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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걷기조차 힘든데 아들 버스표를 사러가는 엄마의 마음
[동행] 걷기조차 힘든데 아들 버스표를 사러가는 엄마의 마음
  • 김경은 기자
  • 승인 2022.10.01 1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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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현이의 버스표’
[동행]‘건현이의 버스표’


오늘(1일) 저녁 6시 방송 KBS’동행‘ 377화에서는 ’건현이의 버스표‘ 편이 방송된다.

 

√ 몸도 마음도 지친 엄마의 유일한 희망

올해 4월, 남편이 췌장암과 뇌종양으로 세상을 떠난 후, 홀로 중학교 1학년인 첫째 건현이(14세)와 초등학교 6학년인 둘째 석현이(13세)를 키우는 엄마 순경 씨(45세). 아이들을 위해서라도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며 독하게 마음먹었지만, 사실 순경 씬 중증 퇴행성관절염으로 무릎 통증이 심해 제대로 걷는 것도 힘든 상태다. 어릴 적 다친 무릎은 남편의 병간호를 하며 상태가 악화됐고, 병원에선 지팡이를 안 짚고 다니는 게 용하다는 말까지 들었다.

절뚝거리는 다리로는 일을 구하는 것도, 일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 감사하게도 기초수급비로 생계를 꾸려나가고 있지만, 수급비론 세 식구의 생활비며, 빚을 갚는 것도 빠듯하다. 어려운 생활 속에서 순경 씨가 가장 신경 쓰는 건 바로 건현이의 버스비. 버스비가 모자라 곤혹을 겪고 나서부턴 돈이 생기면 꼭 아들의 버스표부터 마련한다는데... 혹시나 버스비가 없어 아이를 더 힘들게 할까 봐 엄마는 오늘도 마음을 졸인다.
 

[동행]‘건현이의 버스표’


√ 건현이의 버스표

하루에 오고 가는 버스가 몇 대 없는 산골 마을에선 학교에 오가는 것도 쉽지 않다. 중학생인 건현이가 버스 첫차를 타도 학교에 20분이나 늦고, 학교가 끝나고 정류장에 오면 막차도 놓치기 때문이다. 동생 석현이의 초등학교에서 배려해준 덕분에 등교는 초등학교 스쿨버스로 하게 됐지만, 하교할 땐 방법이 없어 친구들보다 일찍 학교를 나와 버스를 타야 한다는 건현이. 하지만 그마저도 고민이 많다.

수술도 못 해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엄마가 버스표를 사려면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해야 하는지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 건현인 한 시간을 걸어와 엄마를 대신해 살림을 도와주고, 밥을 잘 먹지 않는 엄마의 식사를 챙긴다는데... 한편, 동생 석현이의 수학여행을 앞두고 건현인 마음이 심란하다. 아빠가 자신에게 아낌없이 해주시던 것처럼 동생을 넉넉하게 챙겨주고 싶지만 열네 살밖에 안 된 건현이가 할 수 있는 건 별로 없다.
 

[동행]‘건현이의 버스표’


√ 둘째 석현이의 수학여행

경주로 가는 1박 2일 수학여행 때문에 기대에 잔뜩 부푼 둘째 석현이. 수학여행비는 학교에서 부담해 참여할 수 있게 되었지만 첫째 건현이와 엄마는 수학여행 날이 다가올수록 걱정이 커진다. 마음 같아선 새 옷이며 새 신발이며 잘 챙겨 보내고 싶지만, 지금의 사정으로 그런 건 사치다. 아빠가 있었다면 누구보다 잘 챙겨서 보냈을 수학여행. 특히나 아빠를 보내고 기가 죽은 석현이를 생각하면 다른 건 몰라도 먹을 간식과 용돈은 조금이라도 챙겨 줘야 하는데, 일할 곳도 마땅치 않은 요즘. 엄마는 갈수록 속이 탄다. 첫째 건현이 또한 동생 석현이의 수학여행이 좋은 추억으로 남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엄마의 사정을 뻔히 알기에 마음이 복잡하다. 중학생인 건현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버스표를 아껴서 엄마의 부담을 덜어드리는 것. 오늘도 건현이의 하굣길은 여전히 멀다.

KBS1TV ‘동행’은 우리 사회가 가진 공동체의 따뜻함이 불러오는 놀라운 변화를 통해 한 사람의 작은 관심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되짚어보는 프로그램이다.
 

[Queen 김경은 기자] 사진 KBS1TV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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