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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대중음악 ‘파실’의 디바 - 칸단 에르체틴
터키 대중음악 ‘파실’의 디바 - 칸단 에르체틴
  • 송혜란
  • 승인 2016.05.27 15: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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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 트래블
▲ 터키 파실의 디바 칸단 에르체틴(사진=김선호 대표 제공)

어느 곳을 여행하든 현지의 음악을 경험하는 것은 그곳의 문화를 이해하는 가장 빠르고 좋은 방법 중의 하나이다. 터키를 여행한다면 파실(Fasil)을 경험하는 것이 그 지름길이다.

파실은 전통성이 강하고 음악적 감성이 풍부한 터키음악으로, 이스탄불 대중문화의 심장이며 단위세포이기도 한 메이하네(meyhane, tavern : 노천 식당 또는 연주가 가능한 까페)에서 주로 부르는 노래이다. 메이하네는 오스만제국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통상적으로 이슬람권에서 음주는 불법이다. 그러나 터키에서는 소수민족의 하나인 그리스계와 아르메니아계는 메이하네에서의 음주가 부분적으로 허용되었고, 이슬람교도들도 비밀리에 이곳을 찾아 술을 마시곤 했다. 지금도 터키는 술과 관련된 광고가 일체 금지되어 있고, 국민의 87%가 술은 입에도 대지 못한다. 아무튼 이렇게 터키에서 음주 가무가 허용되는 영역의 대표적인 노래가 파실인 것이다.

파실은 단체로 어울릴 때는 음악 자체가 때로 정신없기도 하지만, 가수가 혼자 부를 때는 대단히 서정적이고 아름다우며 고혹적이다. 대중적이면서 다분히 통속적인 장르임에도 내용 면에서 잘 뜯어보면 한편의 철학적인 시에 가깝다. 파실을 대표하는 가수를 든다면 칸단 에르체틴(Candan Er?etin)이 있다. 그녀는 이른바 ‘파실의 디바’라는 별칭으로 불릴 정도이다.
칸 단 에르체틴은 터키 본토와는 북쪽으로 조금 떨어진 불가리아 접경지역 키르클라렐리(Kırklareli)에서 태어났다. 1963년생인 그녀는 본래 터키 오리진은 아니고 이민자의 딸이다. 어머니는 코소보의 수도 프리슈티나(Pristina) 출신이며, 아버지 역시 마케도니아의 수도 스코페(Skopje)가 고향이다. 말하자면 칸단 에르체틴은 실제로 동유럽 출신인 셈이다.

그녀는 갈라타사라이(Galatasaray) 공립고등학교에 다녔는데, 이 학교는 커리큘럼 자체가 프랑스어와 터키어 두 가지 언어로 학습하도록 짜여 있는 특이한 학교다. 그녀가 프랑스어 노래를 모국어처럼 잘할 수 있었던 이유이다. 2003년도에 낸 음반을 들어보면, 프랑스의 과거 유명했던 샹송을 마치 프랑스 사람이 부르듯이 아주 멋들어지게 부른다.

칸단은 이스탄불 대학에서 고고학을 전공했다. 1991년에 이르러서야 뒤늦게 이스탄불 시립 음악학교를 졸업하는데, 그곳에서는 클래식 오페라를 전공했다. 1986년, 그녀는 우연히 노르웨이 베르겐(Bergen)에서 열린 유러비젼 송 콘테스트에 터키 대표로 참여하게 된다. 멤버 중에 보컬이었던 멤버 세덴 귀렐(Seden G?rel)이 건축학 시험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참여할 수 없게 되는데, 이 때 그녀가 그 자리를 대신해 ‘Klips ve Onlar’라는 그룹의 한 멤버로 참가하게 된 것이다. 노래 제목은 <핼리(Halley)>였다. 칸단이 뒤늦게 이스탄불 시립음악학교를 가게 된 것은 이 일이 있고 난 뒤, 보다 체계적인 음악교육을 받으려 했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10년 후인 1996년 1월, 그녀는 트라키안을 테마로 하는 ‘Hazırım (I'm Ready)’라는 첫 앨범을 내게 된다. 이 트라키안은 인도-유럽어족을 말하는데, 구체적으로는 유라시아 유목민을 의미한다. 이 음반은 그해 Alem FM으로부터 터키팝 음반 중 베스트 판매상을 받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에 힘입어 이듬해에는 ‘?apkın (Womanizer)’이라는 두 번째 음반을 내는데, 곡은 모두 직접 작곡한 민족 음악을 담고 있다. 이 음반에 수록된 ‘Yalan (Lie)’은 이스탄불FM 으로부터 최고 신청곡상을 수상하는 영예를 안는다.

이후 그녀는 거의 매년 빠짐없이 음반을 내게 되는데, 특히 주목할 만한 음반은 앞서 잠시 언급한 프랑스 샹송 앨범이다. 이 앨범에는 <Parole>, <Ne me quitte pas> 등과 같은 에디뜨 피아프 시대의 유명한 샹송을 직접 편곡해서 불어로 부른 곡이 들어 있다. 이 음반의 부제는 <Candan chante hier pour aujourd'hui>인데 해석하면 ‘칸단은 오늘을 위해 어제를 노래한다’이다. 그녀는 거의 매년 음반을 냈을 뿐 아니라 영화음악에 참여하거나 TV프로그램에 출연해 지속적으로 활동했다. 2013년에는 프랑스 올랑드 대통령으로부터 문화 예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는 명문 갈라타사라이 구단의 부사장이다. 지금 터키에서 누구도 칸단 에르체틴을 이민자의 딸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그녀는 터키의 딸이다.

 

 

 

글 사진 김선호
1958년 강경출생
외국어대학교 문학사, 성균관대학교 문학석사.
(전)IT 관련 공기업 코레일네트웍스 대표이사
(현)라끌로에프렌즈 대표이사.
음악 에세이 <지구촌 음악과 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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