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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가 이진 & 이해인 수녀의 ‘33년 우정’ 이야기
번역가 이진 & 이해인 수녀의 ‘33년 우정’ 이야기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03.08.06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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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한결같은 조카에 대한고모의 사랑, 꼭 보답하고 싶어요”

번역 일을 시작한 지 7년, 초보 번역가에 속한다는 이진(33) 씨는 요즘 새삼 고모 이해인 수녀(58)의 유명세를 실감하고 있다. 최근 출간된 ‘영혼의 정원’과 ‘마지막 선물’을 이해인 수녀와 함께 공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두 사람의 특별한 추억도 세상에 알려졌기 때문이다.
글 _ 임현숙 기자 사진 _ 양영섭 기자·동아일보 DB


그녀를 만나기까지의 과정이 쉽지가 않았다. 좀처럼 인터뷰를 하지 않는 이해인 수녀는 말할 것도 없고, 조카인 그녀 역시 인터뷰를 ‘정중히’ 거절했다. 이유는 명확했다. 고모가 좋아하지 않는 일이거니와 그녀 역시 자신의 입으로 고모에 관련된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실례되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녀의 말은, 분명 틀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유명한 고모를 둔 탓에 그녀는 계속 시달려야 했다. 결국 그녀는 조심스럽게 인터뷰에 응했다.
“지금 제가 이 자리에 있어도 되는지 모르겠어요. 제가 번역 일을 한 지 올해로 7년째예요. 번역 작가들은 대부분 경력이 20년 넘는 분들이 많으니까 저는 초보 번역가에 속하죠. 그동안 25권 정도 역서를 냈고, 그 중에서 고모와 함께 번역한 책은 딱 2권이에요. 인터뷰할 만큼 유명한 사람도 아닌데, 고모 이름과 함께 알려지니까 이렇게 거절하기 힘든 일이 자꾸 생기네요. 저와 똑같은 경력을 가진 친구들은 고모 때문에 특혜를 받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잖아요. 제가 천재적인 번역가도 아니고, 그냥 이 일이 좋아서 하는 것뿐인데, 너무 크게 비춰지는 것 같아 부담스럽기도 하고요.”
낭랑한 목소리라고 표현해야 할까? 지난 5월에 이해인 수녀의 특강을 들었을 때 수녀님의 목소리가 참 낭랑하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조카의 목소리도 저렇게 닮았을까, 또박또박 말을 이어가는 그녀를 보며 잠시 혼자 생각에 잠겼다.

두 권의 공역 이후 쏟아지는 출판사의 번역 제의가 부담스러워


이해인 수녀는 1남 3녀 중 셋째로, 세간에 많이 알려졌듯이 먼저 수녀가 된 큰언니 데레사 말가리다 수녀의 영향으로 수녀의 길을 선택했다. 그리고 둘째 오빠가 바로 이진 씨의 아버지이다. 그녀의 아버지는 방송작가로 활동하다 광고회사의 카피라이터로 일했는데, 우리 나라에서 카피라이터라는 직업이 처음 생겼을 때 일했던 초창기 멤버이다. 지난해까지 서울예전 광고창작과 교수로 재직했다. 그리고 위로 있는 두 명의 고모와 달리 막내 고모는 평범한 가정을 꾸리고 살고 있다.
이진 씨에게 이해인 수녀는 아무리 유명 인사라고 해도 고모라는 존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고모와 함께 번역한 책이 세상에 나오기 전까지는 그랬다. 그리고 굳이 사람들에게 이해인 수녀의 조카라는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었기에, 주변에서 먼저 알고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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