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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젊은 건축가상’ 수상한 OBBA 곽상준·이소정 소장
‘2014 젊은 건축가상’ 수상한 OBBA 곽상준·이소정 소장
  • 이윤지 기자
  • 승인 2014.09.03 1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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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사 사무소 OBBA는 아주 특별한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 다세대주택 프로젝트를 의뢰받은 OBBA의 공동대표 두 사람은 우리가 처음 보는 독특하면서도 살기 좋은 다세대주택을 만들어냈다. ‘2014 젊은 건축가상’ 수상자들 중 가장 젊은 이소정·곽상준 소장을 만났다.

취재 이윤지 기자 | 사진 맹석호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다세대 공동주택. 여러 가구가 한 건물에 모여 사는 형태의 이 건물들은 천편일률적인 모양인데다 서로 밀집돼 있다. 한마디로 시선을 끌 만한 구석이 없는 건축 형태란 이야기. 한국 도시의 구조 상 불가피한 현상이다. 그런데 서울 내발산동의 한 다세대주택은 이런 요소들을 깨고 멋스러운 외관으로 시선을 끈다. 유럽의 벽돌 건축물 같은 이국적인 모양새, 조형 예술품이거나 갤러리가 아닐까 의심하게 하는 세련된 디자인 요소. 총 14세대가 주거하고 있는 다세대주택, OBBA의 첫 작품이다.

건축의 경계를 넘어

 
설계사무소 매스스터디스에서 근무하던 두 사람은 뜻을 모아 OBBA(Office for Beyond Boundaries Architecture)를 설립했다. 두 사람은 부부다.
“건축이라는 것은 다양한 분야와 협업합니다. 구조에서부터 설비, 인테리어, 아이디어와 건물의 가치가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해요. 단순히 건물을 짓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 과정을 더욱 확장시키고 발전시키고자 ‘경계를 넘는다’는 의미를 이름에 담았죠.”
내발산동 다세대주택은 스튜디오식 원룸, 원 베드룸 등으로 세대별로 유형을 달리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프로젝트 실행에 앞서 건축주에게 먼저 확인한 것은 ‘반드시 하나의 방을 가지는 것이 중요한가’였다.
“좁은 공간에서 벽을 치고 문까지 달게 되면 공간은 완전히 분리되니까 더 답답해질 수 있어요. 방을 문으로 구획하지 않고 붙박이 기능을 하는 책장으로 시선을 분리되도록 하는 방안을 생각했죠.”
곽상준·이소정 소장의 아이디어는 아주 소소하고 사소한 부분에서 출발한다. 한 건물, 다닥다닥 붙어 있는 원룸들은 그 간격 자체로 사생활 침해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대부분의 다세대주택들이 지니고 있는 문제점이지만 개선되기 힘든 상황인 것도 사실이다. 여느 건축가들과 마찬가지로 건물 특성을 고려해야 했고 또 건물 주변과의 융화 또한 생각해야 했다. 이들은 거주자 편의와 건축의 미학까지 놓치지 않고 ‘다세대주택 같지 않은 다세대주택’을 완성했다. 공간의 가치를 시간을 두어 연구하고 입주하는 사람의 편안함을 위한 깊은 배려는 마침내 성공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건물은 이미 유형화돼 있는 완제품과는 다르기 때문에, 건축사가 제시하는 방향을 건축주들이 빠르게 받아들이고 결정하는 것이 쉽지가 않아요. 다 지어진 모습을 미리 볼 수도 없으니 색다른 제안에 대해서는 확신하기도 힘들죠. 프레젠테이션 과정에서 효과적으로 설득하면서 저희의 제안과 건축주의 의견에 간극을 좁히는 것은 어려우면서도 재미있는 과정이에요. 하나씩 조건을 맞춰 나가고 최적의 플랜을 함께 만들어 가는 것이 이 일을 하는 즐거움이죠.”
한 층에 네 세대가 있는 이 건물은 계단실에서 복도를 통해 세대로 진입하게 돼 있다. 복도 대신 계단참이 각 두 세대의 진입로가 되도록 설계했다. 반 층씩 차이가 나면서 불필요하게 면적을 차지하고 있었던 복도 공간은 전용면적으로 사용이 가능해 효율성을 끌어올렸다.

 
(사진설명) 모든 세대가 3면의 창을 가질 수 있도록 설계한 것이 인상적인 강서구 내발산동 다세대주택 다이어그램. 벽돌 스크린을 설치해 효과적인 환기가 가능하도록 하면서도 바로 인접한 건물로 인한 사생활 침해 요소를 제거했다. 비워쌓기 한 벽돌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하며 다양한 그림자와 빛의 표정을 연출한다. (OBBA 제공)

‘좋은 집’을 꿈꾸는 사람들을 위한 OBBA

“집을 짓고 싶은데 무엇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일단 어디를 찾아가야 하는지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죠. 건축사 사무소가 대중과 거리를 좁힐수록 그분들의 선택의 폭은 넓어질 것이라고 생각해요.”
어둡고 불편한 공간이 아닌, 내 몸을 편히 쉴 수 있는 집의 필요성을 잘 알고 있는 두 사람이 말하는 가치는 ‘풍요로운 삶’이다.
“다세대주택 프로젝트는 시선을 다르게 하고 기존과는 다른 방향을 선택한 케이스라고 볼 수 있어요. 앞으로도 건축업계에서 더욱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제반 환경들이 개선되는 계기가 됐으면 합니다.”
현재 OBBA는 신원동 택지개발지구에 3층 규모 주택의 시공을 앞두고 있다. 청계산 입구에 위치한 이곳은 도심임에도 시골 어느 한적한 곳의 느낌을 준다. 보금자리주택 옆 부지인 만큼 타깃은 신혼부부나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
“최상층에는 건축주의 가정이 거주하고 아래 두 세대는 임대할 예정이에요. 재미있는 것은 건축주의 두 자녀들이 장성하면 아래 두 층으로 이사해 온 가족이 함께 살겠다는 계획이에요.”
우선은 세 개 세대의 프라이버시를 명확히 구분해 주어야 한다. 추후 자녀 세대들이 입주할 경우를 대비해 곽상준·이소정 소장은 또 기발한 그림을 그렸다. 먼저 요건을 세분화했다. 부모세대와 자녀세대가 함께 모이게 될 때, 왕래가 용이하도록 해야 하지만 역시 얼마간의 프라이버시 보호는 필요하다는 사실. 층간 소음, 공용 계단 및 중간 공간 설계에 힘을 기울였다. 일반적인 층과 층으로 된 구성이 아닌, 전 세대가 각각 출입구를 가지는 듀플렉스 형식을 택해 층간 소음의 요인을 아예 배재했으며 중간을 가족실로 계획했다. 3층 세대에서 손님맞이용으로 이용하다가 세 세대가 다 들어섰을 때에는 2층과 맞붙여 둔 가벽을 털어내고 자녀 세대들과 함께 쓸 가족실로의 전환이 가능하다.
두 사람은 ‘거주하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가 관건’이라며 채광, 환기, 수납 등 일상적 편의를 위한 요소들을 부단히 점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번 프로젝트의 경우 입주자들이 아파트 생활과는 다른 삶을 경험할 것이라고 기대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뛰놀 수 있도록 짓는 데 주력했다.
“공간이 풍요롭다는 것은 넓은 평면을 뜻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안에서의 동선이 보다 편안하고 생활이 더 여유롭고 윤택해지는 것을 뜻하죠. OBBA는 이 가치를 기준으로 삼고 더욱 새로운 결과들을 만들어 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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