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1~10일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7.9% 감소하면서, 우리나라 수출이 12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반도체 업황 회복이 더딘 모습을 보이며 정부의 '상저하고' 전망이 빗나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12일 관세청에 따르면 9월 1~10일 수출액(통관 기준 잠정치)이 148억60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9% 감소했다.
조업 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21억2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4.5% 줄었다.
이달 승용차(32.4%), 무선통신기기(5.6%) 증가에도 반도체와 대(對)중 수출 부진이 이어지며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반도체 수출은 전년보다 28.2%, 대중국 반도체 수출은 17.7% 각각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수입은 165억500만달러로 11.3%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석유제품(38.6%)이 증가했지만 원유(-10.2%), 반도체(-13.5%) 등이 줄며 전체적인 감소세로 이어졌다.
이에 무역수지는 16억4400만달러 적자로 올 들어 누적 254억2000만달러의 적자를 나타냈다.
반도체 업황 회복이 늦어지며 정부의 상저하고 전망이 빗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반도체는 수출물량의 회복에도 가격 회복세가 더딘 모습이다. 지난 7월 반도체 수출물량지수는 358.55(2015=100)로 전년 동월보다 4.0% 상승하며 3개월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지만 반도체 수출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37.6% 낮았다.
우리나라 반도체의 주력 제품인 DDR4 8Gb의 이날 기준 고정거래가격은 평균 1.30달러로, 전월(1.34달러) 대비 2.99% 떨어지며 지난 4월 이후 5개월 연속 내림세다. 2018년 9월에는 해당 반도체 가격이 8달러에 달했지만, 현재는 6분의 1 수준으로 가격이 떨어졌다.
특히 반도체 주요 시장인 중국으로의 수출이 부진한 데다 최근 중국의 부동산 개발 업체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로부터 시작된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우려까지 나오며 수출 회복에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반도체 수출이 치솟았던 영향으로 인해 최근 감소세가 두드러진다고 분석한다. 더욱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금리 인상 등으로 인한 소비심리 회복 지연이 예상보다 길어진 점도 반도체 업황 반등의 어려움을 더한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올 하반기 상저하고가 지난해 4분기(10~12월) 수출 실적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경희권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메모리반도체가 많이 사용되는 스마트폰 출하량이 최근 10년간 최저치로 예상된다"며 "하반기 상저하고는 불확실해 보인다. 본격적인 회복은 2024년부터라는 시각이 많다"고 말했다.
[퀸 김정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