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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챔피언과 어묵’
[동행] ‘챔피언과 어묵’
  • 김경은 기자
  • 승인 2024.04.20 1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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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챔피언과 어묵’

오늘(20일) 저녁 6시 방송 KBS’동행‘ 455화에서는 ’챔피언과 어묵‘ 편이 방송된다.

√ 내일은 챔피언

매일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게 가파른 계단을 뛰어오르고 링 위에선 열정의 복서가 되는 열네 살 영진이. 3년 전 처음 시작한 복싱은 영진이에겐 인생의 특별한 목표가 되었다. 프로 복싱 챔피언의 꿈을 위해선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대회부터 차근차근 우승해 가는 것이 급선무. 챔피언에 대한 갈증이 커진 건, 지키고 싶은 가족 때문이다. 5년 전, 오토바이 사고로 뇌 손상을 입은 아빠는 기억력과 후각이 온전치 않은 데다 당뇨를 앓아 안정적인 직장생활이 어렵고, 필리핀 출신의 엄마는 지인들에게 진 빚과 생계를 감당하느라 하루하루가 숨 가쁘다. 자신의 뒷바라지로 부모님이 힘든 것을 안 후로 초등학교 때부터 해온 야구를 그만두고, 3년 전부턴 적은 비용으로도 가능한 복싱으로 전향한 영진이. 시작한 지 1년 만에 지역의 큰 대회에서 1등을 차지해 복싱 체육관에서도 유망주로 불리며 훈련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챔피언이 되는 것이 고생만 하며 살아온 부모님을 힘든 삶에서 벗어나게 해줄 유일한 방법이라 믿기 때문이다.

[동행] ‘챔피언과 어묵’

√ 아빠, 엄마가 무너질 수 없는 이유

10년 전, 화물차 운전기사로 일하던 아빠는 운전 사고로 큰 빚을 지고 파산했다. 겨우 빚을 청산할 무렵, 치킨 배달 중 교통사고로 전두엽이 손상된 아빠. 불우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데다, 하는 일마다 좌절을 겪으면서 생긴 우울증에 신경안정제 없이는 일상생활이 어렵다. 요즘 일용직을 구하기도 쉽지 않아 외국에서 와 고생만 하는 아내와 두 아들에게 면목이 없다. 남편이 아파 일을 못 하는 동안 혼자 아르바이트하며 생계를 꾸려온 엄마. 매번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 급한 생활비를 충당하다 보니 불어난 빚만 2천만 원가량. 매달 갚아야 하는 이자만 해도 엄마의 자활근로 수입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젠 반지하 임대 월셋집마저 이번 달까지 비워 줘야 해 막막하기만 하다. 아침까지 편의점 야간 근무를 하고도 빨래방 아르바이트가 잡히는 날이면, 쪽잠 잘 새도 없이 달려가는 엄마. 늘 잠이 부족하고 허리 디스크에 시달리지만, 아이들을 더는 고생시키지 않으려면 잠시도 쉴 수가 없다. 

[동행] ‘챔피언과 어묵’

√ 배고픈 복서와 어묵

밤 11시부터 아침까지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하는 엄마를 보디가드처럼 지켜주는 영진이와 동생 현기(10세). 작년, 일하던 엄마가 취객에게 시비가 걸린 뒤부터다. 취객이 많은 시간대에 편의점 앞을 지키고, 무거운 물건을 날라주며 엄마를 호위하는 형제. 그런 두 아들과 아내를 위해 밥상 차릴 때가 가장 마음 아픈 아빠다. 특히 운동하는 영진이에게 영양가 많은 고기 대신 그나마 값싸고 단백질 많은 어묵 반찬으로 끼니를 챙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옛날엔 라면만 먹고 챔피언 됐지만, 저는 어묵 먹고 챔피언 되겠다”며 아빠의 정성에 감사하는 영진이다. 대회 준비에 매진하는 형을 위해 훈련 상대가 되어주는 속 깊은 동생, 현기. 영진인 운동하는 자신 때문에 하고 싶은 것 못 하고 늘 양보만 하는 동생에게 미안하다. 엄마가 큰맘 먹고 할부로 사주신 한 켤레뿐인 복싱화는 영진이의 보물 1호. 가족에게 부담 주지 않으려고 시작한 복싱. 영진인 꼭 챔피언이 되어 가족이 빚 걱정 없이 살 수 있을 날을 꿈꿔본다. 

 

KBS1TV ‘동행’은 우리 사회가 가진 공동체의 따뜻함이 불러오는 놀라운 변화를 통해 한 사람의 작은 관심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할 수 있는지 되짚어보는 프로그램이다.

[Queen 김경은 기자] /사진 KBS1TV’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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