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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가한의 글로벌 트렌드] 노년의 라이프스타일을 위한 마케팅 시대
[슈가한의 글로벌 트렌드] 노년의 라이프스타일을 위한 마케팅 시대
  • 한태숙
  • 승인 2024.04.13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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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마닐라에 가서 현지 친구들과 식사하고 계산하는데, 60세 이상 되는 주민 카드를 모아 직원에게 전달하니 계산서를 가져왔다. 5명 중에서 3명이 60세 이상이었는데 이들에게 20% 할인을 해 주었다. 커피숍이나 카페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이는 정부가 장애인과 노인 수혜자에게 일부 재화와 서비스에 대해 부가가치세 20% 감면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물론 외국인은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세금을 안 내는 사람들이라 혜택을 못 받는다. 백화점에 주차시에도 그 지역에 사는 60세 이상 카드를 보여주면 무료 주차 혜택이 주어졌다. 외부에 나갈 때 이 카드는 필수로 가지고 나가야 한다고 친구가 귀띔해 준다.

그동안 노인들을 우대하는 동방 예의지국 대한민국이라고 생각하고, 지하철에 노약자를 위한 좌석이 별도로 있어서 흐뭇하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필리핀에서도 전철은 물론 항공기 수속, 지하철 등 모든 곳에서 노인들을 위한 줄을 별도로 준비할 정도로 배려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보였다. 실제 고급 레스토랑을 둘러보니 꽤 많은 사람이 노인들을 모시고 식사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필리핀에서, 일부 수혜자들이 편법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유명한 커피 체인점인 스타벅스는 노인들은 한 매장에서 하루에 한 잔, 스낵 한 개만 살 수 있다고 올해 1월 11일에 표지판을 부쳤고. 이에 네티즌들은 장애인과 노인에 대한 차별 금지법 위반 혐의라며 맹비난을 퍼부었다. 네티즌들은 스타벅스 커피를 보이콧하고 대신 경쟁 커피 체인으로 이동하거나 현지 중소 커피 체인을 지원하려는 움직임을 확대했다. 국회 청문회까지 열려서 스타벅스 필리핀 대표가 소환되어 사과도 했다. 그러나 많은 국회의원들이 사과에 진심이 없다고 지적하면서 스타벅스의 노인 구매 제한은 사회적인 이슈가 되어갔다.

이에 스타벅스는 지난 1월 24일 한 해 노인, 장애인, 한 부모 가정, 국가대표 운동선수 및 용맹 메달 수상자에게 모든 스타벅스 음료와 스낵을 40% 특별 할인을 제공하는 프로모션을 제공함으로써 부정적인 이미지를 돌려놓았다. 다국적 기업의 경우, 잘못된 사례는 세계 곳곳에 쉽게 전파되어 전 세계적으로 피해를 볼 수 있으므로 공공 이미지에 대해서 빠르게 대처한다.

이처럼 일부 수혜자들이 편법으로 이용하는 사람이 생기면서 불편한 상황이 생기기도 하지만, 많은 나라에서는 여유 있는 노인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모션을 진행하여 매출을 늘리는 기회도 얻는다. 호주의 아웃백 스테이크에서는 55세 이상의 경우 10% 할인을 제공하고, 미국의 일부 칠리스 매장에서는 55세 이상 고객에게 10% 할인을 제공한다. 국내 풀무원, 신세계 등에서도 고령 친화 식품 브랜드를 선보이며 간식, 음료 등 다양한 품목을 출시할 예정이다.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산하 경제 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55세 이상 미국 가구가 미국 전체 부의 69%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오늘날 노인들은 이전 세대보다 더 부유하고 인구 수도 훨씬 많다. 워싱턴의 한 인구 단체 발표에 의하면 2060년까지 미국의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 인구의 16%에서 23%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나라 역시 저 출산과 고령화가 가장 빠르다는 것은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많은 노인은 생년월일을 기준으로 자신을 늙었다고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거나 특정 광고에 나오는 노화된 모습에서 자신을 인식하지 못한다고 한다. 최근 언론에 나온 어떤 인뭏은 실제 나이는 90대이지만 거의 60대 같은 모습을 보이고, 사람들은 노화가 나이가 아님을 인식하게 된다. 기업에서도 나이에 초점을 둔 광고보다는 건강을 유지하는, 시대를 초월한 라이프 스타일을 위한 제품으로 차별화한다. 체중 감량을 말하는 대신에 ‘건강해지세요’, ‘활력 있는 피부’를 강조하는 광고가 선보인다. 나이키에서는 노인들이 선호하는 느린 속도에 맞는 운동화를 홍보하는 대신에 부상에서 회복 중인 사람이나 초보 주자들을 표적으로 삼은 운동화를 소개하면, 노인들도 자연스럽게 구매로 유도된다. 연령보다는 라이프 스타일을 중시하는 마케팅이 펼쳐지는 것이다.

우연히 이미지 메이킹 전문가가 50세 이상의 전문직 여성들을 위한 강의에 참석하게 되었다. 최근 젊은이들의 삶은 예전 세대보다 풍요롭지 않기 때문에 화려한 옷보다는 심플한 색을 주로 입는다고 한다. 옷도 몸에 딱 붙는 옷보다는 조금은 헐렁한 옷을 입기에 한 치수 큰 옷을 입으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예전 여성의 눈썹은 얇고 동그란 모습이었지만 여성 활동이 커지고 힘을 발휘하면서, 눈썹도 조금 두껍고 일자로 되어간다. 사회의 변화에 따라 옷의 디자인, 화장품 기법, 마케팅 기법이 변하는 트렌드에 새로운 재미를 느낀다.

글 한태숙(한마콤 대표, 호텔관광경영학 박사)  사진 픽사베이

 

슈가한(한태숙)은 한마콤 대표이며 세종대학교에서 호텔관광경영학박사. 
전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 & 코엑스 인터컨티넨탈 호텔 홍보부장,
2019 말레이시아 The Asia HRD에서 “Movers & Shakers” 수상,
아시아 경영대학원에서 MBA, 필리핀 국립대학에서 산업공학 전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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