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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엄빠되고 소키우고 농사짓고…23살 동갑 신승재·천혜린 부부 슬기로운 농촌생활
[인간극장] 엄빠되고 소키우고 농사짓고…23살 동갑 신승재·천혜린 부부 슬기로운 농촌생활
  • 이주영 기자
  • 승인 2020.06.29 07: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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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괴산의 작은 시골마을. 환갑도 청춘이라는 농촌마을에 소를 키우며 살아가는 스물셋 동갑내기 부부, 신승재(23) 씨와 천혜린(23) 씨.

농수산대학에서 만난 승재 씨와 혜린 씨는 대학생 신분으로 일찌감치 엄마 아빠가 된 부부다. 

또래들이 한창 취업 걱정을 하면서 자기소개서를 쓸 때, 소를 키우고 감자밭을 매며 영농일기를 써내려가는 부부. 그들에겐 무슨 사연이 있는 걸까?

이번주(6월29일~7월3일) KBS 1TV <인간극장>에서는 ‘동갑내기 영농일기’ 5부작이 방송된다. 동갑내기 부부의 슬기로운 농촌생활, 그 유쾌한 영농일기를 만나보자.

KBS 인간극장 ‘동갑내기 영농일기’
KBS 인간극장 ‘동갑내기 영농일기’

◆ 우리는 스물 셋, ‘농사가 체질’

작년 겨울, 환갑도 청춘이라는 농촌 마을에 평균 연령을 확 낮춘 젊은 부부가 둥지를 틀었다.‘농사가 체질’이라는 스물 셋 동갑내기 신승재(23), 천혜린(23)씨다. 

고추밭 비닐 치다가 티격태격, 감자밭 비료뿌리다 티격태격하다가도 누군가 트로트 한 소절 부르기 시작하면 쿵짝이 따로 없는 천생연분! 볼수록 야무져서 지나가던 동네 어른들도 농사비법 하나씩 던져주고 오늘도 이 젊은 부부는 톡톡 튀는 영농일기를 써 내려간다. 

승재 씨는 스물 셋 나이에 세 식구의 가장이자 한우 80마리를 보살피는 축사의 주인이 됐다. 꿀 같은 아침잠도 포기하고 새벽부터 일어나 소밥부터 챙기는 승재 씨. 얼마 전부터는 가축인공수정사 자격증도 따서 마을 곳곳 축사로 출장 다니며 누구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부지런한 건 남편보다 혜린 씨가 한 수위. 남편 입맛에 맞는 닭볶음탕은 기본 손 많이 가는 이유식도 척척 만들고 남편이 바쁠 때는 틈틈이 축사 일도 하는 그야말로 억척 며느리. 아기가 백일을 갓 지났을 무렵엔 시아버지 졸라서 감자 농사도 오백 평이나 시작했단다.

또래들은 한창 미래를 고민하고 꿈을 찾아갈 나이인데, 이 젊은 부부는 어떻게 일찌감치 농촌에 자리를 잡게 된 걸까? 

KBS 인간극장 ‘동갑내기 영농일기’
KBS 인간극장 ‘동갑내기 영농일기’

◆ 세상에서 하나뿐인 프로포즈 '나랑 소 키울래?‘

괴산은 승재 씨 부모님의 고향이다. 평생 소를 키워온 부모님 그 뒤를 잇고자 승재 씨는 농수산대학교 축산학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새벽같이 일어나 소밥주며 여간 부지런하면 안되는 축사일이 철부지인 후계자에게는 아직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 그를 180도 바꾼 여인이 있으니... 학교 체육대회, 씨름경기에 선수로 출전한 혜린 씨다.
여린 몸으로 씨름을 할 수 있을까 싶던 찰나, 그녀는 몸집이 두 배는 돼 보이는 상대를 그대로 메다꽂았다. 함께 소 키울 여자가 이상형이었던 승재 씬 그런 혜린 씨를 보자마자 ‘이 여자다’ 싶었단다. 

며칠 가슴앓이를 하다 대학 게시판에 글을 올렸다. “씨름 대회 여자 우승자를 찾습니다” 식량작물학과에 다니는 천혜린(23), 같은 학번이라는 것도 알아냈고 우연을 가장한 술자리에서 어렵게 통성명을 했는데 어쩜 생일까지 똑같았다.

