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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제주 성산 ‘엄지 어멍’ 오연옥 여사…당번 정해 돌보는 아홉 오누이
[인간극장] 제주 성산 ‘엄지 어멍’ 오연옥 여사…당번 정해 돌보는 아홉 오누이
  • 이광희 기자
  • 승인 2021.11.22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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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지 어멍과 아홉 오누이 / KBS ‘인간극장’
엄지 어멍과 아홉 오누이 / KBS ‘인간극장’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사는 오연옥(93) 할머니. 3년 전, 치매 판정을 받은 연옥 할머니 곁에는 하나둘 모여든 아홉 오누이가 함께다. 당번을 정해 어머니를 돌보는 아홉 남매. 오늘의 당번은 넷째 임영희(62) 씨인데…. 오랜만에 어머니와 함께 나선 나들이에서 기억을 잃은 어머니의 모습에 눈물을 흘리고 만다.

이번주(11월 22~26일) KBS 1TV <인간극장>은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오연옥(93) 할머니와 치매 판정을 받은 어머니를 보살피려 모여든 아홉 남매의 이야기를 그린 ‘엄지 어멍과 아홉 오누이’ 5부작이 방송된다.

엄지 어멍과 아홉 오누이 / KBS ‘인간극장’
엄지 어멍과 아홉 오누이 / KBS ‘인간극장’

 

붙잡으려고 아무리 애써도 붙잡히지 않는 기억. 치매 판정을 받은 어머니의 흐릿해진 기억을
다시 돌려드리기 위해 똘똘 뭉친 9남매가 있다. 그 주인공은 ‘엄지 어멍’ 오연옥(93) 할머니와 그녀의 보물인 아홉 오누이다.

제주도 성산일출봉을 마주 보며 살아온 오연옥 할머니. 스무 살에 만난 잘생긴 영감님은 동네 이장일로 바빠 돈벌이엔 무심했고, 그 바람에 생계를 독박으로 짊어진 할머니는 슬하에 1남 8녀를 건사하기 위해 해녀로 전복죽 장사로 일생을 보냈다.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단단한 성정으로 삶을 헤쳐 나가는 연옥 할머니에게 사람들은 작지만 제일 단단한 엄지손가락을 닮았다며 ‘엄지 어멍’이라 불렀다.

그토록 강인한 어머니, 연옥 할머니에게도 ‘영원’은 없었다. 아흔을 넘어서면서부터 점점 희미해지는 기억 속을 헤매던 어머니는 결국 3년 전, 치매 판정을 받았다. 연옥 할머니는 더 이상 혼자서 생활하실 수 없게 됐고,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 앞에서 가족들은 망연자실했다. 그러나, 슬픈 현실에 백기를 드는 대신 아홉 명의 자녀들은 똘똘 뭉쳐 이 난관을 극복해보기로 했다.

가장 시급한 일은 ‘혼자 둘 수 없는 어머니를 어떻게 모실 것인가’ 하는 것. 아직은 모두 경제활동을 하는 상황이라 누구 한 사람에게만 희생을 강요할 수도 그렇다고 어머니를 벌써 시설에 맡길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머리를 맞댄 끝에 가족들은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당번을 정해 돌아가며 어머니를 모시기로 했다. 하나도 둘도 아닌 ‘아홉’ 명의 오누이가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덕분에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는 연옥 할머니 집! 때로는 ‘시끄럽다~ 조용히 해라~’고 외치는 연옥 할머니지만 자식들이 있어 누구보다 든든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세월에 녹슨 어머니의 기억을 붙들고 눈물만 흘리기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머니와의 새로운 추억 쌓기에 여념이 없는 자녀들. 자녀들과 새로운 기억의 퍼즐을 한 조각씩 만들어가는 ‘엄지 어멍과 아홉 오누이’의 한 편의 동화 같은 일상을 들여다본다.

엄지 어멍과 아홉 오누이 / KBS ‘인간극장’
엄지 어멍과 아홉 오누이 / KBS ‘인간극장’
엄지 어멍과 아홉 오누이 / KBS ‘인간극장’
엄지 어멍과 아홉 오누이 / KBS ‘인간극장’

 

◆ 성산의 엄지 어멍, 오연옥 여사님!

오연옥 할머니(93)는 제주도의 아름다운 문화유산, 성산일출봉을 터전으로 평생을 살아왔다. 태어난 지 한 달 만에 어머니를 여의고 외할머니 손에서 자란 할머니는 열다섯 살에 물질을 배워 해녀로 성장했다. 스무살에 잘생긴 남편 임창하 할아버지를 만난 할머니. ‘아들 셋은 낳아야 한다’는 시어머니 당부를 실현하려고 애썼지만, 끝내 시어머니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1남 8녀를 둔 동네 제일의 딸부자가 됐다.

