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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사회를 여는 ‘착한 경제’를 말하다
새로운 사회를 여는 ‘착한 경제’를 말하다
  • 이윤지 기자
  • 승인 2014.05.30 03: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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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동의 경제학' 공저자 이수연 연구원

시민이 참여하고 이끌어 가는 시민 주도 싱크탱크 ‘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이하 새사연)’의 이수연 연구원은 사회적 경제를 다룬 책 <협동의 경제학>의 공저자다. 새사연 정태인 원장과 이 책을 공저한 이수연 연구원은 30대 초반의 젊은 학자다. 출간 이후 협동조합을 위한 팟캐스트 ‘공존공생’의 진행자로 나서기도 했다. 젊은 경제학자가 생각하는 대안적 경제와 협동, 그리고 앞으로의 행복을 위한 경제에 대해서 들어봤다.

취재 이윤지 기자 | 사진 양우영 기자

새사연은 새로운 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는 정책들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보다 쾌적하고 살기 좋은 사회를 열기 위해서다. 일반인들의 입장을 반영하는 경제적인 연구들을 해오고 있으며 민간 후원금을 받아 운영하고 있는 싱크탱크다. 최근 새사연은 ‘사회적 경제’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이 개념은 현재 서울시가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부문이기도 하다. 현재 새사연은 서울시의 사회적 경제 정책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다. 이 같은 새로운 바람에 대해 묻자 이수연 연구원은 ‘새로운 대안’이 필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아직은 익숙하지 않은 말 ‘사회적 경제’

최근 사회적 경제라는 그리 익숙하지 않은 말이 심심찮게 들린다. 시민단체나 경제학자들을 비롯해 서울시 시장도, 대통령 후보로 나선 이도 사회적 경제가 침체된 경제를 살릴 거라 말했다. 도대체 사회적 경제의 정체가 무엇일까.
“우리 사회에 사회적 경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 건 사실 그리 최근이 아니죠. 1997년 이후 확장된 경쟁의 논리에 따라 실업과 빈곤이 심화되며 대안으로 이야기되기 시작한 것이 사회적 경제입니다. 1990년대 초반 빈민 지역을 중심으로 사회적 경제의 맹아라 할 소규모 노동자협동조합이 등장하기도 했고, 1996년에는 정부 차원에서 5개의 자활지원센터를 설립하기도 했죠. 2003년에는 노동부에서 드디어 ‘사회적’이라는 말을 정책용어로 쓰기 시작했는데, 바로 ‘사회적 일자리 사업’을 실행하면서였어요.”
시장경제가 개인의 이기심을 전제로 경쟁을 통해 효율성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사회적 경제는 개인의 상호성을 전제로 협력을 통해 연대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수연 연구원은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사회적 경제는 정부 중심으로, 극심한 실업상태 해소를 위한 일자리 창출 정책으로 도입된 측면이 크다’며 그 전에 활동하던 민간 부문들이 있었고 지역별로는 원주와 같이 자체적인 사회적 경제 네트워크를 구성한 곳도 있지만, 사회적 경제가 사회적 차원에서 자리를 잡았던 건 아니었음을 강조했다.

인간은 이기적? ‘착한 경제’에 관한 고찰

“‘착한 경제’라는 말은 시선을 잡는 구석이 있죠. 경제와 착한 것은 어울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경제는 돈을 많이 버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과제가 연결되니까요. 이를 흔히 시장경제라 부릅니다. 시장경제는 인간이 물질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적 존재임을 전제합니다. 시장경제에서의 이기심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도록 해주는 원동력이며, 각 개인의 이기심이 채워질수록 사회 전체적으로도 효율적인 자원배분이 이루어진다고 평가되고 있어요. 이 논리의 맥에 착한 것이 낄 틈이 없게 되죠.”
그러나 인간은 시장경제 시스템에만 특화된 진정 이기적인 존재일까? 이수연 연구원은 <협동의 경제학>의 흥미로운 게임 논리를 소개하며 인간 본연의 심성이 현재 우리의 경제를 바꿀 수 있는 근거가 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착한 경제, 우리가 상상하는 만큼 가능하다