시골 출신이라는 공통점 때문인지 말이 잘 통했던 승재 씨와 혜린 씨. 호리호리한 체격에 때론 어리바리해 보이지만 마음먹으면 끝장을 보고야 마는 집념으로 승재 씬 철벽같던 혜린 씨 마음도 열었다. 

그렇게 2년 동안 뜨거운 연애를 한 두 사람. 졸업하면 결혼해서 평생 소 키우고 농사지으며 살자며 약속도 했다. 그런데 어디 인생이 착착 계획대로 되던가? 졸업도 하기 전에 혜린 씨가 덜컥 임신을 한 것. 두렵기도 했지만, 둘이 함께면 다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았다.

KBS 인간극장 ‘동갑내기 영농일기’
KBS 인간극장 ‘동갑내기 영농일기’

◆ 농부의 딸,  황소며느리 되다

늦둥이 장가간다니, 손주보고 싶으셨던 시부모님껜 허락을 받았지만 친정아버지에게 고백하러 갈 생각을 하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던 혜린 씨. 누구보다 아버지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자란 농사꿈나무였기에 아버지의 ‘실망감’은 불보듯 뻔했다. 갓 스물에 결혼해 혜린 씨 남매를 낳고 낮에는 중장비 기사로 퇴근하면 곧장 논으로 달려가 농사를 짓던 아버지였다.

학창시절, 아버지의 농사를 도우며 논에서 잔뼈가 굵었다. 몸이 상해도 쉬는 법 모르던 아버지, 그런 아버지와 함께 농사지으며 살겠다는 꿈을 품고 들어간 농수산대학 식량작물학과였다. 

아버지가 배신감을 느끼실까 연애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안했는데 덜컥 임신을 했다고 하면 아버지는 뭐라고 하실까 생각하니 막막했다. 승재네 땅문서에 축사 문서까지 들고 찾아갔지만 둘 다 꼴보기 싫다는 아버지의 말. 하지만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했는가? 아버진 결국 백기를 들었다.

그렇게 양가 부모님께 허락을 받았고 곧바로 혼인신고를 했다. 그리고 지난겨울, 사랑스러운 아들, 재호가 태어났다. 이제 아기까지 세 식구. 승재 씨 부모님이 지내던 축사 옆 건물에서 
신접살림을 시작했다. 

KBS 인간극장 ‘동갑내기 영농일기’
KBS 인간극장 ‘동갑내기 영농일기’

◆ 우리들의 슬기로운 농촌생활

농업학교에서 배운 농업지식과 부지런히 삶을 일궈온 부모님에게서 농사 노하우까지 배우니 
그야말로 ‘슬기로운 농촌생활’이 가능해졌다. 한적한 시골이지만, 배울 것이 너무 많아 매일이 새롭다는 부부. 가을이면, 난생 처음으로 애지중지하며 직접 키운 소를 우시장에 출하할 생각에 벌써부터 설렌단다. 가축인공수정 출장도 다니고 소들 태울 튼튼한 새 트럭도 장만했다.

바야흐로 모내기 철, 승재 씨는 생애 처음 나의 논도 갖게 됐다. 소는 키워도 농사는 싫다더니 가장이 되고 달라진 걸까? 이앙기 운전까지 배워가며 시작한 첫 모내기 도전. 내친김에 혜린이 없이 모내기할 장인어른을 위해 처가댁 모내기도 도와드리러 전남 벌교들판으로 달려가는데... 불꽃 카리스마로 승재 씨를 사시나무 떨게 하는 장본인. 장인과의 2박 3일은 무사할 것인가?

클럽도 없고 그 흔한 카페도 없지만 그보다 산이 좋고 들이 좋다는 부부. 농사와 축사일 살림과 육아, 뭐 하나 쉬운 것이 없지만 함께 있는 시골이 어디보다 좋단다. 부부의 영농일기는 ‘청춘’이라는 빛나는 이름으로 쓰여지고 있다. 

보통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 특별한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를 표방하는 KBS 1TV ‘인간극장’은 매주 월~금 오전 7시 50분에 방송된다.

[Queen 이주영 기자] 사진 = KBS 인간극장 ‘동갑내기 영농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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