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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이기 전에 ‘사람’ ‘사람’이기 전에 ‘남자’ 송일국, 무장해제하고 자신을 열어 보이다
‘배우’이기 전에 ‘사람’ ‘사람’이기 전에 ‘남자’ 송일국, 무장해제하고 자신을 열어 보이다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10.07.05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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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역에 여섯 발의 총성이 울린 지 벌써 1백 년이 흘렀다. 차디찬 뤼순감옥에서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영웅. 서거 1백 주년을 맞이해 안중근에 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것에 비해, 우리가 안중근에 대해 아는 것은 너무나 단편적인 사실뿐이다. 안중근은 단순히 이토 히로부미를 쏘아 죽인 항일 운동가가 아니라, 대한제국의 의병중장이었고 동아시아 평화공존을 주창했던 사상가였다. 재판과 수감기간 동안… 그가 언행과 저술을 통해 남긴 깊고 심오한 사상 역시 의거에 비해 널리 알려지지 않은 상태이다. ‘영웅’이기 전에 ‘사람’이었던 안중근과 ‘사람’이기 전에 ‘매국노’가 되어버린 아들 안중생의 엇갈리는 간극. 안중근·안중생 1인 2역에 도전하는 배우 송일국은 무대 위에서 이들 부자의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낼까. 

# ‘나는 너다’, 처음으로 무대 위에 오르게 한 이유

Q 배우 윤석화가 연출을 맡았고, 처음 보는 연극배우들과의 첫 작업이다.
긴장되고 많이 배우겠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 드라마와 영화는 보이는 부분만 연기하면 되는데 연극은 혼신을 다해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 역할에 빠져 있어야 한다. 철저한 연습에 의해서만 가능한 작업이란 생각이다.
Q ‘국민배우’라는 타이틀이 언제부터인가 따라붙고, 개런티도 높은 배우 중 한 명이다. 뭐가 아쉬워 연극무대에 선다는 것일까… 조금은 생소하게 받아들이는 팬들도 있을 것 같다.
돈을 벌겠다는 생각이었다면 안 했을 것이다. 이 작품은 배움이 첫 번째 목적이다.
Q 드라마를 끝내고 재충전할 시간도 없이 연극을 시작하는 셈이다. 체력적으로 괜찮은가.
드라마 종영 후 일주일 쉬었지만, 사실 많이 힘들다. 하지만 결정한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하루빨리 연습을 해야 했다. 공연 일정도 빠듯하고, 연극도 처음이니 노력해야 할 부분이 아주 많다.
Q 연습은 어떻게 이뤄지나.
아직은 리딩을 하고 있다. 동선까지 들어가게 되면 상당히 분주해질 것 같다. 국립극장 KB하늘극장이 원형 무대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그 어떤 부분도 무대 위에서는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관객의 시선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두려워진다.
Q 말 그대로 연극은 처음이다. 그런데도 출연을 결심한 이유가 무엇인가.
출연 제의를 받고 대본을 읽었다. 마지막 장면의 대사 한마디에 속된 말로 꽂혔다. 아들이 아버지에게 묻는다. “누구를 위해서 이 일을 하는 것인가요”… 아버지 안중근의 답은 명료했다. “너를 위해서…”. 안중근 의사 서거 1백 년,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의미를 되짚어보고 그에 대한 답을 주는 작품이란 확신이 섰다.
Q 그 어떤 사명감으로 작품에 임한 것인가.
아마 증조외할아버지(김좌진 장군) 때문에 그런 생각을 많이들 하실 것 같다. 아주 없지는 않을 것이다. 외할머니의 고통을 생각해봤다. 밖에서는 영웅이지만 집 안에서는 그만큼 희생이 가족에게 있었다.
Q 청산리 대장정을 매년 다녀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
매번은 아니었다. 총 아홉 번(→무엇이??)이었는데 그중 대여섯 번 다녀온 것 같다. 올해도 다녀올 예정이다. 사실 지금 연극 공연 일정상 무리이다. 하지만 내가 가지 않으면 안 될 책임감이 있다.
Q 드라마 ‘신으로 불리운 사나이’부터 연극 ‘나는 너다’까지 숨 가쁘게 지내오고 있다. 워커홀릭인가.
절대 아니다. 난 사실 그 어떤 작품이든 필이 꽂혀야 한다. 전작 ‘신불사’도 만화 속 캐릭터에 끌려서다. 이 시대 진정한 남자의 모습을 선보이고 싶은 욕심이었다.
Q 드라마 속 모습, 처음에는 많이 낯설었다.
‘강타’라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준비만 8개월 했다. ‘바람의 나라’를 끝내고 몸이 다소 불었다. 거의 90kg까지 육박했다. ‘신불사’ 출연을 결정하고 운동하면서 78kg까지 내려갔다. 살이 빠지니 의도하지 않게 얼굴 살도 같이 빠졌다. 브라운관 속 얼굴을 모니터해보니, 살이 너무 없어 나이 들어 보이기까지 하더라. 조금 살을 찌우며 촬영을 하기도 했다.
Q 얼굴뿐 아니라 공개된 드라마 스틸 컷의 몸매도 많은 화제가 됐다. 소위 말 근육이란 평까지 들었다.
내 생애 몸무게가 7로 시작한 건 중학교 이후 처음이다. 그만큼 노력했다. ‘몸짱’이란 수식어보다 그간의 노력이 헛되지 않아 다행스럽다. 만약 대중의 반응이 없었다면 무척이나 속상하고 억울했을 것 같다(웃음). 부산에서 아내가 출근하면 같이 집을 나와, 롯데호텔 피트니스센터에서 하루 종일, 죽기 살기로 운동만 했다. 심하다 싶으면 저녁 9시, 10시까지도 했다.
Q 그렇게 많은 시간을 운동하고 식이요법을 하면 오히려 건강을 해치지 않을까.
맞다. 사람이 할 짓이 못 된다. 먹고사는 문제가 절실했기에 살을 빼고 몸을 만든 것이다(웃음).
Q 드라마를 끝낸 지금은 몇 킬로그램인가.
오늘 아침 몸무게를 재보니 85.5kg이더라. 내 키가 185cm인데 드라마가 끝나고 7∼8kg 더 찐 것 같다. 그것도 89kg까지 올라갔다가 며칠 전 운동을 다시 시작해 85kg까지 내렸다. ‘신불사’ 때 옷을 다 줄여놓았는데, 지금 맞는 양복과 와이셔츠가 하나도 없다.
Q 식탐이 많을 것 같은데 어떻게 절제를 하나.
다시 말하지만 먹고살려면 어쩔 수 없다(웃음). 드라마 종영 후 일주일간 그간의 배고픔을 만회하기라도 하듯 엄청 먹었다. 그런데 다시 연극을 시작해야 하니 조금씩 절제를 하고 있다.
Q 다른 배우와 달리 늘 운동과 몸매관리에 신경 쓰는 것 같다.
나에게는 산증인이 있지 않나. 어머니 김을동 여사의 모습을 보고, 당신이 물려주신 우수한 체질 때문에 늘 긴장을 할 수밖에 없다(웃음). ‘신불사’ 하와이 촬영 때 트렁크 하나 가득 레인지에 바로 데워 먹을 수 있는 군고구마 팩을 가져갔다. 현지에서 고구만만 먹고 촬영을 했다.
Q 하와이 현지에서 인기가 상당히 높다고 들었다.
하와이에는 동남아계 사람들이 상당히 많이 살고 있다. 한국 드라마를 보는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고, 그중 ‘해신’과 ‘주몽’이 방영돼 큰 인기를 끌었다. 하와이 촬영 때 팬들이 물심양면 많이 도와주셔서 너무 감사하다.
Q ‘신불사’라는 작품이 배우 송일국에게는 어떤 의미인가.
보이는 것에 치중하다 보니 놓치는 것도 많았다. 여러 면에 반성도 많이 했다. 처음으로 돌아가서 기본에 충실하고 싶은 마음이다.

