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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범함 속 마성의 끌림, 허지웅
비범함 속 마성의 끌림, 허지웅
  • 박천국 기자
  • 승인 2014.04.23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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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적 직설화법으로 대세가 된 남자

허지웅의 북 콘서트 현장은 톱스타의 팬미팅을 방불케 했다. 한 호텔에서 진행된 허지웅의 북 콘서트에 무려 1천400여 명의 인원이 자리를 가득 메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대에 오른 그는 기대 이상의 관객 규모에 잠시 당황한 듯한 모습도 보였다. 시간이 지니자 그는 특유의 직설화법과 솔직함으로 자리에 모인 청중들을 때로는 웃기기도, 때로는 매우 당혹스럽게도 만들었다. 그를 향한 팬심을 확인하고 보니 <마녀사냥>과 <썰전> 등으로 형성된 ‘허지웅 열풍’의 근원이 무엇인지 파헤치지 않을 수 없었다.

취재 박천국 기자 | 사진 최별 기자

“비평가로서는 지극히 영리하고 참신한 창작자이지만, 방송에서는 무모하리만큼 솔직한 발언으로 대중을 놀라게 하는 반전 매력의 소유자”

허지웅의 ‘절친’으로 알려진 영화 <화차>의 변영주 감독이 이날 사회자로 나섰다. 변 감독은 그가 등장하기 전부터 허지웅에 관해 유쾌한 ‘썰’을 풀어놓으며 분위기를 한껏 달궜다. 변 감독의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된 사실은 1천400명이 모인 북 콘서트는 이례적이라는 점과 이번 책 <개포동 김갑수의 사정>이 허지웅의 첫 소설이라는 점이다. 이 두 가지 사실은 허지웅을 읽는 두 가지 중요한 키워드다. 20~30대 젊은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매력적인 남성상으로 그가 주목을 받게 되면서 이날 북 콘서트에 모인 대다수의 관객은 여성이었다. 그를 표현하는 ‘요즘 대세’라는 말을 북 콘서트에 참석한 관객 수로 충분히 증명해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지웅을 마냥 연예인으로 표현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는 칼럼니스트로 오랫동안 활동해 온 글을 쓰는 사람이다. 이날 북 콘서트는 애초부터 허지웅을 향한 대중적인 인기를 확인하는 팬미팅의 성격이 강했지만, 오래전부터 소설을 쓰고 싶었던 허지웅이 작가로서 책을 이야기하는 자리로 강조해 어딘가 모르게 어색한 느낌도 들었다.
이는 그가 표현 수위와 단어 순화 등 행사의 성격에 부합하는 말을 해야 하는 탓에 잠시 혼란스러워 하는 모습에서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역시 가식적이지 않은 솔직함으로 읽혀질 만큼 그를 향한 팬심은 두텁고 진해 보였다.

비범한 솔직함으로 대중의 시선을 끌다

방송인 허지웅은 자기감정이 담긴 직설화법으로 공감을 이끌어 내거나 반대로 반감을 사기도 한다. 그러니까 그의 솔직함은 대중에게 공감을 얻으려는 의도적인 행동이라기보다 그가 살아가는 삶의 방식에 가깝다. 연애 상담 프로그램인 <마녀사냥>에서도 그는 자기 경험과 생각들을 꺼내놓으며 누군가의 고민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모습을 보인다. 이를테면 “나는 무성욕자다”, “군 제대 기다려준 여친 두고 후배와 바람을 폈다”, “옛날 해녀들의 복장에 환상 있다”, “결벽증 있다고 키스 안 하지 않아”라는 식의 솔직하고 대담한 발언으로 프로그램 인기에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실생활의 모습을 살짝 들여다볼 수 있었던 북 콘서트 현장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이날 참가자들로부터 그는 다양한 질문을 받았는데, 어떤 대답도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한 관객의 “작가가 꿈인데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에, 그는 “‘글 쓰고 살 거야’라며 선택한 삶이 아니라, 생계를 위해 대학교 3학년부터 글을 쓴 것뿐”이라고 답했다. 특히 대세이니 마성이니 하면서 언론의 관심을 받고 있는 자신의 인기에 대해서도 허지웅다운 답변을 내놨다. 그의 솔직한 진면목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조만간 뭔가 사단이 나지 않을까 생각해요. ‘거기에 왜 갔을까’라는 말을 듣게 될지도 모르죠. 저는 자신을 객관화시켜서 바라보는데 능한 편인데, 지금 저에 대한 관심은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성장에서 생겨난 수요와 공급의 법칙이라고 봐도 무관해요. 그러니까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언론과 결탁해서 끊임없이 라이징 스타를 만들어 공급을 하는 거죠. 스타성을 가진 팩트로서의 매력이 아니라, 써먹기 위한 수단이라는 겁니다. 그 구조에 맞춰서 제가 드러날 뿐이라서 기본적으로 그런 인기에 대한 회의가 있어요. 조만간 저에 대한 실체에 치를 떨면서 욕을 하게 될 날이 올 거라고 봅니다.”
이처럼 그는 논리적인 사고로 다소 반항적이고 반사회적일 수 있는 발언들을 설득시킨다. 그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발언들이 여성들에게 공감을 얻는 이유도 다분히 사견일 수 있는 생각들을 논리적으로 풀어나가는 데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친’들이 이야기하는 허지웅이라는 사람

