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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세븐데이즈'로 본 변호사의 법적 책임 문제
영화 '세븐데이즈'로 본 변호사의 법적 책임 문제
  • 송혜란
  • 승인 2016.05.27 1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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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범인 줄 알고도 변호해 무죄 받아낸 변호사의 법적 책임 유무

유능한 변호사인 유지연(김윤진)은 이혼 후 딸과 함께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딸이 납치되었다. 납치범의 요구는 현재 살인범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정철진(최무성)을 무죄방면 시켜 달라는 것. 지연은 어쩔 수 없이 철진을 만나 사건을 파헤쳐보지만, 그가 진범임을 확신한다. 그러나, 딸을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최선을 다해 무죄를 판결받기에 이른다. 변호사가 무죄를 주장하는 피고인을 믿고 성실히 변호해 무죄를 받은 일반적인 경우라면 문제 될 소지가 없다. 그렇다면 피고인이 범인임을 확신하고도 다른 목적을 위해 무죄판결을 받아낸 경우라면 어떻게 될까? 변호사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변호사의 위치

판사는 사법기관의 일원으로서 실체진실에 부합하는 공정한 재판을 해야 할 의무가 있고 검사 또한 피의자 또는 피고인의 처벌을 구하는 입장이기는 하지만 객관기관으로서 실체적 진실에 부합하게 업무를 처리해야 한다. 그러나 변호사는 다르다. 변호사에게는 이러한 중립기관, 객관기관으로서의 의무가 부과되지 않는다. 변호사는 오로지 의뢰인의 이익을 위해 활동해야 할 의무를 지며, 객관적인 진실의 발견을 위해서라도 의뢰인의 비밀을 누설해서는 안 된다. 변호사는 자신이 사건처리 중 알게 된 진실과 의뢰인의 이익이 상충할 때는 의뢰인의 이익을 우선시해야 하는 위치에 있다. 단지 도의적으로 또는 직업의 성격상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법적으로 그렇다.

범인도피죄의 성립 여부

죄를 범한 자를 은닉 또는 도피하게 하는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형법 제 151조 제 1항). 형식적으로 보면 지연은 철진이 살인범임을 인지하고도 치밀한 변론을 통해 무죄방면 되게 만들었으니 ‘죄를 범한 자를 도피’ 하게 한 행위가 아닌가 의심된다. 그러나, 변호사의 변론행위는 그 자체로 ‘죄를 범한 자를 도피하게 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려울뿐더러 설사 그렇게 본다고 할지라도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행위로서 정당행위에 해당해 범죄를 구성하기 어렵다. 특히, 변호사는 오로지 의뢰인의 이익에 부합하게 행동해야 할 의무가 있는 직업이므로 그 과정에서 실체진실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할지라도 어떠한 책임을 묻기 어렵다.

변호사가 적극적인 사술을 쓴 경우라면

영화에서 지연은 나름 합법적인 범위 내에서 열심히 증거를 수집하고 변론을 했을 뿐 증거 자체를 위조한다든가 증인에게 위증을 시키는 등의 적극적인 사술을 쓰지는 않았다. 의뢰인의 이익만을 좇아 재판을 진행하더라도 법적 책임을 지지 않는 한계는 여기까지다. 즉, 변호사가 의뢰인의 이익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도 증거를 위조하거나 위증을 교사하는 등 그 행위자체가 개개의 범죄를 구성하는 경우에는 변호사도 처벌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찌 보면 이는 당연하다.

변호사가 진실발견을 위해 의뢰인의 범행 사실을 공개한 경우

반대로 변호사가 사건을 진행하던 중 진범인 의뢰인을 변호하는 것에 양심의 가책을 느껴 의뢰인이 변호사와의 면담과정에서 범행을 시인한 사실이라든지 기타 사건 진행 과정에서 취득한 유죄의 증거를 공개하는 경우라면 어떨까. 변호사는 비밀유지의무위반으로 변호사법위반죄로 처벌받게 된다. 양심의 가책을 느끼면 당해 사건을 그만두는 수밖에 없다.

 

 

 

 

 

 

 

 

글 강신범 변호사
2004년 제46회 사법시험에 합격. 2005년 2월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울북부지방법원 소속 국선전담변호사 등을 거치면서 1천500건 이상의 소송을 수행하였고, 현재는 법무법인 청람에서 구성원변호사로 재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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