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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다도가 라오구 선생과 송기진 도예가, 중국차와 보성덤벙이로 만나다
중국 다도가 라오구 선생과 송기진 도예가, 중국차와 보성덤벙이로 만나다
  • 백준상 기자
  • 승인 2018.06.09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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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다도가 라오구 선생과 도예가 송기진.


중국 최고의 다도가 라오구 선생과 보성덤벙이를 재현하는 송기진 도예가가 함께 만났다.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를 달리고 있는 두 예술가에게 무슨 공통점이 있는 걸까. 서울 청담동 갤러리 민의 주선으로 이루어진 다도가와 도예가의 만남. 마침 청담동 갤러리민에서는 송기진 작가의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취재 백준상 기자 | 통역 조장현(무릉도요) | 사진 양우영 기자 | 취재협조 청담동 갤러리 민


중국차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점증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차의 유명 다도가가 한국을 찾았다.

라오구(老古·45) 선생은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다도가로 탤런트보다 인기가 높다고 한다. 중국을 비롯해 미국 뉴욕, 일본, 한국에서 중국차에 대한 강의를 하고 다회를 진행하며 문화행사와 축제에도 자주 참석해 국제적으로도 명성이 높다.

전 세계에 그의 제자가 3,000명이나 되고 그에게 차를 배우기 위해 1년을 대기하는 것은 기본이다. 1년 대기하고도 차 마시는 기본이 안 되어 있다고 판단되면 제자가 되지 못 하며,  제자가 되어서도 실력이 늘지 않으면 가차 없이 유급을 당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오구 선생에 대한 경외와 찬양이 끊이지 않는 것은 그가 중국의 차 문화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키며 차 문화를 대중화시키는데 큰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는 차 마시기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렸으며, 다회를 단순히 차 마시는 공간을 넘어 문화 공간으로 변모시켰다. 서양문물에 맞서 자신들의 차 문화를 부각시키려는 근래 중국의 문화정책과도 부합되고 있다.
 

중국 최고의 다도가 라오구 선생
 

▲ 중국 다도가 라오구 선생.


“한국은 중국, 일본과 더불어 차 문화가 발달한 곳입니다. 한국 사람들은 본래 차에 대한 타고난 기질이 좋은 데다 태도도 좋습니다. 차와 연결되는 여러 부분에 있어 기본이 좋기 때문에 조금만 보강하면 차 문화가 활발하게 꽃피울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라오구 선생은 한국 사람들의 차에 대한 기본 소양을 높게 평가했다. 그는 젊은 시절 류더화(劉德華) 같은 외모에 차분한 어조를 지니고 있었다. 한 눈에도 심성이 곧고 바른 사람임을 알기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차 전문가로서 주관은 뚜렷하다는 것을 주변사람들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라오구 선생을 아는 송기진 도예가(보성요)는 라오구 선생을 “타고난 심미안을 지닌 데다 차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굉장한 내공을 가진 인물” “인격적으로 성숙하고 흔들림이 없는 인물”이라고 소개했었다.

라오구 선생이 지난 3월 하순 한국을 찾아온 것은 강남의 차 애호가들과 몇 차례 다회를 갖기 위해서였다. 그동안 국내 언론에 그의 존재가 잘 알려지지 않았을 뿐, 그는 이미 한국에 약 10차례 방문하며 한국의 차 애호가들과 다회를 갖고 중국의 차 문화를 전파했던 것이다.

그는 우리가 중국차 하면 으레 생각하는 흑차 계통의 보이차가 아닌, 청차 계통의 암차, 우롱차 분야에 특화된 전문가이다. 암차(岩茶)는 바위에서 자라는 차의 잎으로 만든 차로 예부터 중국에서 제일 알아주는 차인데, 무위산에서 나는 무위암차가 가장 유명하다. 보이차 말고는 다른 중국차를 마셔본 적이 없는 기자에게 그가 만들어준 우롱차는 중국차에 대한 신세계를 알게 하기에 충분했다.

물을 끓여 차를 타고 잔에 내는 그의 행위는 섬세하고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그 어떤 과장이나 어색함이 없어 아주 오래전부터 몸에 밴 행위임을 알 수 있었다. 차를 타는 도구들도 그와 어울려 하나의 완벽한 도(道)의 세계를 구현하는데 일조하고 있는 것 같았다.

