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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대 박기덕 교수의 ‘멋진 촌스러움’으로 세운 공간
한국외대 박기덕 교수의 ‘멋진 촌스러움’으로 세운 공간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04.03.11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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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대 박기덕 교수의 ‘멋진 촌스러움’으로 세운 공간
Loft Style Home
마을은 유리로 된 벽을 통해 동네의 풍경을 보여주고, 담장을 낮춘 집은 마을에게 공원 같은 경치를 선사한다. 학문과 연구에만 평생을 매달려온 강직한 노교수의 삶처럼, 의도하지 않아도 충분히 멋스러운 집으로 안내한다.
시공 _ 위가건축(02-337-5335)
사진 _ 조준원 기자 진행 _ 이현주 기자

지난해 4월 퇴임을 맞은 박기덕 교수는 영어영문학을 전공했지만 우연찮게 한국어를 외국인들에게 가르치는 일을 시작해 외국어로서의 국어를 가르치는 일에만 평생을 전념해 온 사람이다. 은퇴와 더불어 생긴 삶의 큰 변화 중의 하나가 집을 새로 지은 것.
27년 동안 살아온 집에 대한 애착이 컸지만 아무래도 노후된 집이다 보니 균열과 누수 등의 문제로 골치 아플 때가 많았다. 건축가로 일하고 있는 조카 정철오 씨에게 설계를 의뢰하게 되었고, 누구보다도 교수를 잘 알고 있는 조카는 독신으로 살고 있는 노교수의 라이프스타일을 충실히 반영해 ‘멋진 촌스러움’이 있는 공간을 만들어냈다.


스틸로 된 난간과 대문, 노출 콘크리트 외벽이 현대적인 느낌을 자아내는 건물이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마치 한옥에 들어선 듯 마음이 푸근해진다. 그녀가 소장하고 있는 조병화 시인의 그림과 박두진 선생의 글씨가 모던한 공간 속에서 썩 잘 어울린다. 집을 설계할 때부터 염두에 두었다는 ‘한국적 로프트 스타일’이 곳곳에 녹아있기 때문이었는지도….
이 집의 구조에 있어 한 가지 특징이라면 안과 밖으로 모두 열려 있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2층 높이 되는 거실의 한쪽 벽면은 온통 유리로 만들어져 있어 꼬마들이 과자를 사러 가는 모습이나 마을 사람들이 잔걸음으로 바삐 걸어가는 모습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심지어 1층의 화장실 한쪽 벽면도 온통 유리로 되어 있어 밖에서 혹시 안이 들여다보이지 않을까 노심초사해야 했으니까.
“처음에는 지나치게 사생활이 노출되는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어요. 괜히 유리로 벽을 만들었나 싶은 생각도 들었구요. 그러다가 그들이 내 삶을 들여다보는 게 아니라 내가 그들을 관찰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더니 마음이 한결 편해졌습니다. 생각을 바꾸었더니 마구 쏟아져 들어오는 햇살도 자연이 주는 선물처럼 고맙게 여겨지더군요.”
이 집에는 방이 없다. 1층은 거실과 주방, 2층은 교수의 침실과 서재가 있지만 답답한 벽으로 가려져 구획되어 있지 않고 뻥 뚫려 있는 점이 독특하다. 여러 식구가 어울려 사는 공간이 아니라 독신인 교수가 연구하고 집필 활동을 하면서 일상생활까지 영위하는 공간이기 때문에 구태여 프라이버시를 문제 삼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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