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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태민·송주영 부녀가 말하는 ‘빅 데이터’
송태민·송주영 부녀가 말하는 ‘빅 데이터’
  • 박천국 기자
  • 승인 2014.03.18 22: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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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는 통계학 박사, 딸은 범죄학 박사
▲ 송태민 송주영 부녀. 아빠는 통계학 박사, 딸은 범죄학 박사.

아버지와 딸이 각기 다른 분야에서 박사가 된 이후, 교집합을 찾아내 공동으로 연구하기란 말처럼 쉬운 일아 아니다. 하지만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송태민 박사와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송주영 박사가 공동 연구를 바탕으로 <빅 데이터 분석방법론>이라는 책을 공저해 화제를 낳았다. 빅 데이터 분석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이들 부녀가 힘을 모아야 했던 뒷이야기.

취재 박천국 기자 | 사진 양우영 기자 | 장소협찬 더케이호텔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제가 연구자로서 열정을 품고 있는지 늘 생각해 보게 돼요”(송주영 박사)

“묵묵히 자신의 목표를 이뤄 온 딸의 모습을 보면 더 아껴주고 싶은 마음이 커집니다”(송태민 박사)

송태민 박사는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35년간 통계학 전문가로 활동해 온 인물이다. 오랜 기간 데이터를 활용해 사회 문제를 다각도로 분석했던 경험을 토대로 최근 주목받는 빅 데이터에 관심을 갖게 됐다. 빅 데이터는 규모가 크고 시기적으로 오랜 기간 축적된 정보나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와 같은 비정형 데이터를 총괄하는 개념이다. 때문에 정보 처리와 분석이 힘들고, 그 데이터를 처리하려면 반드시 정형화된 데이터로 만들어야 한다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송태민 박사는 현재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사회문제와 범죄에 대한 분석과 더 나아가 미래에 대한 예측도 가능한 빅 데이터 연구 활성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범죄학자인 딸 송주영 박사에게 공동 연구를 제안했다. 마침 송주영 박사가 미국 웨스트조지아주립대학에서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던 터라, 송태민 박사는 안식년을 이용해 미국에서 본격적인 공동 연구에 돌입할 수 있었다. 그러던 2013년 9월 송주영 박사가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국제협력연구센터 부연구위원으로 임명되면서 송태민 박사와 함께 국무총리 산하 국책 연구기관에 몸담게 됐다. 그렇게 아버지 송태민 박사와 딸 송주영 박사의 특별한 동행이 시작됐다.

