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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가 정과리 교수, 위기의 한국문학 해법을 말하다
문학평론가 정과리 교수, 위기의 한국문학 해법을 말하다
  • 송혜란 기자
  • 승인 2017.03.07 0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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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과리 교수는 문학과 지성 2세대 문학평론가다.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있는 그의 본명은 정명교. 프랑스 문학에 대한 이해를 토대로 한국문학을 연구해왔다. 누군가는 그의 비평에 대해 시대적 징후에 천착해 언어와 현실과의 변증법적 관계를 심층적으로 해명한다고 이야기한다. 새해부터 송인서적의 부도 사실이 알려지며 온 세상이 떠들썩한 요즈음. 정 교수를 만나 현 출판계를 비롯해 한국문학의 위기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도모해 보았다.

취재 송혜란 기자 사진 양우영 기자

연세대 연구실에서 처음 만난 정과리 교수는 역시 평론가다운 화법으로 강한 인상을 주었다. 정부의 출판 정책이나 교육시스템에 대해 시종일관 쓴소리를 이어갔을 뿐 아니라 특정 작가에 대한 호오를 명확히 두는데 전혀 주저하지 않았다. 한사코 인터뷰를 거절한 그이지만 송인서적 부도 이슈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언제 그랬냐는 듯 빠른 호흡으로 열변을 토했다.
송인서적은 국내 2위 규모의 대형 서적도매상으로, 올해 초 도래한 어음 결제를 막지 못해 부도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송인서적 채권단이 파악한 부도 규모는 총 688억 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 중 부도어음 100억원, 출판사 매입채무 277억원, 서점 잔고 212억원, 은행부채 59억원, 도서재고 40억원이다. 이로 인해 중소출판사와 중소서점의 연쇄부도로 이어질 수 있어 그야말로 출판 생태계 붕괴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송인서적의 부도는 그간 출판계의 근본적인 문제들이 쌓이고 쌓여 터질 게 터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에 정부에서 긴급 자금을 대출해 주는 미봉책보다 출판 산업을 살릴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송인서적 부도요? 이번이 처음은 아니에요. 한국 출판시장이 자급체제를 갖추지 못해서 늘 그게 문제예요. 이런 사태가 벌어질 때마다 국가가 개입해서 무엇인가 조절해 줘야 하는데, 문제는 이 출판시장에 있습니다. 한국에는 일반 작가들이 글을 써서 먹고 살 수 있을 만큼의 독서 인구가 절대적으로 부족해요. 건강한 독서문화가 존재해야 하는데…. 한국이 경제적으로는 세계 11위 대국이지만, 독서율로 보면 형편없을 거예요.”

‘송인서적’ 부도로 보는 허점투성이 출판 생태계

건강한 독서문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더욱 심각한 것은 교육시스템이라고 말하는 정과리 교수. 어릴 때부터 문학작품은 물론 책을 많이 읽게 하는 교육체계가 전혀 갖춰지지 않은 점을 비난했다. 꼭 선진국이 아니더라도 외국에서는 초등학교 때 이미 자국의 중요한 시를 강제로 외우게 한다는 점에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어릴 때부터 책 읽는 습관을 들여줘야 해요. 그게 안 되다 보니 한국 사람이 늘 즉흥적이고 단기간에 딱 열심히 했다가 금방 식어버리는, 소위 냄비근성이 자리해 있지요. 생각이 깊지 못해요.”
초중고 때 읽는 책은 교과서가 전부고, 그것도 입시를 위해서 보기만 하는 수준이니 그도 그럴 터. 대학 가서는 술 먹고 노느라, 취직하면 특히 남자들은 골프 치느라 책 읽을 여유가 없다고 하소연한다.
“그러니 허구한 날 외국 바이어 만나서 쓸데없이 잡스러운 이야기만 하다 오지요. 외국인은 바이어쯤 되면 고급 교양 지식은 다 가지고 있을 텐데, 어디 그들과 대화가 가능하겠어요. 독서문화가 형성되지 않으면 출판 시장은 자급자족하기 어렵고, 송인서적과 같은 대형 서적도매상은 또 부도 사태를 일으킬 수밖에 없습니다. 국가가 돈으로 개입해서 조절하는 것은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아요.”
이어 그는 도서정가제 역시 심각성을 드러냈다고 꼬집었다.
“한국은 제도를 바꿀 때마다 늘 상업적인 게 끼어들어서 문제를 더 혼란스럽게 해요.”
옛날부터 있었던 도서정가제는 서점에 자율성을 주기 위해 완화된 바 있다. 그 뒤 인터넷 서점이 대폭적인 할인행사를 시작하며 동네서점이 무너져버렸다. 대형 서점은 할인행사를 하기 위해 마진율을 더 높였고, 출판사마저 줄어든 이득으로 허우적거렸다. 그래서 다시 부활한 게 도서정가제인데, 할인행사가 없어지자 기존과 똑같은 마진율을 고수한 서점에게 막대한 이익이 쏟아졌다. 서점은 도서정가제로 생긴 여윳돈을 어느 정도 상쇄하기 위해 인문학 강연을 열었지만, 도서정가제의 본래 취지가 무색하게도 혜택은 인문학 강연자에게 강연료 형식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일종의 기만이지요. 결국 독자들만 책 사는데 돈이 더 들어가게 됐어요. 도서정가제로 할인행사가 없어져 책이 더 안 팔리니까 출판사는 책값을 올릴 수밖에 없었겠지요. 우리나라 사람이 생각이 부족해서, 의도와 결과가 어떻게 다를지 항상 고민해봐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요. 특히나 한국은 경제적인 편법이 발달한 나라잖아요. 송인서적 안 없어져요. IMF 때도 국가가 개입해 회복시켜줬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늘 임기응변이지요.”

