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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물결 따라 서해로 달려가다
은빛 물결 따라 서해로 달려가다
  • 백준상 기자
  • 승인 2014.03.06 21: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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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종주 자전거길의 출발점 ‘아라뱃길’
 

요즘 자전거길 가운데 가장 ‘핫(HOT)’한 곳을 꼽으라면, 아무래도 서울의 젖줄 한강과 인천 서해를 이어주는 ‘아라뱃길’이 아닐까. 인공운하의 경제성과 환경훼손 문제를 놓고 아직도 논란이 많지만, 자전거 마니아들에게는 새로운 명소가 탄생했으니 관심이 안갈 수 없다. 운하 양쪽으로 쭉 뻗은 자전거길은 한강, 문경새재, 낙동강을 잇는 자전거 국토종주의 출발점이라 더 그렇다. 전국일주를 꿈꾸는 라이더라면 반드시 점을 찍고 페달을 밟아야할 곳이라,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많은 사람들이 신나게 라이딩을 즐기고 있다.

글·사진 유인근(스포츠서울 기자)

633㎞의 국토종주가 시작된다
아라뱃길은 서해와 한강을 연결하는 국내 최초의 인공운하다. 아라뱃길의 역사는 의외로 길다. 800여 년 전 고려 고종 때부터 운하를 짓기 위한 시도가 있었으나 기술적 한계 등으로 불발에 그쳤다가 1987년 굴포천 유역 대홍수를 계기로 재추진이 논의됐고, 2009년 착공에 들어가 마침내 지난 5월 전면개통으로 오랜 역사에 마침표를 찍었다.
운하를 만들면서 생태공원과 전망대 등 다양한 볼거리를 조성했지만, 아라뱃길의 으뜸은 역시 운하 양쪽으로 시원스레 뻗은 자전거 전용도로일 것이다. 한강에서 서해까지 21㎞의 널찍한 2차선 도로가 고속도로처럼 뚫려 자동차 걱정하지 않고 마음껏 달릴 수 있는 최상급 자전거길이기 때문이다.
이 길은 4대강을 잇는 국토종주 자전거길의 출발점이다. 한강자전거길, 남한강자전거길, 새재자전거길, 낙동강자전거길을 거쳐 부산까지 총 633㎞의 국토종주 자전거전용도로가 여기에서 시작된다. 덕분에 대한민국 자전거길 1번지라는 명예로운 이름표를 달게 됐으니, 자전거 마니아라면 한번쯤 가봐야 할 곳이 됐다. 자전거로 한강을 따라 서울에서 서해까지 달릴 수 있는 경인아라뱃길 자전거도로는 왕복 42㎞, 천천히 둘러봐도 4~5시간 반나절이면 다녀올 수 있다. 길이 단조로운 편이기는 하지만 중간 중간 볼거리들이 조성돼 있어 지루함을 덜 수 있고, 때로 서해로부터 불어오는 역풍에 페달 밟는 것이 힘에 부치기도 하지만, 워낙 길이 잘 뻗어 있어 생각보다 빠르게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
출발점은 한강자전거도로의 끝 지점인 강서습지공원으로 잡는 것이 좋다. 휴게시설과 주차시설이 마련되어 있어 이곳을 거점으로 삼은 뒤 라이딩을 시작한다. 습지공원에서 행주대교로 난 길을 따라가면 다리 아래에서 아라뱃길 방향을 일러주는 이정표를 만나게 된다. 이정표를 따라가면 곧 경인운하가 시작되는 김포갑문에 이르게 된다.
이곳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그야말로 ‘뽕나무 밭이 푸른 바다로 변했다’는 ‘상전벽해(桑田碧海)’란 말이 그렇게 어울릴 수 없다. 황금 들녘으로 유명한 김포평야는 사라지고 그 한가운데로 운하를 뚫어 뱃길이 열리고 웅장한 여객터미널까지 생겼다. 운하 위로는 16개나 되는 다리가 놓였다. 화물선에 짐을 싣는 거대한 크레인의 위용이 마치 딴 세상에 와있는 느낌이다. 고즈넉했던 옛날의 풍경이 그립기도 하지만, 바다로 흘러간 한강물은 거슬러 돌아올 수 없는 것이 세상의 이치다. 자연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최고라는 철학에는 변함이 없지만, 이왕지사 이렇게 된 것, 신나게 달려보기로 했다. 이 길은 행주대교 남단에서부터 김포여객터미널, 두리생태공원, 아라폭포 등을 지나 인천터미널까지 이어진다. 페달을 밟느라 노곤했던 몸이 길 끝에 이르면 어느새 서해바다가 눈앞에 펼쳐져 있다. 낙조 시간과 맞아떨어진다면 기대하지도 않았던 장관을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다.
아라뱃길 자전거도로는 심심하다 할 정도로 직선으로 쭉 뻗은 고속도로형 도로다. 아무 생각없이 달리면 기억에 남는 풍경이 하나도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 않았던가. 인공운하인 만큼 볼거리도 인공으로 조성하고 나름대로 뷰 포인트를 선정해, 서해부터 김포갑문까지 수향8경이라는 아라뱃길 명소를 지정해놨으니 하나씩 찾아서 음미하면서 달려보는 것도 재미있다.

꿈을 품은 길
수향8경은 인천에서 시작해 한강까지, 아라뱃길 구간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조망할 수 있는 8곳의 명소를 이른다. 수향1경은 인천 정서진에서 바라보는 서해의 낙조로 8경 가운데 으뜸이다. 정서진은 동쪽의 정동진과 대척되는 지점으로 서쪽의 땅끝이다. 아라뱃길 구간 중 가장 높은 계양산 협곡 구간에 설치한 원형전망대인 아라마루와 인공폭포인 아라폭포가 있는 수향4경 역시 아라뱃길을 찾는 이들이 빼놓지 않고 들러보는 명소 중 하나다.
수향8경에 속하지는 않지만 아라뱃길 중간지점에 위치한 바람의 소리언덕도 인상적이다. 이곳을 지날 때면 어느 정도 나른한 피곤함이 찾아오는데, 이때쯤이면 언덕에서 청아한 풍경소리가 들려온다. 바람이 풍경을 흔들어대면서 나는 맑은 소리는 라이딩으로 지친 피로를 말끔하게 가셔준다.
김포공항에서 가까운 벌말 근처에서는 뜻밖의 광경을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는 머리 바로 위에서 착륙하기 위해 내려오는 항공기들을 수시로 발견하게 된다. 게다가 운이 좋으면 운하를 오가는 멋진 여객선도 만날 수 있다. 한곳에서 자전거와 배, 비행기가 어우러진 독특한 풍경은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길게 뻗은 아라뱃길의 전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몇몇 다리 위 전망대도 빼놓기는 아깝다. 엘리베이터가 설치돼 있어 자전거길에서 바로 전망대로 오를 수 있다. 탁 트인 전망대에서 끝도 없이 이어진 인공운하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인간의 힘은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어 절로 감탄사가 나온다. 거침없는 조망에 가슴도 후련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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