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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운서 유영미, 남편과 함께 두 번째 청춘 누리다
아나운서 유영미, 남편과 함께 두 번째 청춘 누리다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10.05.24 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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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미 아나운서의 최고 강점은 전달력이다. 앵커의 똑 부러진 전달력이라기보다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편안하게 전해질 수 있는 듣기 좋은 음성. 그렇다 보니 그녀를 롤 모델 삼는 후배 아나운서가 한둘이 아닐 것이다. 단순히 아나운서의 모습만이 아닌 프로그램을 맡으면 철저하게 몰입하는 열정…. 봄 개편부터는 ‘유영미의 언제나 마음은 청춘’에서 진행뿐 아니라 프로듀서까지 겸하게 됐다.
자신보다 앞선 세대를 대하는 방송이라 어쩌면 가장 소통하기 힘들 수도 있을 텐데, 그이는 뒤늦게 대학원에 입학해 노인학을 전공하는 열정을 보였다. 지난 15년간 SBS 라디오 ‘유영미의 마음은 언제나 청춘’을 진행하면서 가장 닮고 싶은 어른을 수없이 만나왔다는 그이. 삶의 가르침을 준 어른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려 공부를 하고 일본 등지를 다니면서 자료까지 수집하며 이번에 책 ‘두 번째 청춘’도 발간하게 됐다. 만나온 어른들은 정치계의 거물도, 경제계의 주요 인사도 아니었다. 그저 만나면 행복해지고 삶의 지혜가 묻어나는 우리네 어머니, 아버지였다.
“청춘시절에는 꿈을 먹고 살고, 중년이 되어서는 꿈을 이루고 살고, 노년이 되어서는 그 꿈을 나누어주며 산다”는 말이 있다. 인생의 각 계절은 이렇게 모두 가치 있고 의미 있는 일인데, 우리는 젊음만을 최고의 가치이자 특권으로 여기며 노년을 폄하하는 것 같아 늘 불만이었다는 그이. 어쩌면 이때부터 노인학을 공부하고 글을 쓰기 시작했는지 모르겠다. 때로는 냉정하게, 때로는 너그럽게 자신을 들여다보고 동반자 남편까지 바라봤을 그이는 치열하게 일하고 뜨겁게 사랑해온 지난 시절을 돌아보며 앞으로의 시간까지 다짐해가고 있다.

부부, 함께 늙어가는 평생의 동반자
모 기업체에서 임원으로 있는 남편 이용식 씨와 올해로 결혼 20주년을 맞은 그이의 모습은 봄 햇살만큼이나 설레어 보인다. 시니어(Senior) 방송을 오랫동안 해왔지만, 아직도 소녀다운 자태와 감성을 고스란히 간직한 그이라 그 어떤 것도 쉽게 지나칠 수 없는 마음이다. 나이로만 보면 어느새 중년. 어쩐 일인지 이들 부부에게선 그 흔한 권태도 느껴지지 않는다.
서로를 사랑하고 의지함으로 인생을 잘 헤쳐나갈 수 있다는 시작. 결혼식장의 신혼부부보다 더한 꿈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이들 부부의 모습은 마냥 부럽기만 하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후배에게 아내를 소개 받았어요. 7년 정도 연애를 했죠. 요즘처럼 휴대전화가 있었던 것도 아니고, 일주일에 한 번 보면 많이 보는 정도였어요. 그렇다 보니 싫증이 날 겨를이 없었죠(웃음).”
연애할 당시, 1백 통이 넘는 편지를 주고받았던 이들 부부. 편지는 주로 남편 이용식 씨가 썼다. 그때 두 사람만의 기록은 지금까지도 고이 간직하고 있다.
“우리의 연애는 열렬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 너무 잔잔했지. 사실 나는 폭풍 같은 연애를 꿈꾸기도 했어” 하는 아내의 재치 있는 겸손(?)에 남편은 언제나 짓던 그 웃음으로 “파탄 나는 가정을 보면 대부분 갑자기 불같은 사랑이 다가와서 그런다더라”고 맞받아친다. 살아오면서 잡음이 없진 않았겠지만 이들 부부에게는 작든 크든 그 시간마저 사랑과 웃음으로 덮어냈을 것이다.
“저희 부모님이 리마인드 웨딩을 하셨거든요. 70세가 넘어서 웨딩드레스와 턱시도를 입고 결혼식을 다시 올리셨는데, 참 좋아 보였어요. 우리도 결혼 50주년이 되면 다시 결혼식을 올리고 싶어요.”
부부에게는 중학교 3학년이 된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딸 선재가 있다. 서로가 평가하는 부모로서의 모습은 어떨까.
“아내는 딸과 친구 같아요. 딸 앞에서 근엄하거나 완벽한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편하게 대하죠. 인격체로서 존중해준다고 할까요. 마치 자매 같아요. 방송가에는 기 센 사람들이 많은데, 아내는 그렇지 않아요. 무척 여성스럽죠. 언제 어디서나 제 편을 들어주는 고마운 사람이고요. 전 남편으로서 크게 장점이 없어요. 하지만 가정일을 많이 도와주려고 하는 자칭 페미니스트죠. 물론 자칭이라는 게 문제지만(웃음).”
남편의 말을 받아 재빠르게 남편을 감싸는 아내. “아직도 호기심이 가는 남자”라며 웃음지었다. 아직까지 탐구할 게 많은 남편은 딸에게만큼은 아낌없는 사랑을 쏟아붓는 좋은 아빠라고.
“예전에는 ‘남편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나일 것이다’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딸인 것 같아요. 가끔 저도 ‘우리 아버지와 남편 중 어느 사람이 나를 더 사랑했을까’라는 생각을 하는데, 딸 선재도 나중에 결혼하면 그런 생각을 할 것 같아요.”
딸에게 “정의롭게 살자”라고 곧잘 말을 건네는 자상한 아빠. 정의로운 자가 반드시 승리하는 건 아니지만, 불이익을 조금 당하더라도 떳떳하고 정직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하지만 엄마는 딸에게 “행복하게 살라”고 말한다. 책읽기를 좋아하고 글쓰기를 잘하는 선재가 좋아하는 일을 찾아 전력투구도 할 줄 아는 보다 현명한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엄마의 욕심도 내비친다.


