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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과 다산, 패러독스 vs 파토스
연암과 다산, 패러독스 vs 파토스
  • 백준상 기자
  • 승인 2014.04.10 16: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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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인문학

▲ 다산 정약용1
▲ 연암 박지원

이번 강의는 인문학자의 연구공간 수유+너머 연구원으로 활동하면서 감이당에서 인문학과 의역학을 연구하는 고미숙씨이다. 좋은 책을 만나면 인생이 바뀌는 예로 고미숙 선생님은 직접 ‘열하일기’와 ‘동의보감’을 예로 들었다. 연암과 다산의 삶이 우리 삶의 별이 되는 이유와 그 지침이 되는 지도로서의 두 거인의 삶을 조명하는, 명사 석학과 함께 하는 미술 인문학, 그 두 번째 강의가 2월 28일 겸재 정선 기념관에서 열렸다.

글 이선용(문화칼럼니스트 독문학박사 sunny658@hanmail.net) 사진 서울신문 제공

연암 박지원은 당시 집권 당파였던 노론 명문가 출신으로 그의 일상은 유머 혹은 패러독스로 관통하는 삶이었다. 그에 반해 다산 정약용은  노·소론이 중앙당파 세력에 있을 때 재야에서 오래 떠돌던 남인 가문 출신으로 비장감이 드는 삶을 살았다. 패러독스(역설)와 파토스(비감)라는 가문의 배경을 지닌 두 거인들의 비교는 이제껏 그 어느 학자도 시도해보지 않은 신선한 강의였다.

1. 패러독스와 파토스
연암의 위대한 저작물, 무박 사일간의 여행기록물인 ‘열하일기’는 연암이 추구하는 그의 사상의 집합체이다. 연암일기에 드러나는 그의 유머와 재치, 존재와 의식에 대한 통찰은 20대의 유람과 방황, 30대에 ‘백탑청연’이라는 네트워크에서의 백수생활이 녹아들어 빛을 발했다. 그의 나이 44세에 열하일기가 탄생된 것이다. 50세가 넘어서야 생계를 위해 조정에 나설 정도로 연암은 정치 참여에는 관심이 없었다.
이에 비해 다산은 20대에 과거를 통해 정계에 진출하고 정조의 총애와 신임을 받아 승승장구한 삶은 살았는데 이러한 정치적 성향도 서로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2. 유쾌한 노마드 대 치열한 앙가주망
연암이 양반의 위선과 무위도식, 패악을 수사학적으로 표현하는 형식에 몰두한다. 즉 고문과 소품체, 소설 등 다양한 문체를 종횡무진 써나간 데 비해, 다산은 놀라울 만치 파격적이며, 직설적인 표현을 쓸 정도로 내용에 치중한다. 실천의 의지가 치열한 앙가주망(현실참여주의자)이었던 다산에 비해 연암은 여유롭게 권력의 현장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계를 열어젖힌 노마드(유목민)의 심성을 가진 이였다.
한문으로 가장 뛰어난 문장을 써 문장가의 최고의 경지에 오른 이가 연암이라면, 다산은 유배지에서 지낸 18년 동안 어마어마한 량의 저술을 남겼다. 이렇듯 질 과 양의 측면에서 연암과 다산이 한꺼번에 등장한 18세기는 조선 문화의 절정기, 르네상스 시기였다. 

3. 우정과 효제- 촉발과 계몽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 확장시켜 나아가는 데 주력하는 유목민(노마드)적 삶을 산 연암과 달리 다산은 젊은 시절부터 중압집권의 직제에서 안주하는 정주민의 삶을 살았다.
다산은 유배지에서도 끊임없이 아들의 교육에 관여하는 편지를 수없이 써 보냈을 정도로 효제의 가치를 중시하는 실천적 인물이었다.
연암의 사주와 다산의 사주를 서로 비교하면서 물(水)의 기질과 불(火)의 기질로서 서로 대비시키는 설명이 아주 흥미로웠다.
물의 기질이 많은 연암은 신장이 발달하고 유머감각이 있으며 수렴의 성향이 있어 친구관계도 폭넓은 반면, 불의 성향인 다산은 심장이 발달하고 열정 또한 높고 내면으로 침잠의 성향이 강한 인물로 풀이했다.
다산은 유배지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주역에 심취하면서 유배지에서 ‘다산학(茶山學)’을 꽃 피울 정도로 유배지를 오히려 공부 공간으로 승화시켰다.
연암과 다산은 둘 다 동시대인이기는 하지만 그 둘은 서로 만나지 않고 서로에 대해 침묵했다. 저자는 연암과 다산을 서로가 바라보는 평행선의 운명으로, 만나지는 못하지만 함께 가는 거대한 평행선으로 비유했다. 연암과 다산은 서로 출신도 성격도 인생행로도 스타일도 철학과 세계관도 달라도 너무도 다른 극과 극이다.

강의가 끝나고  저서를 들고 저자의 사인을 받으려는 수강자들의 열의와 함께 고미숙 선생님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보았다. 우수를 지나 경칩을 눈앞에 둔 절기이기는 하나 아직 바람이 차가운 때에 강의실은 열기로 후끈했다.
 
<강의 및 자료 제공>
고미숙 고전평론가. 인문의역학 연구소 ‘감이당’ 연구원
저서: ‘한국의 근대성, 그 기원을 찾아서(2001)’,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2003’),‘동의보감, 몸과 우주 그리고 삶의 비전(2011)’, ‘연암과 다산(2013)’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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