송일국이 처음 연극무대에서 그려내는 인물이 안중근이라는 사실은 아주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이다. 항일 무장독립투쟁을 한 김좌진 장군을 외증조부로, 일제시대 의협객으로 이름을 날렸던 장군의 아들 김두한을 외조부로 둔 송일국에게 안중근은 그 자체로 특별한 인물일 수밖에 없다. 매년 청산리 대장정을 개최하며 만주땅을 찾아 독립군의 의지와 흔적을 찾는 등 자신의 뿌리에 대한 열정도 남다른 그이기에…. 그 혈관(→혈통??)과 정신에 이어져온 뜨거운 열정, 그리고 남자다운 기개가 돋보이는 송일국의 치열한 연기정신은 또다시 무섭게 빛날 것이다.

# ‘인터뷰하기 가장 힘든 배우’의 그럴싸한 반전

Q 자신과의 싸움을 즐기는 것 같기도 하다.
아마 철인 3종 경기 때문에 물어보는 것 같다. 마라톤 풀코스도 총 다섯 번을 뛰었다. 흔히 말하는 러너스 하이 같은 희열은 초반만 살짝 느낄 뿐이다. 20km 넘어가면 입에서 욕밖에 안 나온다. 30km를 넘어서면 나도 알 수 없는 육두문자가 방언처럼 쏟아진다(웃음). ‘내가 왜 뛴다고 했나’ 그러면서 포기가 안 되는 것을 보면, 내 스스로 싸움을 즐기는 것 같기도 하다. 특히 골인하는 순간 그 희열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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