열정 가득한 인생, 후반전도 늘 지금처럼
노년이 되면 통장의 돈은 줄어들고 시간은 많아지는 나날이 계속된다. 그만큼 부부가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 하지만 은퇴하기 전까지는 하루 종일 얼굴을 맞대고 있는 적이 없었던 터라 서로가 불편하다. 아내는 “저나 나나 함께 늙어가는데 언제까지 상전으로 받들란 말이냐”며 토로하고, 남편은 예전 같은 대우가 없어진 것 같아 불만이다. 유영미 아나운서는 “60세 이후의 인생을 배우자와 오래도록 해로하고 싶다면 몇 가지 원칙을 만들어 함께 실천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부부가 대화를 많이 해야 해요. 너무나 당연한 해법이지만, 30년을 살아도 여전히 대화하는 방법을 모르는 부부가 많아요. 여성들은 구체적으로 자신의 요구를 표현해야 하죠. ‘우리가 30년 이상을 함께 살았는데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에요. 남자들은 말을 하지 않는 이상 절대 모르니까요. 은퇴 후의 남성들은 가사노동의 분담에 적잖이 자존심 상해하는 경우가 있어요. 떠받드는 것을 당연히 여겼던 지난날이 그리울 뿐이죠. 그럴 때일수록 아내들은 마음만 상해할 것이 아니라, 애정을 담아 ‘여보, 쓰레기 분리수거를 해야 하는데 버려줘요’라며 다정하게 말해야 해요. 또 ‘따로 또 같이’와 같은 부부 모델을 인정해야 해요. 같이 즐길 수 있는 것은 함께하되, 혼자만의 시간을 두려워하지 말고 서로의 취향을 존중하는 거죠.”
부부관계는 뭐든 투명한 게 좋다. 겸손할 필요도 없고, 오버할 필요도 없다. 서로를 사랑하는 마음, 배려가 있으면 몸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기 때문이다. 그이가 남편을 두고 한 “아직도 호기심이 가는 남자”라는 말, 괜한 말이 아니었던 것 같다. 서로를 연구하고 호기심을 갖다 보면 그게 연장이 되어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 그 관심이 이어진다는 여자의 현명한 믿음 같기도 했다.
“저희 부부는 지금처럼만 간다면 더 깊은 사이가 될 수 있겠죠(웃음).”

아름다운 변화, 아름다운 동행
“우리 부부는 중년이잖아요. 첫 번째 청춘을 치열하게 보냈다면, 두 번째 청춘은 우리가 기획하고 꿈꾸며 살아야 하는 나이인 것 같아요. 살아온 것들을 뒤돌아보고, 남은 인생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 생각해야죠. 지금까지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살아왔다면 앞으로는 보다 내 자신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 삶을 살 거예요. 성공에 대한 개념도, 나 자신이 무엇에 가치를 두는가에 중심을 두는 나이가 오는 거죠.”
부부는 지난해 원시(遠視)가 오기 시작하면서 나이가 들어간다는 사실을 몸으로 느끼고 있다. 독서가 취미인 이용식 씨는 돋보기를 쓰기 전에 많은 책을 읽어두기로 결심했다. 현명한 유영미 아나운서는 그저 ‘올 것이 왔구나’라는 마음으로 그 변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다.
“건강하게 늙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얼굴 모습보다 중요한 건 마음이 늙지 않는 거죠. 사람이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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