 차라리 무덤위에 앉아 있다고 표현해야 더 타당할 것 같다. 그렇게도 그 가난한 어머니의 소망이고 희망이었던 아들은 영원한 불구자가 되어 오늘도 병원에 누워있다.(중략)

 

Queen DB

[Queen 사진_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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