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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할머니의 가슴앓이 ‘상오와 고둥’
[동행] 할머니의 가슴앓이 ‘상오와 고둥’
  • 김경은 기자
  • 승인 2023.01.14 2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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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상오와 고둥’

오늘(14일) 저녁 6시 방송 KBS’동행‘ 391화에서는 ’상오와 고둥‘ 편이 방송된다.

 

√ 고둥을 찾는 부자

전남 무안의 한 바닷가 마을. 아빠 헌복 씨와 아들 상오는 갯벌을 헤집고 다니느라 분주하다.

부자가 엄동설한에도 갯벌을 찾는 건, 고둥을 잡기 위해서다. 한겨울 갯벌에서 고둥 찾기는 하늘의 별 따기지만, 아빠는 허탕을 치더라도 실낱같은 희망을 버릴 수 없다.

겨울은 일거리도, 변변한 찬거리 마련조차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평생을 일용직으로 살다 보니, 일이 없을 땐 아들이 좋아하는 반찬 하나 사줄 수 없는 형편. 그나마 갯벌에선 돈 들이지 않고 먹거리를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을 위해 낙지를 잡다가 큰 사고를 당할 뻔한 아빠가 걱정돼 항상 곁을 지키는 열한 살 상오. 아빠가 갯벌을 다녀온 날은 진흙투성이가 된 아빠의 장화를 닦아놓는 일도 잊지 않는다. 아빠가 갯벌에 가는 날은 일이 없는 날이라는 걸, 그래서 아빠가 속상해하는 걸 알기 때문이다.

[동행]‘상오와 고둥’

√ 할머니의 가슴앓이

베트남에서 온 며느리가 집을 나가고, 상오를 아기 때부터 키운 건 할머니였다.

집에서 육아와 살림을 도맡아 하는 할머닌 무릎, 허리 통증은 물론 당뇨, 고지혈증 등 병을 달고 살지만, 약으로나마 겨우 버티는 상황. 아들이 일을 나가지 못할 땐 생활비마저 쪼들리다 보니,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다.

품앗이라도 해서 보태면 좋으련만, 겨울은 그마저도 어려운 일. 가난 때문에 제대로 학교도 못 나온 아들이 늘 날일만 하는 것도 속이 상한데, 아내도 없이 혼자 아들을 키우는 모습을 볼 때면 가슴이 무너진다. 학교 수업도 잘 따라가지 못하고 발달이 느린 손자. 아들에 이어 손자까지 가난을 물려받고, 배움도 놓칠까 늘 조바심이 난다. 이 모든 게 할머니 탓인 것 같아 할머닌 가슴이 닳고 닳았다.

[동행]‘상오와 고둥’

√ 상오의 상처와 낡은 옷

7년 전, 엄마와 헤어진 상오. 할머니, 아빠의 사랑을 받고 자랐지만, 엄마의 빈자리는 상오에게 클 수밖에 없었다.

마을에 아이라곤 상오 혼자뿐인 데다 또래보다 발달이 느린 탓에 친구와도 제대로 어울리지 못하고 혼자 노는 날이 대부분인 상오. 놀거리조차 없는 바닷가 마을 갯벌은 그런 상오의 놀이터가 돼줬다.

할머닌 상오가 혼자 위험한 갯벌에 가는 것도 걱정이지만, 하나뿐인 겨울 솜바지를 더럽혀 오는 것이 난감하다. 물려 입은 낡은 바지는 사 입히기는커녕, 고무줄을 새로 끼워 또 입혀야 하기 때문이다.

현장 일하는 아들의 찢어진 옷을 천으로 덧대주는 일도 참 서럽다. 남부럽게는 아니어도 잘 먹이고, 잘 입히고 가르치는 일. 그게 왜 이리 힘에 부치는지. 그래도 가족은 상오를 위해 희망을 꿈꿔본다.

 

KBS1TV ‘동행’은 우리 사회가 가진 공동체의 따뜻함이 불러오는 놀라운 변화를 통해 한 사람의 작은 관심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되짚어보는 프로그램이다.

[Queen 김경은 기자] 사진 KBS1TV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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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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