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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 앓는 시어머니와 친정아버지 10년 동안 병구완 해온 유희인
치매 앓는 시어머니와 친정아버지 10년 동안 병구완 해온 유희인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05.06.11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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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인 씨의 지난 10년은 순탄치 않았다. 까탈스런 시어머니는 입찬말로 밤이고 낮이고 유씨의 가슴팍을 송곳으로 긁듯 아프게 했고, 가장 든든한 기둥이던 아버지는 정신을 놓고 집 안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활보했다. 하지만 다른 형제들이 마다하는 일을 떠맡고도 유씨는 10년 세월에 대한 후회가 아닌 사람에 대한 이해를 말한다.
글 _ 이선정(자유기고가)
사진 _ 양영섭 기자

“아버지는 잠시 요양원에 가 계세요. 가신 지 일주일 되셨죠. 10년 동안 단 하루도 아픈 적이 없었는데 아버지 모셔다 드리고 온 날부터 감기 몸살기가 보이더니 이렇게 골골대네요.”
유희인(52) 씨는 지난 10년 동안 여든의 시어머니와 아흔 넘은 친정아버지 치매 병구완을 차례대로 해왔다. 시어머니는 작년에 여든아홉 나이로 돌아가셨고, 지금은 아버지만 모시고 있다. 그리고 며칠 전 처음으로 아버지를 요양원에 모셨다. 10년 만에 처음 얻은 휴식이다. 그나마 완전히 요양원으로 거처를 옮긴 것은 아니고 2주일 정도 잠시 떨어져 지낼 뿐이다.
“아무도 저를 방해하지 않는 게 신기해요. 느닷없이 저를 찾아대는 아버지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시간이 낯설기도 하고 사람이 이렇게 조용히 살 수도 있구나 싶기도 하고요.”
아버지를 요양원으로 모실 즈음, 한밤중에도 거실에 나와 이것저것 물건을 옮기고 깨트리는 아버지 때문에 한 달 이상 거의 잠을 자지 못한 상태였다.
“아버지, 나 힘들어서 안 되겠어요.”
요양원에 잠시 계셔 달란 부탁을 하는 그에게 아버지는 풀이 죽어 대답했다.
“내가 그렇게 남 귀찮게 하는 사람 아니다.”
모셔다 드리고 오는 날도 딸 안심시키려고 요양원이 편하다며 어서 가라던 친정아버지 모습이 자꾸 눈에 밟힌다.
시어머니가 그의 집에 들어온 것은 1997년의 일이다. 살고 계시던 청담동 둘째 아들네 집에서 거의 쫓겨나다시피 했을 때는 이미 다른 자식들 집을 모두 거친 뒤였고 모두 손사래를 치며 시어머니 모시기를 마다했다. 4남1녀를 거의 혼자 손으로 키우다시피 한 시어머니는 항상 ‘내가 너희를 어떻게 키웠는데’란 말을 입에 달고 사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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