통계학자 아버지와 범죄학자 딸의 절묘한 조합

 
이들 부녀가 최근 출간한 <빅 데이터 분석방법론>은 두 사람이 함께 5편의 논문을 쓰면서 활용한 빅 데이터 분석 방법을 정리한 책이다. 송태민 박사는 통계학 분석을 주로 맡았고, 송주영 박사는 논문의 이론적 배경을 설명하기 위한 자료 수집 부분을 책임졌다.
“저는 주로 통계학을 다뤄서 통계 분석론 쪽으로 연구를 진행하고 딸이 사이버링, 청소년 자살과 관련된 사회 범죄적인 측면의 이론을 많이 알고 있어서 논문 구성에 필요한 이론적 배경을 주로 담당했습니다.”
2년 전부터 공동 연구를 시작한 두 사람은 이메일과 동영상 파일을 주고받으며 이번 책을 완성했다. 송주영 박사가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까지 미국에서 박사 학위 과정을 밟고 있었기 때문이다. 각각 다른 분야의 전공자이지만 송태민 박사가 연구 경험이 풍부해 공동 연구와 책 집필을 주도해 나가는 과정에서, 두 사람은 어떤 갈등이나 걱정보다는 기쁨과 즐거움이 더 컸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제가 논문 초록을 국문으로 정리한 내용을 딸에게 보내면 딸은 그것을 영문화하는 작업을 한다든지, 제가 통계 기법을 활용해서 테이블을 만들고 그림 이론 모형을 만들게 되면 딸이 내용을 확인하고 최종적으로 확정을 해서 논문으로 완성해 나가는 방식인 겁니다. 물론 각자 주어진 일이 있는 상태에서 작업을 하다 보니 시간을 많이 내지는 못한다는 것이 조금은 힘들기도 했지만, 그 외에는 매우 즐거운 작업이었습니다.”
송주영 박사는 국책 연구기관의 대선배인 아버지로부터 많은 조언을 받았다. 연구원으로서 데이터를 대하는 마음가짐뿐만 아니라, 좋은 연구자의 자질 등 부정(父情)이 깃든 조언은 언제나 그녀에게 큰 힘이 됐다.
“아버지께서 오랜 기간 연구자로서 활동하셨기 때문에 자기 주도적으로 연구를 하려면 데이터를 항상 사랑해야 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매일 데이터를 지켜보면 데이터를 가지고 어떤 연결을 해야 되겠다는 게 보이는데, 그 과정에서 새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는 의미였죠. 아버지 역시 그게 쉽지만은 않은 일이라고 말씀하시면서도 데이터를 계속 보고 있어야 더 좋은 연구가 되고, 새로운 발견을 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셨어요.”
이번 책은 물론 빅 데이터 분석 방법론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일반인들에게는 빅 데이터라는 개념만큼이나 생소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부녀가 말하는 빅 데이터와 그 분석 방법을 들어 보면 기존에 학교나 회사에서 경험했던 분석 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깨달을 수 있다. 이는 빅 데이터가 새로운 경제 원천으로 주목받고 있는 요즘, 연구자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빅 데이터 분석 방법론에 관심을 가지면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수없는 연구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빅 데이터는 정보를 처리하고 분석하기 전에는 쓸모없는 쓰레기더미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최근 들어 빅 데이터가 미래에 우리가 먹고 살 수 있는 원유 혹은 새로운 경제 원천이라고 하는데, 사실 일반인이 보면 이용할 수 없는 쓰레기더미에 불과해요. 하지만 그 쓰레기더미에서 다이아몬드 원석을 건져내는 것이 빅 데이터 분석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오피니언 마이닝, 텍스트 마이닝 등 빅 데이터를 분석하는 여러 가지 기법이 어려울 수 있지만, 전에 없었던 새로운 발견을 위해서는 더욱 다양한 기법을 활용하는 것이 좋아요.”

모두 포기하라 했지만 유일하게 응원해준 고마운 아버지

 
이들 부녀가 연구자로서 같은 길을 걷고 있지만 송주영 박사가 미국 유학시절 고비를 이겨내지 못했다면 책 출간은 불가능했을 일이다. 2006년, 만 25세에 결혼한 송주영 박사는 결혼 이후 미국 유학 생활을 시작했다. 법학과에서 형법을 전공한 송주영 박사는 미국 미시간주립대학에서 범죄학을 공부하기 위해서는 통계학 수업을 들어야 했다. 그 순간 송주영 박사는 아버지를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원래 저는 판사가 꿈이었어요. 그래서 법학과에 들어갔는데 제가 아버지처럼 생각하는 지도교수님께서 저에게 유학을 추천해주셨죠. 그렇게 미시간주립대학에서 범죄학을 배우게 됐는데, 먼저 통계 수업을 들어야 되더라고요. 통계학 수업을 들으면서 갑자기 숫자를 보니까 답답했는데 통계학자인 아버지에게 조언을 구할 수 있어서 좋았죠. 조금씩 통계학을 공부해 나가면서 범죄학에 뒷받침되는 것이 통계학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어떤 범죄의 원인을 밝혀낼 때 받쳐주는 증거가 있어야 하는데, 그때 고급 통계 기법을 사용하니까요.”
그러던 중 송주영 박사에게 고비가 찾아왔다. 좋은 성적을 내지 못한 데 따른 부담감과 책임감으로 박사 과정을 중도에 포기하려고 했던 것이다. 당시 결혼 후 가정을 꾸리고 있었던 터라 공부를 포기하고 주부로서 살림을 선택해도 납득이 되는 상황이었다. 친정어머니와 시댁에서도 학업 중단을 말리지 않았지만 유일하게 반기를 든 사람은 바로 아버지 송태민 박사였다. 송주영 박사는 구구절절한 이야기가 담긴 장문의 이메일을 통해 아버지의 진심을 확인했고, 그것을 계기로 연구자로서의 의지를 다질 수 있었다.
“미국 유학 시절에 한 번은 공부를 그만두겠다고 한 적이 있어요. 그 당시 대부분의 가족들이 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는 분위기여서 결혼하고 남편 따라 미국에 간 것이니 살림에 전념하려고 했죠. 그런데 그 시기에 아버지께서 이메일을 보내셔서 ‘처음 미국에 가서 모든 것이 생소한 데다 범죄학과 통계학이라는 생소한 분야까지 공부하게 되어서 힘들 수 있는데, 그 고비만 넘기면 성숙해질 것이다’라고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주셨어요. 유일하게 공부를 말리지 않았던 사람이 아버지였던 거죠. 그 이메일을 받고 마음을 굳혔어요. 공부를 더 해야겠다고 말이죠.”
딸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던 송태민 박사의 입가에 은은한 미소가 번졌다. 조심스레 미소의 의미를 묻자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는 아이였는데 공부를 그만두겠다는 말을 울면서 엄마에게 했다”며 “당시 공부하던 과목 자체가 어려웠고 고비만 넘기면 쉽게 풀릴 것 같아서 이메일을 보냈는데, 나중에 극복하는 모습을 보고 기뻤던 기억이 떠올랐다”고 답했다.