“차를 마시는데 도를 닦는 행위 같은 건 없습니다. 차를 타는 행위에서 많은 것이 이뤄지는데, 그것을 통해 그런 느낌을 받는 것 같습니다. 사람이 어떤 일을 하든 그 결과에 대해 생각하고 또 어떤 결과가 나올 수밖에 없는데 결과와 연결 지어 그런 생각들을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는 차 마시기에 있어서 정신적인 부분이 갖는 중요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차가 자신에게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다고 했다. 그는 “차 마시기는 다른 세계, 보다 넓은 세계를 보게 한다”면서 “마치 친구와 같이 차가 자라는 환경을 이해하고 소통함으로써 전 세계, 나아가 우주를 본다”고 말했다.

라오구 선생의 본명은 ‘주제(竹齋)’로 허베이 성 출신이다. 그의 선조들은 중국차의 발상지 중 하나인 쓰촨 성 출신이며, 그는 차를 좋아하는 아버지로부터 4세 때부터 차 마시기를 배웠다고 했다. 그는 원래 예술 분야에 관심이 많았으나 집안의 분위기와는 달라 다른 일을 택했다. 통신회사에서 재무 담당 일을 오래 하였으나 그쪽 분야에 큰 가치를 못 느껴 퇴사했다고 한다.

그러고는 주변 지인들로부터 차를 배우고 싶다는 요청을 받아들여 차 선생으로 나섰다. 지난 2001년에 시작해 2008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사람들에게 차 문화를 가르쳤다. 당시 학교에서 차를 배운 다음 사람들에게 차를 가르치는 강사들은 있었으나, 그처럼 문화·교류를 통해 자연발생적으로 차 모임이 생긴 것은 베이징에서 처음이었다. 그가 사는 공간의 거실에서부터 차회를 시작, 많은 예술 관련 종사자들이 제자로 있으며 지금은 전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유명 다도가가 되었다.

라오구 선생에게 어떻게 하면 좋은 중국차를 마실 수 있는지 물었다. 그는 우선 오염이 안 된 깨끗하고 안전한 차가 기본이라고 했다. 일반 사람들은 농약으로 키운 차가 내는 자극이나 마비에 둔감하다면서 자신의 체질과 안 맞는 차 역시 제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차에 대한 안전성이 확보된 다음에 차의 종류, 차 도구, 사용하는 물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악기들이 조화를 이뤄야 좋은 음악이 나오듯이 차를 마시는 데도 관련된 것들을 잘 활용해야 좋은 차를 맛볼 수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차를 마시는 일은 생각보다 섬세한 일이다. 그는 같은 재료로 만든 찻잔이라도 좁고 높은 잔과 넓게 퍼진 잔에 차를 따라 각각 마시면 같은 차라고 해도 차 맛이나 향이 확연히 다르다고 했다. 다른 재료를 사용해 똑같은 형태로 만든 잔이라 해도 열전도율에 따라 차 맛이나 향 또한 달라진다고 했다.

그는 차를 끓일 때 반드시 연수를 사용해야 하는데 자신이 각 나라 물을 시험한 바로는 한국의 ‘삼다수’ 물이 좋았다고 밝혔다. 그는 차에 있어서도 와인과 마찬가지로 산지에 따라 맛이 많이 다르므로 예민한 감성을 갈고 닦으면 섬세한 맛을 음미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마지막으로 라오구 선생은 도시 사람들이 경제적,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차와 보다 가까이 할 수 있길 바랐다.
 

일본 국보급 보성덤벙이를 재현한 송기진 도예가
 

▲ 송기진 도예가.


라오구 선생을 서울 청담동 갤러리 민에서 인터뷰 하는 날은 공교롭게도 송기진 도예가의 도예전이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날이었다. 보성요 대표이자 보성덤벙이문화복원연구원 이사장인 송 작가는 지난 3월 23일부터 4월 5일까지 갤러리 민에서 ‘보성덤벙이 재현과 창작전’을 열어  큰 호평을 받았다.

덤벙이는 분청사기의 한 종류로서 그릇을 희게 보이도록 기물을 백토물에 ‘덤벙’ 담그거나 백토물을 부어 만든 도자기를 말한다. 일본에서는 덤벙이를 ‘고비끼’라고 하는데, 고비끼 중에서도 최고의 것을 ‘호조고비끼’(寶城粉引)라 하여 보성덤벙이를 명품 중의 명품으로 친다. 임진왜란 전 일본으로 전해진 보성 초벌덤벙이(三好粉引, 松平粉引) 두 점은 일본의 ‘대명물’(大名物=국보급이거나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 대상)로 인정받고 있다.