이상적인 교육 시스템이란

결과적으로 독자들이 더 책을 읽을 수 없게 한 도서정가제. 그러나 이는 불과 행정적인 문제에 불과하다. 가장 근본적인 문제와 해결책은 교육 시스템에 있다.
“교육 시스템 내에서 체계적으로 책 읽는 문화를 만들어야 해요.”
유일한 방법은 현 수학능력시험을 자격고사 화하는 것이라고 그는 주장했다. 수능을 단답형이 아니라 에세이, 논술 문제로 출제하자는 것. 이는 미국을 비롯해 이미 모든 선진국에서 시행하고 있는 시험 방식이다.
“우리나라가 미국을 참 많이도 벤치마킹해 왔는데요. 유일하게 안 베낀 게 자격고사입니다. 골치 아픈 거지요. 수능의 모든 과목을 에세이로 시험 보게 하는 것은 사고력을 기르게 하자는 거예요.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책을 읽어야 합니다. 미국에서는 과학자도 인문학 책을 수두룩하게 읽어요. 에드워드 월슨도 소설을 써서 화제가 됐잖아요. 그분이 쓴 책을 보면 수많은 철학책이 인용돼 있어요. 한국의 과학자는 그렇게 못합니다. 머릿속에 과학 지식과 수식만 가득한데, 창의적인 생각이 가능할까요? 그래서 노벨상도 못 받는 거예요.”
대학입학 자격고사 역시 인문학적인 기본 지식을 평가하는 시험이다. 수능 국어에서만 10년에 한 번꼴로 문제 제기가 반복되고 있는데….
“저도 대책회의에 나가고 했는데요. 매번 수능 문제에 이의 제기가 있을 때마다 출제위원장이 사임하고 하는 게 너무나 우스꽝스러워요. 국어에서 나오는 제시문이 문학인데, 문학에는 단답이 나올 수 없어요. 해석의 다양성을 인정해줘야 하는 문학에 대해 문제를 출제하면서 답을 하나로만 두니까 시비가 나올 수밖에 없지요. 국가는 대학입학 자격 정도만 책정하고, 나머지는 대학이 알아서 선발하게 해야 합니다. 채점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결정권만 부여하지 않는다면 공정성도 문제없다고 봐요.”

