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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교육, 아이들의 마음을 두드리다
감성 교육, 아이들의 마음을 두드리다
  • 이윤지
  • 승인 2014.03.17 1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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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노트

학교 폭력으로 인한 불안 장애, 자살, 우울증과 강박증… 파릇파릇한 우리 아이들을 둘러싼 검고 어두운 기운은 언제쯤 걷히게 될까. 재미있는 생각으로 온 하루를 꽉 채워도 모자랄 어린 학생들의 얼굴엔 무기력한 그늘만이 가득하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학생이라는 이름표는 참 고되다. 과연 읽고 풀고 외우는 것만 가르치기를 반복하는 것이 옳은지 되돌아봐야 한다. 현직 교사들이 바라보는 대안은 바로 ‘감성’이다.

취재 이윤지 기자 | 사진 매거진플러스 | 도움말 및 자료제공 한국감성교육연구소 홍영미 소장, 교육을 바꾸는 힘 감성교육(즐거운학교)

한국감성교육연구소 홍미영 소장은 폭력이나 자살 사고가 일어나는 원인을 스트레스로 인한 마음의 상처(우울, 좌절감, 열등감, 무기력, 분노, 불안감) 때문이라고 말한다. 우리는 이 표현의 핵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자해나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에까지 이른 아이들에게는 분명 표면적인 근거가 있다. 성적이 떨어졌거나 불우한 가정환경으로 온몸과 마음이 지쳤거나, 친구들과의 관계가 심각하게 나빠져 학교생활을 이어나가기 힘들었거나 하는 등의. 그러나 실질적인 원인은 예로 든 보편적인 상황 자체가 아니다. 아이들이 교실 또는 세상을 보는 시선과 그 감정이 어땠는지, 어떤 감정을 추스르지 못했는지까지를 함께 생각해 보았어야 할 문제다. 공감받지 못하고 버려진, 그들의 소중한 마음 하나하나를 알았더라면 어땠을까. 비단 학생들을 생각했을 때뿐 아니라 사람마다 그 모양과 무게가 다른 ‘마음’을 알아채고, 또 다가가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교사나 부모가 아이들을 볼 때 행복한 느낌과 눈길을 주고, 아이들이 어떤 마음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집중해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을 알아채는 일이 시작될 수 있다.

아이들의 ‘감성’을 ‘공감’하기

상당한 양의 교과 학습과 그리고 반복, 또 먼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갖가지 선행학습과 과외활동이 아이들 앞에 쌓인다. 자신의 정서 상태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할 겨를이 그들에게는 없다. 아이들은 ‘지성인’을 강요하는 시대에서 항목화된 지식을 외우고 습득하는 것을 교실 안에서의 숙명으로 여기고 살아가고 있다. 답답한 이 숙명은 여럿이 모일수록 입시의 치열한 경쟁 구도를 만들어 내며 더욱 악화된다. 순위가 매겨지고 수치로 평가받는 학교생활에서 굳건하게 자존감을 지켜내는 강심장은 많지 않다. 지금의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가벼운 격려나 일회성의 보상이 아니다. 자기 자신도 들여다보기 힘든 내면의 위태로운 정서를 수면 위로 끌어올려줄 누군가, 혹은 그런 동기가 그들에게 간절하다. 자녀가 ‘평범하고 서툰’, 아직 어리고 별 생각이 없는 손 안의 아이라고 여기는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징조까지도 그저 평범한 투정이라고 여길 가능성이 크다. 요즘 학원가에서 들리는 무섭고 황당한 사건들과 우리 아이는 무관하다는 확신은 너무나 위험하다. 미리 들여다보고 어루만져 주지 않으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어떤 감정은 다양한 일의 시초가 될 수 있다. 그것이 부정적이고 끔찍한 일이 되지 않으리라는 단언은 누구도 할 수 없다.
최근 교사들이 학교 폭력과 학생 우울증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내세운 해결책인 ‘감성 교육’은 ‘공감’을 통해 아이들을 암울함에서 구원할 것을 강조한다. 감성교육은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고, 감정을 올바로 인식하며 그것을 조절할 줄 아는 능력을 높여주는 교육방식이다.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와 그것들이 모여 어떤 사고방식을 이루게 되는지 정확히 알아야 하는 이유는 그 파장이 신체와 건강, 가깝고 먼 미래의 그 자신에게까지 상상할 수 없이 넓게 퍼지기 때문이다. 삶을 포기하게 만드는 것은 잠재돼 있던 불쾌한 감정이다.

