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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얼굴을 마주치다, 삼청동-인사동 걷기
다양한 얼굴을 마주치다, 삼청동-인사동 걷기
  • 최효빈
  • 승인 2016.03.02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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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기행
 

어떤 이는 설레는 마음으로 상대방을 알아가기 위해 찾는 곳, 또 다른 어떤 이에게는 한국적인 멋을 느끼고 싶을 때 찾는 곳.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사색을 위한 장소가,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최신 유행이 가득한 곳이 되는 삼청동과 인사동. 여러 색이 섞여 묘한 분위기를 풍길 뿐만 아니라 마주할 때마다 새로운 매력을 발견하게 되는 삼청동과 인사동을 걸어 보았다.

글 사진 최효빈 기자

묘한 매력을 풍기는 장소가 있다. 특징적인 한 가지 색깔이 뚜렷하게 돋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 막 진한 메이크업을 지우고 나온 순한 여자의 얼굴처럼 순식간에 다른 매력이 훅 느껴지는 그런 곳. 에디터에게는 삼청동이 그러했다. 처음 삼청동을 가게 됐던 때는 대학 입학을 앞둔 어느 겨울날이었는데, 그날은 촉촉하게 겨울비가 내리는 밤이었다. 비 오는 밤, 차안에서 바라보는 아기자기한 카페들의 노오란 불빛들이 얼마나 로맨틱하고 따뜻해 보였던지. 지방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던 에디터에게 서울, 그 중에서도 삼청동이라는 동네는 그날 이후로 사람들이 막연히 파리를 동경하는 것처럼 언젠가는 꼭 다시 ‘낭만적으로’ 들러야 할 곳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삼청동을 다시 찾게 되었던 어느 여름날. 그날은 가만히 있어도 땀이 뚝뚝 흐르는 8월이었는데, 그때 다시 마주한 삼청동은, (겨울의 삼청동이 진한 메이크업을 한 여자의 얼굴이라면) 마치 메이크업을 지운 여자의 발그레한 얼굴이랄까. 투명하고 생기 넘치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길게 늘어진 거리를 따라 쭉 뻗은 큰 나무들. 그리고 그 거리를 서로의 손을 꼭 잡고 걸어가는 연인들과 그러한 연인들의 발길을 붙잡는 아기자기한 소품 가게들이 한데 어우러져 활기찬 분위기를 만들어 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투명하고 발그레한’ 분위기의 삼청동이 실제로 에디터의 기분 탓만은 아니었는데, 이 사실은 나중에 삼청동 카페 거리와 인사동 문화 거리가 사랑을 시작하는 많은 연인들이 손꼽는 데이트 명소 중의 하나라는 것을 듣고 나서 알게 되었다.



북촌 한옥마을에서 이어지는 삼청동 카페 거리와 인사동 문화 거리. 그리고 더 나아가 서울 한복판에 위치한 경복궁까지. 부지런하게 움직이면 하루 코스로 관광하기 좋은 ‘삼청동-인사동 라인(이하 '삼인 라인'이라고 부를 것이다)’은 로맨틱하거나 활기찬 분위기뿐만 아니라 또 다른 상반된 매력을 많이 가지고 있는데, 그 이유는 골목 구석구석에서 찾을 수 있다.

먼저 어느 곳을 가더라도 빠질 수 없는 큰 즐거움 중의 하나인 먹을거리. 삼인 라인의 먹거리 형태는 크게 두 가지로, 1인분이 기본 오만 원에 달하는 고급 레스토랑과 삼천 원으로 한 그릇을 푸짐하게 먹을 수 있는 칼국수집이 작은 골목 하나를 두고 이웃해 있다는 것이다.
젊은 연인들이 많이 찾는 데이트 코스 중에서 삼청동과 인사동은 특히 길거리 음식이 발달되어 있는데, 오징어 튀김, 떡볶이, 빵, 호떡, 츄러스 등 저렴하고 맛있는 길거리 음식들은 항상 오래 줄을 서서 먹을 정도로 인기가 많다.

먹을 것뿐만이 아니다. 삼인 라인은 관광객으로 바글바글 붐비다가도 어느 골목 하나를 지나면 금세 조용해지고 마는 반전 매력도 가졌다. 몇 년 새 급증한 중국인 관광객으로 평일에도 쉴 틈이 없어졌다는 삼청동과 인사동이지만, 사실 볼거리 많은 메인 골목길을 벗어나면 여전히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골목과 집, 그리고 아기자기한 소품 가게들을 마주칠 수 있다.

그리고 오랜만에 삼청동과 인사동을 걸으며 느꼈던 또 한 가지는 바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의 연령대가 너무도 다양하다는 것. 심지어 인종도 다양하다는 것.
삼청동에 비교적 젊은 연인들이 많았다면, 인사동 카페 거리에는 연세가 지긋하신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종종 보였는데 오랜만에 나들이를 나오셨던 건지 아니면 활기찬 인사동 거리가 미소를 짓게 만들었던 건지 마주치는 분들의 표정이 밝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밖에도 작은 공방과 갤러리들이 모여 있으면서도 유행을 선도하는 다양한 뷰티 브랜드와 패션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고, 발 디딜 틈이 없이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관광지 옆에는 시간이 느리게 가는 듯한 느낌을 주는 정독도서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이 함께 호흡하는 곳인 삼청동과 인사동.

올 때마다 새로운 얼굴을 보여 주는 삼인 라인의 다음 얼굴은 과연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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