위기의 한국문학

교육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정비해 건강한 독서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출판시장은 앞으로도 고행을 면치 못할 것이라고 일침을 가하는 정과리 교수. 출판시장의 위기는 곧 문학의 위기이기도 하다. 형편없는 독서율로 인해 한국의 전반적인 문학 수준 역시 저열한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
“한국문학의 수준은 더 말도 못해요.”
1990년대부터 정보통신이 발달하면서 경제뿐 아니라 한국문학에도 세계화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세계화는 한국문학에 있어서는 하나의 위기로 작용했다.
“한국문학이 뭐냐, 한국인이 한국어로 한국에 대해 쓴 게 한국문학이었어요. 독자도 한국 독자밖에 없었지요. 그것을 깨우친 게 세계화가 일어나면서부터죠. 한국문학이 세계문학 안에서 경쟁하려다 보니 문제가 더 심각해졌습니다. 상업적으로 보아도 한국문학은 여러 가지로 미약하지요.”
심지어 국내에서도 무라카미 하루키와 같은 일본 대중 문학가가 쓴 책이나 서양에서 들어온 파울로 코엘료, 베르나르 베르베르 등의 소설만 불티나게 팔렸다. 그만큼 한국문학이 세계문학과 견주어 대중성도 훨씬 부족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렇다면 미학적으로는 뛰어나냐? 그러기에는 세계의 다양한 문학 조류를 경험한 한국 작가들이 드물어요. 이런 말하기 참 불편하지만, 한국문학의 전체적인 수준이 너무 떨어집니다. 그렇다 보니 서점에서 한국문학 작품을 아무도 안 읽어요. 세계화가 되기 전에는 박완서, 박경리 선생님의 작품이 최소 5만부는 팔렸어요. 지금은 한강 작가 빼고는 1만부 이상 파는 한국 작가가 없습니다.”
지난해 멘부커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를 읽은 독자들의 반응에도 그는 꽤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
“<채식주의자>가 7, 8년 전에 나온 작품인데, 아무도 안 보다가 이번에 상 받았다고 막 뜨니까 다 사서 보더라고요. 대부분의 독자가 10장도 안 읽고 무슨 말인지 도통 이해할 수 없어 덮어버려요. 이게 뭣이 중헌디? 한국인의 일반적인 독서 수준으로는 읽기 어려운 소설입니다. 그 정도는 돼야 세계에 나가 경쟁할 수 있는 거예요. 한국에서 잘나가는 것으로는 세계에서 경쟁할 수 없습니다. 영화만 봐도 한국에서 잘 안 봐주는 홍상수, 김기덕 감독이 외국에서는 열렬한 지지를 받잖아요.”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위한 노력들

위기의 한국문학. 한국문학을 세계화하는데 또 다른 장애물로는 번역이 있다. 외국 독자들이 한국문학을 읽기 위해서는 번역본이 있어야 하는데, 아직 세계 출판시장에는 한국어를 잘하는 번역가가 부족한 상황이다. 프랑스에는 그나마 의욕적인 번역가가 있어서 1990년대 이문열, 황석영 선생과 김영하, 이승우 작가 등의 작품들이 여럿 소개됐지만, 2006년을 기점으로 프랑스에서도 한국문학에 대한 관심이 돌연 시들해졌다.
“번역가들이 좋은 작품을 골라 번역해야 하는데, 또 돈 문제가 결부돼 있다 보니 작품성을 보지 않고 상업적으로 승산이 될 작품을 택해요. 프랑스가 한국문학을 등한시한 지는 꽤 오래 됐습니다. 실제로 한국문학 작품을 많이 출판했던 프랑스 출판사 사장과 저녁을 함께 먹을 일이 있어 왜 지금은 한국문학을 소개하지 않느냐고 물어봤어요. 초창기에 굉장히 괴상망측한 작품을 출간했다가 대실패를 했더래요. 어떤 작품인가 했더니 한국에서는 최고급에 속하는 오정희, 김원일 작가의 소설이었습니다. 한국문학의 현실이 그래요.”
그렇다고 당장 범국가적으로 영어를 공용어로 채택할 수도 없는 노릇. 번역의 한계는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다음 세대가 풀어야 할 과제이지요. 앞으로 우리는 불가피하게 두 개의 언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한국어와 세계어. 한국문학이 살아남을 유일한 방법입니다. 최소한 자신의 작품이 어떻게 번역됐는지 스스로가 알아야 하지 않겠어요? 한국어와 세계어의 호환성을 어떻게 진행시킬지는 끊임없이 고민해봐야 할 것입니다.”
그때까지 번역에 의존해야 한다면…. 한국문학의 위기, 그 돌파구는 문학의 작품성과 어느 정도의 대중성으로 독자를 확보할 수 있는 주제에 있다.
“세계인들이 가지는 보편적인 주제여야 해요. 그러면서 세계 작가들이 많이 뛰어들지 않은 주제요. 이승우 작가의 작품처럼 성과 속의 문제를 다루는 거지요. 성과 속은 보편적인 주제이면서 서양인들의 원래 관심사였다가 20세기 들어 점차 잊혔던 거예요. 황석영 선생님 작품의 주제인 ‘참여’처럼 우리가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것을 다시 일깨워주는 것도 좋아요.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주제가 문학성과 만난다면 그래도 세계시장을 뚫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국문학을 보면 볼수록 절망적이라는 정과리 교수. 이에 그 역시 한국문학의 발전을 위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을 거듭해왔다. 가장 먼저 세계에 한국문학을 소개하는 문헌이 빈약하다는 데서 자신의 역할을 찾아냈다. 외국에 한국문학을 일목요연하게 소개하는 문학사를 집필할 계획인 것. 문학평론가인 고려대학교 김인환 교수, 인하대 홍정선 교수와 공동으로 내년 초까지 원고를 마무리하는 것으로 이미 한 출판사와 계약을 완료한 상태이다. 머지않아 그가 정리한 한국문학사를 만나볼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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