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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들 새 세입자 구하지 못해 '발동동' ... 급매만 계약되며 '역전세난' 조짐
집주인들 새 세입자 구하지 못해 '발동동' ... 급매만 계약되며 '역전세난' 조짐
  • 김정현 기자
  • 승인 2022.08.29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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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전세 시장에 매물이 쌓이고 거래가 뚝 끊기자 집주인들은 새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계약이 끝난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역(逆)전세난'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전날 기준 서울 전세 물량은 3만4012건으로 한달 전(3만1909건) 대비 6.5% 늘었다. 같은 기간 경기는 5.7%(4만3525건→4만6025건), 인천은 3.3%(1만937건→1만1301건)으로 증가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서울은 55.6%, 경기와 인천은 124.1%, 133.4% 늘었다.

하지만 전세 수요는 늘어난 물량을 받치지 못하고 있다. 지난주 서울 매매수급 지수는 88.7로 떨어지며 2019년 7월29일(88.0) 이래 약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 경기와 인천을 포함한 수도권의 전세수급지수도 87.6으로 하락했다.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입주 물량이 몰린 경기·인천 일대가 비상이다. 올해 하반기 경기도에서는 7만3161가구, 인천에서는 1만8834가구가 입주한다. 전국(18만5858가구) 물량의 절반 수준이 이들 지역에 몰렸다. 

전세 시장은 직격탄을 맞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 수원시 영통구 망포동 힐스테이트 영통 전용면적 84㎡ 매물은 지난 17일 6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7월(8억4000만원)과 비교하면 약 2억원 내렸다. 호가도 5억원까지 내렸다. 수원에는 올해 하반기 경기도에서 두 번째로 많은 물량인 9687가구 입주가 몰린다.

올해 5월 입주한 인천 서구 검단 파라곤 보타닉파크의 전용 84㎡ 전세 매물도 당초 5억원대에 거래되던 매물 호가가 최근 2억4000만원까지 떨어졌다. 인천 서구에는 올해 하반기 인천에서 가장 많은 7958가구가 입주한다. 인천 서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매매에 전세까지 하락하면서 갭투자한 집주인들은 걱정이 많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입주 물량이 많지 않은 서울에도 역전세 위기가 번지고 있다. 잇단 금리 인상으로 전세 대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다. 전세 대출을 받아 이자를 내는 것보다, 월세를 내는 것이 부담이 덜하다는 판단에 전세보단 반전세·월세 수요가 크게 늘었다. 이에 전세 세입자를 구하기 위해 가격을 낮춘 집주인들이 늘며 실거래가도 하락하고 있다.

학군 수요가 받쳐줬던 강남구 대치동에서도 지난해 대비 뚝 떨어진 가격에 거래가 이뤄졌다. 은마아파트 전용 84㎡ 5층 매물은 이달 20일 5억95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지난해 9월 같은 층 매물이 10억5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5억원 가까이 떨어진 가격이다.

현재 학원가에 가까운 은마아파트 전용 76㎡ 매물 '급전세' 이름표를 달고 보증금 6억5000만원에 전세 매물로 나왔다. 같은 면적에 10억원을 부르는 집주인들도 여전히 있지만, 급전세는 수억원 낮춘 값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 강남구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월세 매물은 계속 빠지는데, 전세 매물은 소진이 잘 안 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강북에서도 싼 전세 위주로만 거래가 이뤄지는 분위기다. 서대문구 남가좌동 DMC센트럴아이파크 전용 59㎡ 전세 매물은 이달 4억6300만원~5억5000만원에서 거래가 체결됐다. 지난해 11월 6억8000만원과 비교하면 1억원 떨어진 가격이다. 현재 호가는 5억원 후반~6억원에 형성돼 있지만, 그보다 수천만원에서 1억원가량 낮은 값에 계약이 체결됐다.

전문가들은 전세 약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물건이 계속해서 쌓일 경우 수도권에 이어 서울까지도 역전세난이 심화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기준 금리를 잇달아 올리면서 주택 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하게 된다"며 "연말까지 전세도 약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Queen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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