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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 속 사회 약자들 "코로나19는 건강 문제가 아니라 생계의 문제다"
편견 속 사회 약자들 "코로나19는 건강 문제가 아니라 생계의 문제다"
  • 김정현 기자
  • 승인 2020.06.09 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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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에 위치한 중국동포교회 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8명이 파악되자 서울시와 구로구 등이 8일 오후 해당 교회를 폐쇄하고 교회방문자와 신자 등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벌이고 있다.
서울 구로구 가리봉동에 위치한 중국동포교회 쉼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8명이 파악되자 서울시와 구로구 등이 8일 오후 해당 교회를 폐쇄하고 교회방문자와 신자 등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벌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하루 벌어 하루 사는 일용직·이주노동자 사회에 집단감염을 일으키면서 사회적 약자들을 파고들고 있다. 이들에게 코로나19는 건강의 문제가 아니라 생계의 문제다.

9일 서울시 구로구에 따르면 가리봉동의 중국동포교회 쉼터 거주자 중 최소 9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방역당국이 전수조사를 진행하고 있어 확진자는 더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주민과 외국인 노동자는 대표적인 코로나19 취약계층이다. 구로구 관계자는 "이주민 쉼터는 남자방과 여자방, 큰방 2개로만 이뤄져 있고, 바닥에 매트리스를 깔고서 생활했다"며 "거리를 두고 생활하는게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취약계층이 집단감염에 노출되는 사례는 최근들어 반복되고 있다. 서울 구로구 콜센터와 쿠팡 부천물류센터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콜센터는 근무환경이 열악한 곳이다. 수백명의 상담원들이 환기도 제대로 되지 않는 공간에서 1m도 안되는 간격으로 붙어 앉아 하루 종일 전화 상담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감염병에 취약하다.

실제로 콜센터 노동자들은 철마다 독감 등 유행성 질환을 집단으로 앓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더욱이 이들은 대부분 하청업체 소속이라, 최소한의 위생을 개인이 책임져야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쿠팡 부천물류센터 일용직 노동자들에게도 아프다고 쉬라는 것은 사치에 불과하다. 이들에게는 생계가 달려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취약계층이 코로나19 확산의 매개지가 되는데에는 노동 및 거주의 현실과 방역의 괴리가 적지않게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아프면 쉬라는 지침도 중요하지만 그 보다 우선인 것이 일터 내에서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보장할 수 있도록 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이들을 더더욱 아프게 하는 것은 사회적 편견이다. 일상을 살아가는 시민들의 비대면 서비스 욕구가 높아질수록 일용직 노동자들에게 더 많은 노동이 요구되지만 확진자만 발생하면 마치 자신들을 슈퍼전파자로 보는 사회적 시선이 아프게 다가온다.

실제로 중국동포교회 쉼터 거주자들은 벌써부터 자신들을 바라보는 편견을 걱정하고 있었다. 실제로 관련 기사 댓글에는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 "공공의 적"이라는 혐오 표현이 무더기로 달렸다.

이들도 관악구 노인 건강용품 판매업체인 리치웨이로부터 감염된 피해자인데 말이다. 이들은 일반 시민들이 일하기 꺼려하는 건설노동현장이나 단기 아르바이트를 해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가 코로나19에 대한 경계심을 너무 일찍 푼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교훈으로 삼아야하는 사례는 싱가포르의 경험이다. 싱가포르는 지난 3월 중순까지 방역 모범국으로 분류됐지만, 개학 이후 유치원에서 발생한 집단감염을 시작으로 누적 확진자만 3만7000명이 넘는다.

특히 이주노동자 등 방역 사각지대가 명확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자국민만 우선한 경향이 컸다. 우리나라도 취약계층에 대한 선제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재유행이 대규모로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은 정례브리핑에서 "5월 이후 지속되는 수도권 집단감염이 장소와 상황을 옮겨가면서 연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며 "코로나19는 전파 속도가 굉장히 빠르고 무증상, 경증으로 인한 조용한 전파가 계속돼 언제든지 취약계층으로 전파될 상황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Queen 김정현 기자]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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