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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자이언트스텝에 韓 빅스텝 확실시 ... 중기 이자부담 2.8조 '충격'
美 자이언트스텝에 韓 빅스텝 확실시 ... 중기 이자부담 2.8조 '충격'
  • 김정현 기자
  • 승인 2022.07.13 0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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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p 인상)이 예고된 가운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가가 12일 고물가 방어를 위해 기준금리를 사상 처음으로 0.5%p(빅스텝) 인상할 것이 확실시되면서 기업들의 이자부담도 눈덩이처럼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빅스텝에 나서면 기업들의 이자부담이 약 3조9000억원 증가한다. 특히 중소기업의 충격이 크다. 

중소기업의 이자부담 증가액이 2조8000억원으로 대기업 1조1000억원의 두배를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말 기준 은행의 기업대출은 1125조1959억원이다. 이중 대기업이 194조2764억원, 중소기업이 930조9196억원을 차지했다.

고물가, 고환율, 고금리 등 3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돈을 꾸준히 버는 기업들은 그나마 버틸 체력이라도 있지만 빚으로 연명하는 기업들이나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감당하기 힘든 한계기업들은 그야말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채권전문가 99%는 이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중 64%는 0.5%p를 올리는 빅스텝을 예상했다. 0.75%p 인상의 자이언트스텝을 예측한 전문가도 2%다.

무엇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RB)의 추가 자이언트스텝 가능성이 한은 금통위의 사상 첫 빅스텝이 확실시되는 배경이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한국도 따라 올려야 한다. 미국 금리가 한국 금리보다 높으면 외국인 투자자들의 자금이 국내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1.75%)과 미국(1.50~1.75%)의 기준금리 차이는 0.00~0.25%p 밖에 나지 않는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대비 6% 오르며 1998년 이후 최고로 치솟았고 기대인플레이션율이 3.9%로 0.6%p 급등한 것도 빅스텝의 명분으로 꼽힌다.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금리를 올려 시중에 풀린 자금을 회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대인플레이션 급등과 6% 물가상승률 고려하면 7월 금통위에서 빅스텝(50bp) 금리인상이 단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리 인상은 기업들에게는 가볍지 않은 문제다. 돈을 빌리는 가격이 오르기 때문이다. 

영업이익으로 빚 갚기도 벅찬 한계기업은 문제가 심각하다. 한계기업 비중은 16%로 2년 전과 비교해 약 3.6%p 높아졌다.

빅스텝이 이뤄지면 한계기업 비중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외부감사를 받는 기업 1만7827개를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금리가 1%p 상승하면 일시적 한계기업은 5.4%p 더 늘어났다. 추가로 부담해야 이자비용은 8조69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줄도산이 현실화할 수 있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현재 경제상황은 인플레이션의 우려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우리나라도 기준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금리의 급격한 인상은 한계기업을 양산할 가능성이 높아 자칫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기업들의 자금조달 창구 중 하나인 회사채 시장의 분위기도 가라앉았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채권 값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채권 시장에서 채권 값이 떨어질수록 수익률(채권 금리)은 높아진다. 일반적으로 은행 금리보다 높아야 채권을 사줄 곳이 있어서다. 채권 금리를 부담하는 기업들의 비용 지출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미 채권 금리는 오름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5월 말 회사채(AA-) 3년물의 금리는 3.807%였지만, 지난 11일에는 4.198%로 0.391%p 높아졌다. 1년 전(1.872%) 가격과 비교하면 2배 넘게 비싸졌다.

비우량채로 분류되는 BBB-급의 회사채 3년물은 더 심각하다. 금리가 10.047%까지 치솟았다. 5월 말(9.65%)보다 0.397%p 비싸졌다. 1년 전 가격은 8.243%였다.

이마저도 팔리면 다행이다.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미달' 사태가 발생했다. GS그룹의 계열사 GS엔텍은 최근 총 800억원 규모의 2~3년 만기 회사채 발행에서 200억원만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 침체 우려로 기업들의 신용 등급 강등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신용평가사가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면 기업들의 자금 조달 비용은 더 늘어난다.

기업들은 정부 지원을 호소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기업들의 자금조달 부담이 커지고 있다"며 "정부의 정책지원이 이뤄져야 버틸 수 있다"고 말했다.

 

[Queen 김정현 기자]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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