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인시장흑백사진관 김도형 사진작가 첫번째 에세이집 '망원경을 가지고 싶어한 아이' 온라인 연재
내가 부산에서 학교를 다니며 기거한 곳은 전포동이었다.
도심인 서면에서 버스 한 정거장밖에 되지 않았지만 삼십 년 전의 전포동은 비교적 낙후된 동네였다.
나는 그 당시 한 달에 6만 원을 주고 하숙을 했다.
하루는 아침에 일어나려는데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머리는 마치 납덩이가 가득 든 것처럼 무거웠다.
하숙집의 형수님이 아침밥을 먹으라고 두 번을 말했는데도 기척이 없자 내 방문을 열고 들여다 봤다.
하숙집에 비상이 걸렸고 나는 곧 병원으로 실려 갔다.
부전시장 근처의 병원이었다.
진료한 의사는 연탄가스 중독이라고 진단하고 조금만 더 가스를 마셨으면 깨어나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응급처치를 하고 맑은 공기를 쐬니 차츰 나아졌다.
그런데 나를 진료한 의사가 어디서 본 듯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짚히는 것이 있어서 의사에게 혹시 마산의 동마산 병원에 계시지 않았냐고 물었는데 의사는 그렇다고 했다.
세상에 이런 우연이 있을 수 있을까.
내 아버지가 비브리오 패혈증으로 돌아가셨을때 사망진단서를 썼던 마산 동마산 병원의 바로 그 의사였다.
그 때 그런 일로 뵌 적이 있다고 했더니 그 환자가 기억난다고 했다.
아버지의 사망진단서를 쓴 의사가 자칫했으면 아들인 나의 사망도 진단할 뻔한 기막힌 일이 벌어졌던 것이다.
이 사실을 들은 어머니는 하늘의 아버지가 도왔다고 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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