우울한 아이의 내막, 성적 스트레스가 심한 아이의 심정

아이들의 눈높이와 마음을 같은 곳에 서서 보고, 좋은 것을 더 키우고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아주자는 생각으로 만들어진 <감정단어 테스트>의 사례를 통해 학생들의 감정단어를 살펴보자.
홍영미 소장은 감성교육을 위해 2012년 <감정단어 테스트>를 개발했다. 이 테스트지는 몇 개의 상황을 설명하는 문장으로 구성돼 있고 기분과 감정 부분을 채우도록 해 학생들의 마음 상태를 추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성적 스트레스가 심한 학생의 감정단어 테스트

아침에 일어나서 거실로 들어서니, 가족은 나를 다정한 눈으로 쳐다봤다. 그래서 내 마음은 뿌듯했다. 가족과 함께 신나는 마음으로 아침식사를 했다.
나는 가족과 함께 있으면 자주 반가운 느낌이 든다.
얼마 전 시험 기간이었다. 시험 기간에는 우울한 느낌이 들고, 성적표를 받으면 당황스러운 느낌이 든다. 또 성적표를 부모님께 보여드릴 생각을 하니, 무서운 느낌이 든다.

몇 가지의, 감정을 표현한 단어만으로도 학생의 불안정한 심리상태를 알 수 있다. 이 학생은 초등학생으로, 평소 일상에서는 큰 감정적 이상이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성적에 관해서는 ‘무서운’ 느낌이 든다고까지 표현했다. 이런 안타까운 상황이 왜 생겼고, 또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지 알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이같은 진실을 알게 될 만한 계기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대화나 편지, 간단한 메모 정도로도 아이들의 마음 일부를 꺼내볼 수 있다. 부모로서는 전혀 몰랐던 정서와 상황을 받아들이는 방향을 차분히 바라보고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야 한다.


우울증이 의심되는 고등학생의 감정단어 테스트

나는 의욕이 없는 기분으로 거실로 들어서니 가족은 나를 무관심한 눈으로 쳐다봤다. 그래서 내 마음은 우울했다.
가족과 함께 우울한 마음으로 아침 식사를 했다. 나는 가족과 함께 있으면 자주 의욕 없는 느낌이 든다. 학교 가는 길에 반 친구를 만나 기분이 시큰둥했다. 학교에 가면 선생님은 나를 무관심한 마음으로 보는 것 같다. 수업시간에는 주로 우울한 느낌이 들고, 점심시간과 쉬는 시간에는 무기력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학교에 오는 것이 외로운 것 같다.

이 테스트지의 주인공이 우리 아이라면 어떤 생각이 들까. 해당 테스트를 실시한 교사는 이 학생을 전문적인 상담이 필요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의욕이 없고 무기력하며 우울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이 학생에게는 스스로도 까닭을 모르는, 폐허가 된 마음을 끄집어내 주는 것이 우선이다. 모두에게 공평한 시간을 겪고 있는 아이들에게 현재 가장 시급한 것은 자존감과 정체성 확립이다. 자신의 감정을 정확히 인지할 줄 알고 타인과 공유할 수 있을 때 그 삶은 의지를 가지게 된다. 아이가 말로 하지 않는 작은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감성으로 마음을 두드려 다가가고자 할 때 비로소 참된 소통과 아이를 위한 교육이 시작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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