“우리사회 시민들은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 건설을 바라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 건설에는 사회적 경제라는 기둥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점이죠.”
이수연 연구원은 살기 좋은 복지국가에 앞서 새로운 경제 주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회적 경제가 그것을 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키워드는 ‘협동조합’이다. 협동조합은 사회적 경제의 대표 주체로, 모든 조합원이 출자금을 지출한다는 데 있다. 곧 노동이 자본을 고용하는 형태이다. 협동조합에서는 노동, 다시 말해 조합원이 고용주가 되고 이들에게 돌아가는 보상을 최대화하는 것이 목적이 된다. 수익만을 추구하지 않으며 공동체 의식, 지역사회에의 기여도 추구하게 된다. 일반 기업보다 노동자의 고용 안정성이 보장되는 것 또한 당연한 결과이다.
“고학력 주부들이 영어교사로 활동하면서 소정의 수익도 벌고 소득 격차로 인해 영어교육에서 소외된 아이들을 위해 봉사활동도 하는 잉쿱영어교육협동조합, 동네 경로당에서 자주 모이던 노인들이 콩나물을 기르고 국밥을 만들어 판매하는 콩나물 국밥 사회적 기업 등을 예로 들 수 있어요. 조금만 관심을 가져 본다면 이 같은 형태의 협동조합을 주위에서 찾아보실 수 있을 겁니다.”
거창하지 않아도 좋다. ‘지금 우리 동네에서,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떠올려 보라’는 것이 이수연 연구원의 제안이다. 이수연 연구원은 사회적 경제의 권위자인 이탈리아 경제학자 스테파노 자마니 교수의 ‘협동조합은 상상의 산물’이라는 말을 언급하며, 새로이 바뀌는 세상에 대한 희망을 제시했다. 무엇이든 상상하는 것을 이룰 수 있으며, 때로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것도 이룰 수 있다는 말이다.

‘최후통첩 게임’
인간은 정말 이기적일까? 여기 인간이 이기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유명한 실험이 있다. 최후통첩 게임(Ultimatum Game)이다. A와 B라는 두 사람이 있다. 이제 A에게 1만 원을 주고, B와 나눠가지도록 한다. A가 B에게 얼마를 주든 상관없다. 1000원이든 5000원이든 주고 싶은 만큼 제시할 수 있다. B는 A가 제시한 금액을 받아들이거나 그게 마음에 들지 않으면 거절할 수 있다. 단, B가 A의 제안을 거절하면 두 사람은 모두 한 푼도 갖지 못한다. 당신이 A라면 얼마를 제시하겠는가? 당신이 B라면 A가 얼마를 제시했을 때 제안을 수용하겠는가? 만약 시장경제에서 말하듯이 인간이 물질적 이익만 추구하는 이기적 존재라면 이미 답은 나온 셈이다. A는 1원을 제시하고, B는 그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A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최소한의 금액인 1원만 주는 게 이기적인 행위이다. B의 입장에서는 A의 제안을 거부해서 한 푼도 못 받는 것보다는 1원이라도 받는 게 이익이다.
하지만 전 세계의 경제학자, 사회학자, 심리학자, 인류학자들이 위 실험을 수도 없이 반복한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대체로 A는 4000원에서 5000원 정도의 금액을 B에게 제시하고, B는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만약 A가 욕심을 부려 2000원 이하의 금액을 제시하면, B는 이를 거절하고 차라리 한 푼도 받지 않는 쪽을 택했다.
이 결과는 무엇을 뜻하는가? 우선 인간은 물질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적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인간은 남을 생각한다. 그리고 인간은 불공평하다고 느끼는 행위에 대해서는 자신이 손해를 보더라도 반발한다. 협력과 응징을 통해 남이 나에게 하는 만큼 나도 베푼다는 것이다. 가장 상식적이고도 현실적인 인간의 모습이다. 이를 상호적 인간이라 한다. 인간이 이기적이지 않으며 상호적이라는 사실에서 경제는 착해질 수 있다. 이 ‘착한 경제’가 바로 사회적 경제다.
- <협동의 경제학>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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