힘든 내색 없이 스스로 진로를 찾은 대견한 딸

송태민 박사는 슬하에 두 딸이 있다. 송태민 박사는 장녀인 송주영 박사에 대해 어려서부터 항상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딸로 기억하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딸에게 수학을 가르친 송태민 박사는 힘든 내색 없이 묵묵히 공부하는 딸의 모습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다. 특히 학창시절에도 별다른 일탈 없이 우수한 성적으로 법대에 진학한 딸을 지켜보며 애틋함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송 박사는 저를 한 번도 실망시킨 적이 없는 딸이에요. 6학년 때까지 제가 직접 수학을 가르쳤는데 어려운 문제 풀이를 시켜도 한 번도 안 하겠다는 말을 한 적이 없었죠. 더욱이 한 번의 낙오됨 없이 무사히 자신이 원하던 법대에 진학한 딸이 무척이나 대견했습니다. 특히 저와 거리를 두지 않고 친오빠처럼 살갑게 대해주는 모습을 보면 더 기특하고 아버지로서 더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절로 생기는 것 같아요(웃음).”
송태민 박사의 바람은 딸이 훌륭한 연구자로 성장하는 것이다. 그는 송주영 박사에게 무엇보다 연구자로서의 끈기를 강조하면서, 동시에 가정에 소홀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도 드러냈다.
“연구를 진행하다 보면 포기하고 싶을 때가 있어요. 시행착오를 겪어야 연구가 마무리되는 법인데, 연구자들이 중간에 그만두는 경우가 적지 않죠. 끈기를 가지고 최종 연구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연구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죠. 물론 건강과 가정을 생각하는 것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까지 워낙 잘해 왔으니 연구자로서 앞으로도 잘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아요.”
딸을 향한 아버지의 조언과 덕담이 나오자 아버지의 건강을 염려하는 딸의 바람이 이어졌다. 송주영 박사는 “지금도 연구에 몰두하면 1시간도 채 잠들지 못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볼 때마다 항상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부모님이 저희 가족과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사시는데, 연구를 한참 하실 시기에는 아버지가 잠을 한 시간도 못 주무신다는 걸 알게 돼요. 이제는 너무 연구에만 몰입하지 마시고 아버지 스스로를 위해서 시간을 보내실 때라고 생각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저부터 연구를 많이 해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훌륭한 범죄학자가 되어야 할 것 같아요.”
한 가정을 이루고 엄마가 되어 장성한 딸이 아버지에게는 여전히 품안에 있는 자식처럼 기특해 보이는 듯했다. 송주영 박사의 마지막 말을 들은 송태민 박사가 인터뷰를 마치고 딸에게 한마디 건넨다.
“고맙다.”

<사진 캡션>
송태민 박사는 국무총리실에서 추진하는 보건복지와 관련된 빅 데이터 연구 총책임자(한국보건사회연구원 사회정신건강연구센터장)이고, 송주영 박사는 한국형사정책연구원 국제협력연구센터 부연구위원이다. 송태민 박사는 올해 연구 과정에서 보건사회연구원과 형사정책연구원의 공동 연구 기회가 주어질 것으로 기대했다. 또 두 사람은 올해 안으로 이번 신간에서 소개하지 못한 새로운 기법을 적용해, 일반인들과 연구자들이 더 쉬운 빅 데이터 분석 방법론을 찾을 수 있도록 다른 형태의 책을 재차 공동 집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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