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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Queen 다시보기] 1991년 4월호-봄, 4월 특선 에세이②
[옛날 Queen 다시보기] 1991년 4월호-봄, 4월 특선 에세이②
  • 양우영 기자
  • 승인 2022.07.02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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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4월호

아버님이 근면과 흙의 정직함을 배우고 싶나니···

1991년 4월호-봄, 4월 특선 에세이②
1991년 4월호-봄, 4월 특선 에세이②

 

새벽하늘이 채 밝기도 전에 차가운 겨울바람이 나무 끝을 스쳐가는 소리를 들으며 책읽기를 좋아하였던 습관을 가졌다.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것은 농경사회의 질서라고도 한다. 나는 농사와는 거리가 먼 집안에서 태어나고 현재 직업도 또한 그렇다. 그러나 지금도 일찍 자는 습관과 일찍 일어나서 새벽시간에 그날 중요한 일들을 해나가는 버릇을 실천하고 있다. 

전기시설이 없었던 농경사회의 저녁과 밤은 그냥 그대로의 휴식을 준 것 같고 희미하게 먼동이 틀 무렵부터 움직이고 활동함으로써 그 밝음을 이용했을 듯하다.

광안리 바닷가를 가보면 밤이 되어야 바닷가의 휘황찬란한 들뜸과 신비로운 유혹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도시 속에서 체질은 농촌스러운 습관으로 뿌리내렸고, 음식도 누가 무어라 하더라도 된장과 김치의 깔끔한 맛이 최고이다. 최근 흔하게 확산되고 있는 뷔폐식 음식은 매우 곤혹스러운 잡탕몰이의 국제총망라의 음식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 

어린시절에 나는 국민학교 교장이시던 아버님을 따라 경상도의 구석구석을 잘다녔다. 교장 선생님이기 이전에 아버님은 어머님과 같이 한국 농부의 전형적인 일과에 충실하였고 채소와 특정작물을 손수 재배하여 식탁은 부모님이 가꾼 채소로 가득하였다. 

미나리, 시금치, 배추, 무, 당근, 파, 감자, 상추, 가지, 오이, 부추, 호박, 고추 등 식구들이 먹을 만큼 손수 밭에서 키운 싱싱한 채소를 요리 직전에 따서 만들어 먹는 맛이란 정말 혀끝에서 감도는 기막힌 것이었다. 

거기다가 참외와 수박, 고구마, 옥수수까지 재배하고 아주가리와 결명자까지 재배하여 간식, 차 끓이기까지 자급자족하였던 풍성함은 일찍 이른 새벽부터 손수 흙을 만지시고, 돼지를 키우신 부모님의 근면 때문이었다. 

대학교 시절의 기숙사 생활도 소박한 것이었다. 

1960년대의 연세대학교의 여학생 기숙사 '알로하'는 작은 가정집 같았고 기숙사 바로 옆에는 채소밭이 있어 고추를 많이 재배하였다. 여학교 동기생과 같이 점심밥을 먹기 전에 고추밭에서 고추를 따서 고추장에 찍어 먹으며 밥을 먹던 시절은 참으로 싱그러웠다. 그때 경이로운 눈빛으로 쳐다보던 기숙사생들은 우리들의 가장 농촌스럽고 원시적인 식성에 놀랐을 것이다.(중략)

 

Queen DB

[Queen 사진_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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