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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시장을 향한 2세대 K푸드 도전의 걸림돌은?
글로벌 시장을 향한 2세대 K푸드 도전의 걸림돌은?
  • 이시종 기자
  • 승인 2014.07.14 10: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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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과 '기술'로 한국을 넘어 세계로
글로벌 시장을 향한 2세대 K푸드 도전의 걸림돌은?

 

1세대 K푸드(Korea Food)는 푸짐한 양과 한국의 전통적인 맛을 강조한 제품이었다. 국내 몇몇 식품 외식기업들이 이를 토대로 해외로 진출했고, 나름의 성과도 얻었다. 하지만 글로벌 시장에 'K푸드'라는 브랜드를 각인시키기엔 부족함이 있었다. 최근 맛뿐만 아니라 기술력을 더한 2세대 K푸드가 글로벌화를 본격화했다. 이들 기업의 글로벌화 전략에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살펴봤다.

취재 이시종 기자 | 사진 매거진플러스 DB

어느 주말에 가본 도심 백화점 식품 매장은 흡사 외국 브랜드 전시장 같은 느낌이었다. 아예 독립 진열대를 마련한 외산 제과 코너엔 미국, 유럽 제품이 가득했고, 심지어 우리의 '뻥튀기'와 흡사한 유기농 외산 제과 제품은 100g에 무려 4천원에 팔리고 있었다. 식품 외식업계가 글로벌화를 외치고 있지만, 정작 국내 시장에서는 수입 브랜드에 맥을 못 추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또 지난 4월 국내 한 우유업체는 중국에 흰우유를 수출하게 됐다고 발표했지만 이 기쁨도 잠시였다.
중국은 5월 1일부터 한국 유업계의 살균우유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표면적으로는 살균 방법과 유통기한 표시 등이 중국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지만 실상은 한국산 우유에 대한 견제라는 것이 업계의 해석이다.

다국적 식품 외식 브랜드의 한국 시장 상륙

한국 식품 외식업계가 거센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다국적 식품 외식업체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한국 시장에 상륙하고 있는 데 비해 한국 업체들의 글로벌 진출은 더디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됐던 <별에서 온 그대>의 중국 인기 등 한류 열풍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듯한 풍경이다.
이는 지난해부터 이어온 국내 소비침체와 그에 따른 식품업체들의 매출감소와 연관성이 있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글로벌 10개사의 전체 매출은 2천596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했지만, 국내 10대 식품기업의 매출은 132억 달러(2.7% 증가)에 그쳐 글로벌 성장세를 따라가지 못했다.
국내 수입이 넉넉지 않으니 R&D 투자도 빈약할 수밖에 없다. 글로벌 식품 시장에서 K푸드의 존재가 미약한 것은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차별화된 제품개발 노력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2012년도 식품 제조업계 연구개발비 투자는 매출액 대비 0.19%로 제조업 평균(1.40%)에 못 미쳤다.
몇몇 식품업계 전문가들은 "덩치 면에서도 글로벌 업체와 경쟁하기엔 역부족"이라고 꼬집는다. 지난해 상반기 매출 기준 국내 1위인 CJ제일제당은 세계 1위 네슬레의 10분 1의 크기도 되지 않을뿐더러 글로벌 시장에서 20위권에도 못 든다는 것이다.
녹록치 않은 상황이지만 세계 시장 흐름으로 봤을 때 글로벌 진출은 멈출 순 없다. 전문가들은 K푸드가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기 위해선 독특한 우리만의 제품 개발이나 틈새시장 공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국내 외식업체 중 해외에서 가장 많은 매장(400곳)을 운영하는 곳은 대기업이 아닌 즉석 빵 브랜드(크림 생과자)인 델리만쥬다. 1998년 시작된 이 브랜드가 단기간에 시장에서 입지를 굳힌 것은 미국 등이 길거리 음식 문화가 발달돼 있다는 점에 착안하고 제품 맛도 현지인의 기호에 맞췄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주로 다른 점포에 '숍인숍' 형태로 입주해 임대료 부담이 적고 제품 생산 과정이 자동화돼 누구나 운영할 수 있는 점도 인기 요인이다.

우리만의 제품 개발이나 틈새시장 공략 절실

물론 오리온 쵸코파이, 농심 신라면 등이 여전히 해외시장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인기를 이어 가려면 신제품 개발과 현지 해외업체를 M&A를 하는 방법 등 덩치를 키워 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정부도 식품산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선정해 각종 지원과 육성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식품진흥은 농식품부, 가공식품 신고 및 허가는 식약처, 수산물(식품)은 해양수산부, 외식 프랜차이즈 관할은 산업부로 갈기갈기 찢어진 현 정책·조직체계로는 K푸드의 글로벌화는커녕 안방을 지키기도 어렵다"고 지적하며 "하루빨리 미래 산업으로의 인식 전환과 총괄기구 설치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식품 외식업계 관계자의 대응 또한 글로벌화 흐름에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5월에 태국에서 태국 국제식품박람회(타이펙스)가 열렸다. 올해 식품 수출 확대를 목표로 타이펙스를 찾은 국가는 37개국, 참가 기업만도 1천500개에 달했다. 우리나라도 중국(146개사)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109개 기업이 참가, 위용을 과시하며 '제2의 한류' 열풍을 이어 가려는 듯했다.
하지만 K푸드의 자존심은 딱 숫자에만 그쳤다는 지적이다. 현지를 취재했던 기자들에 따르면 축제를 연상시키는 태국이나 일본관과 달리 한국관의 모습은 너무 초라했다는 것이다. 한 기자는 "경쟁 국가들이 화려한 인테리어로 부스를 꾸미고 발로 뛰며 바이어들을 찾아나선 데 반해 국내 기업들이 모인 한국관은 전혀 준비되지 않은 모습으로 관람객을 맞았다"며 "마치 동네 구멍가게를 연상케 할 정도였다"고 했다. 한국을 대표해 aT센터가 운영한 김치관조차 행사 둘째 날 정오가 돼서야 기본적인 상품 진열에 나섰다. 김치를 이용한 음식 시연회 등 기본적인 행사는 기대조차 할 수 없었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무슨 일이든 시기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K푸드는 지금이야말로 세계 시장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최적기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K팝과 드라마 등 한류 열풍에 힘입어 K푸드가 글로벌 소비자에게 더욱 친숙한 이미지로 다가설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류가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는 이 흐름에 반드시 편승해야 한다는 얘기다.
자만에 빠져 어영부영 기회를 놓친다면 '세계 속의 K푸드' 꿈은 한낱 꿈으로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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