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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Queen 다시보기] 1991년 4월호-봄, 4월 특선 에세이③
[옛날 Queen 다시보기] 1991년 4월호-봄, 4월 특선 에세이③
  • 양우영 기자
  • 승인 2022.07.03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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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4월호

풍부한 고향 사랑의 정신을 심어주는 어머니들이 그리워라!

1991년 4월호-봄, 4월 특선 에세이③
1991년 4월호-봄, 4월 특선 에세이③

 

어떤 잡지사의 청탁으로 전남 강진에 있는 시인 김영랑 선생 생가에 취재 갔었을 때의 일이었다. 강진은 내가 살고 있는 광주시에서 약 1시간 20분쯤 자동차로 달리면 되는 곳에 위치한 바다를 낀 조그마한 군소재지다.

그곳은 인구가 많지 않지만 군민들의 문화 수준이 높고 교육열도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취재 갔을 때 그곳 영랑 생가로 들어가는 길 입구에서 그곳의 위치를 알기위해 어느 중학교에 다니는 남학생을 보고 물었는데, 생각보다도 자상하게 알려 주며 방긋방긋 웃는 모습이 무척 귀여웠었다. 

나는 학생에게 물었다. "···그런데 학생은 이런 시골에서 학교를 다니니까 도시가 부럽지 않는가?"하고, 그러나 그의 대답은 의외였다. "아닙니다. 저는 이곳 강진에서 태어나서 이곳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게 무척 자랑스럽습니다. 그리고 저의 부모님께도 감사드립니다"하면서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게 아닌가! "그래 어떤 점에서 그렇게 생각을 하지?"물으니 "제가 이곳에 태어났기 때문에 이런 푸른 바다를 바라보면서 살 수 있고, 또 영랑 시인같은 훌륭한 분이 우리 고장 출신이니까 자랑스럽고···. 또 이곳에 자랑할 것이 무척 많습니다. 저도 이곳 사람으로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하면서 자신있게 말하는 것이었다. 

그 학생이 어쩌면 내 아들이었으면 하는 생각이들 정도로 오히려 그 앞에 무릎이라도 끓고 예경하면서 칭찬을 해주고 싶었고, 또 어떤 격려의 말을 해주고 싶었다. 

그때 나는 "그래 학생은 매우 훌륭한 학생이다. 어른이 되어서 반드시 이 고장의 훌륭한 인재가 될거야. 공부 열심히 해라"는 말을 남기고 헤어졌었다. 

이 이야기는 어찌 보면 사소한 일이다. 정말 우리나라에서 더군다나 문화혜택을 제대로 받지 못한 시골에 사는 학생이 이렇게 당당하게 소신을 갖고 자기 고장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사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를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그 부모님을 생각해 보았다. 특히 그 어머니는 분명히 교양이 있는 훌륭한 어미니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부모치고 넓은 대도시에 살면서 좋은 학교에 보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만, 생활 그거상 시골에 살면서, 자녀교육만큼은 도시학생들보다도 잘 가르치고 싶었던 그 어머니가 어려서부터 고향에 대한 긍지를 심어주는 의식교육을 시켰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중략)

 

Queen DB

[Queen 사진_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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