이날 북 콘서트에 게스트로 참여한 변영주 감독과 강풀 작가, 그리고 윤종신은 예전부터 그와 두터운 친분을 유지해 온 사이다. 그들이 표현한 허지웅의 면면은 방송이나 글로 접해서는 알 수 없는 인간다운 매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
“공개석상에서는 센 척을 하는데 속으로 사실 되게 소년 같은 사람이에요. 개인적으로는 허지웅 씨가 변하지 말고 지금의 모습을 유지했으면 좋겠어요.”(강풀 작가)
“허지웅의 이야기는 상상 밖 이야기가 아니라 충분히 있을 법한 이야기예요. 누구나 끄덕일 법한 이야기가 시기와 나이에 맞게 진화되어 나가는 허지웅이 되었으면 합니다. 일관성이라기보다는 지금처럼 참신한 이야기가 50대가 되어서도 나올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죠.”(윤종신)
변영주 감독은 이 두 사람과 달리 묵묵히 자기 목소리를 내온 비평가로서의 허지웅을 이야기했다. 실제로 허지웅은 영화 전문 잡지와 패션 잡지 등에서 기자 생활을 하다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다. 영화 비평을 전문으로 하지만 정치나 사회적인 현상에 대해 자신의 신념을 굽히지 않아 왔다. 때문에 그 의견에 반하는 사람들로부터 원색적인 비난도 경험해야 했다.
“이 친구에게 감동을 받은 것은 녹록치 않은 삶을 살면서 그것을 자기 연민으로 극복한 것이 아니라 ‘왜’ 이러한지에 대한 궁금증으로 극복했다는 점이에요. 그런 부분은 참 멋지다고 생각해요.”(변영주 감독)

특히 이날 콘서트를 통해 그가 글을 쓰는 창작자로서 많은 계획을 갖고 있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방송 활동에 관해서는 크게 욕심을 드러내지 않는 모습이었다. 방송인으로서 대중과 접점을 늘려나가는 것보다 칼럼니스트이자 작가로서 가지고 있는 비평과 창작에 대한 열정이 그에게는 더 중요한 듯했다.
“이번에 발표한 소설 <개포동 김갑수 씨의 사정>은 비평가가 아닌 작가로서 전면적인 자기 글쓰기를 한다는 의미도 됩니다. 또 5년 전에 썼던 에세이집과 이번 책 사이에 한국 공포영화를 다룬 책도 있는데, 아이템이 생기면 이런 식의 책들을 꾸준히 쓸 생각입니다. 물론 지금처럼 비평적인 글쓰기 또한 끊임없이 할 예정이고요. 하지만 방송 계획에 대해서는 올해 중순이나 그 전에 사고를 치지 않을까란 말로 대신할게요.”
그를 잘 알지 못하지만 고개가 끄덕여졌다. 허지웅 블로그의 소개란에 간단명료하게 적힌 스스로를 소개하는 문구가 문득 떠올랐다.  “글 쓰는 허지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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