송기진 작가는 보성덤벙이의 권위자이다. 1998년부터 조선막사발의 세계에 입문해 국내에서는 명맥이 끊기고 알지도 못하던 보성덤벙이를 과거에 가장 가깝게 재현해냈다. 2011년 ‘조선분청사기 원류를 찾아서’라는 조사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해 이론적 기반도 폭넓게 지니고 있다.

“보성덤벙이 제작에 사용되는 초벌덤벙분장 기법은 도자기의 종주국인 중국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우리 선조들께서 창안하신 독창적인 도자제작기법입니다. 초벌덤벙분장 기법을 계승하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보성덤벙이의 멋을 살린 작품들을 출품하였습니다.”

송 작가는 이번 전시회에서 보성덤벙이 다기, 사발, 달항아리 등 100여 점을 선보였다. 기존에 보던 백자와는 색상과 질감이 달라보였는데 무엇보다 덤벙의 백색이 예쁘고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상당히 현대적이고 파격적인 형태의 다완도 선보였는데 중국차를 위한 다기들이었다.

송 작가의 다기들은 중국에서 인지도가 있어 비싸게 팔리는 편이다. 그는 중국에 한국 도자기의 위상을 알리려 몇 차례 보성덤벙이 전시회를 열었으며 그때마다 중국 언론과 차 애호가들의 관심을 끌었다. 보성덤벙이에 차를 따라 마시면 바닥에 아름다운 무늬가 만들어지고 오래 쓰면 쓸수록 맛과 멋이 살아나는 다기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보성덤벙이에 사용되는 보성 도촌리의 점토에는 철분을 많이 함유한 맥반석 성분이 많아 차에 쓴맛을 내는 타닌을 중화시켜 차 맛을 순하고 하고, 그릇에서 뿜어져 나오는 원적외선이 차 맛을 깊고 그윽하게 만드는  것이다. 일본 사람들 역시 보성덤벙이의 그러한 비밀을 오래 전에 알고 국보급 문화재로 지정했던 것이다.

“한국의 차 도구는 중국과 달라 중국차를 마시기 위해서는 다소 교정이 필요하다”는 라오구 선생도 송 작가의 다기는 중국차와 잘 어울린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차 도구는 잘 찾아보면 중국차와 잘 맞는 것도 있겠지만 중국차에 맞게 조금 달라져야 합니다. 송 작가는 오래전부터 중국차에 대해 알아 그에 맞게 조형에 변화를 준 작품들도 만듭니다. 예술적 표현을 잘 담아내는 작가로, 끊임없이 변화하며 높은 완성도에 접근해가고 있습니다.”
 

중국차와 보성덤벙이의 어울림

보성덤벙이는 완전함을 추구하는 그릇은 아니라고 한다. 조선 초기 민간에서의 백자 제작과 사용을 금했던 시절, 도공들이 백자가 아니면서 백자 멋을 내려고 초벌덤벙분장 기법으로 불과 30년만 제작하다 중단한 그릇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름도 없었고 제작기법도 전해지지 못했다.

하지만 그 불완전함에서 비롯된 수많은 변화들이 생각지도 못했던 미감과 기능성을 형성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까다롭기로 유명한 일본 다도계와 고미술계에서 최고의 격을 갖춘 그릇으로 평가받고 있는 것이다.

조선에서 가뭇없이 사라졌던 초벌덤벙분장 도자를 한·중·일을 오가며 옛날 재료와 형태, 모양, 색감에 대한 역사사실을 알아내고 그를 토대로 하여 보성덤벙이 도자기를 재현하고 발전시켜 나가고 있는 송기진 작가는 앞으로도 보성덤벙이를 더욱 발전시키고 세계에 알려 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2012년 처음 송기진 작가와 만나 가까워진 라오구 선생도 그런 그의 작업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송기진 선생님의 작품은 미묘하고 섬세한 백색을 바탕으로 일종의 강력하고 평온한 힘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의 완성도는 천천히 사용하는 과정을 통하여 사용자와의 관계를 형성한 후에야 점차적으로 나타나며, 이러한 변화의 가능성은 이를 사용하는 우리에게 많은 깨달음을 가져다줍니다.” (Queen 2018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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