그러나 영감님은 동네 이장으로 마을 일에만 앞장섰고 돈벌이에는 무심해, 연옥 할머니는 독박으로 생계를 책임져야 했고, 9남매 입에 풀칠하기 위해 물질에, 소라 장사에, 전복죽 장사까지 평생 안 해본 일이 없었다.

작고 왜소하지만 엄지손가락처럼 단단하다고 해서 붙은 별명이 ‘엄지 어멍’. 억척스레 아홉 오누이를 건실하게 길러내고 아흔이 다 되도록 자녀들의 정신적 지주로 우뚝 서 계시던 연옥 할머니는 그러나 3년 전, 치매라는 인생의 복병을 만나고 말았다.

엄지 어멍과 아홉 오누이 / KBS ‘인간극장’
엄지 어멍과 아홉 오누이 / KBS ‘인간극장’
엄지 어멍과 아홉 오누이 / KBS ‘인간극장’
엄지 어멍과 아홉 오누이 / KBS ‘인간극장’

 

◆ '모여라 모여' 아홉 오누이!

방금 마신 커피를 또 달라고 하고, 은행에서 찾아온 돈을 어디에 두었는지 까맣게 잊어버리는가 싶더니 평생을 살아온 성산리에서 길을 잃기 시작한 연옥 할머니. 연옥 할머니는 3년 전, 치매 판정을 받았다.

어머니를 더 이상 혼자 집에 둘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자녀들은 대책회의를 소집했다. 아직은 모두가 경제활동을 하는 상황이라 누구 하나 종일 어머니에게 붙어있을 사람이 없었고, 그렇다고 어느 한 사람에게만 희생을 강요할 수도 없었던 9남매. 오랜 고심 끝에 자녀들은 낮에는 어머니를 주간보호센터에 보내고, 나머지 시간은 당번을 정해 돌아가며 어머니를 모시기로 했다.

월요일은 첫째 명오 씨, 화요일은 넷째 영희 씨, 수요일은 아홉째 명애 씨, 목요일은 다섯째 자 씨, 금요일은 여섯째 명옥 씨, 토요일은 일곱째 명실 씨, 일요일은 여덟째 명원 씨.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어머니를 주간보호센터에 보내는 아침 시간과 밤 9시부터 취침까지는 며느리 성순 씨가 책임지고, 서울에 사는 둘째 명숙 씨는 1년에 두 번 정도 내려와 나머지 형제들에게 휴가를 주기로 했다. 

지난 2월 마을 이장에 취임한 하나뿐인 아들 영철 씨는 일하는 짬짬이 찾아와 아들 바라기인 어머니 기력을 북돋운다. 아홉 오누이는 그렇게 각자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치매로 기억을 잃어가는 어머니의 든든한 수호천사가 됐다.

엄지 어멍과 아홉 오누이 / KBS ‘인간극장’
엄지 어멍과 아홉 오누이 / KBS ‘인간극장’
엄지 어멍과 아홉 오누이 / KBS ‘인간극장’
엄지 어멍과 아홉 오누이 / KBS ‘인간극장’

 

◆ 어머니, 우리의 기억을 드릴게요

3년 전부터, 기억을 조금씩 잊어가는 엄지 어멍 오연옥 할머니. 지난해부터는 여덟이나 되는 딸들 얼굴과 이름까지 잊어버리기 시작했다. 돌아가며 어머니를 모시러 오는 딸들에게 ‘누구냐?’고 물을 때마다 억장이 무너지고 가슴이 미어지는 여덟 명의 딸들. 어머니에게 잊혀져서 슬픈 것보다 딸들마저 낯선 사람으로 만들어버린 치매라는 안개 속에서 어머니가 얼마나 외롭고 두려우실까 걱정돼서다.

문득 의식이 또렷하실 땐 ‘딸들도 잊어버리고 이렇게 살아 뭐하나’ 한탄하시는 할머니. 아홉명의 자녀들은 어머니가 잊어버린 기억을 하나씩 돌려드리고,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가는 일로 어머니의 두려움을 달래드리려 한다.

지금껏, 그리고 앞으로도 아홉 오누이의 바람은 오직 하나! 기억을 잃으시더라도 어머니가 지금처럼만 좀 더 자녀들 곁에 머물러 주시는 것. 평생 자녀들을 위해 헌신하신 어머니에게 매일 감사장을 드리는 마음으로 어머니 곁을 지키는 ‘아홉 오누이와 엄지 어멍’의 아름다운 행복 동화를 들여다본다.

보통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 특별한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를 표방하는 KBS 1TV ‘인간극장’은 매주 월~금 오전 7시 50분에 방송된다.

[Queen 이광희 기자] 사진 = KBS 인간극장 ‘엄지 어멍과 아홉 오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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