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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째 걸어서 혼자 세계 일주하고 있는 김남희 씨
4년째 걸어서 혼자 세계 일주하고 있는 김남희 씨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06.12.12 2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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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여행을 다니면서 낸 책 제목은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 혼자 떠나는 걷기 여행’(미래M&B)이다. 실제로 그녀는 용감무쌍하지 못하다. 독자들은 책을 통해 소심한 여자도 걸어서 세계일주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다고 한다. 먼저 떠난 그녀가 전하는 떠나기 전에 준비해야 할 것들.

 
글_ 류인홍 기자 사진_ 박민철 기자


김남희(37) 씨는 그녀가 내놓은 책 제목처럼 소심하고 겁 많고 까탈스러운 여자다. 고 3 때 1년 동안의 인생을 모두 투자해 대학 입시를 준비해야 한다는 현실을 이해할 수 없어, 자율학습을 빠지고 만화가게에 간 일이 인생 최대의 일탈이었을 정도로. 그런 여자가 지금은 걸어서 세계일주를 하고 있다. 벌써 4년째다. 그것도 치안이 잘 되어 있고 교통이 편한 선진국이 아니라 개발도상국들이다. 중국, 라오스, 미얀마, 시리아, 레바논, 이란 등.
책과 잡지에 원고를 기고하면서 벌어들이는 수입 외에 따로 버는 돈이 없어 여행 경비도 최소화하고 있다. 제일 싼 곳에서 자고 제일 싼 음식을 먹는다.
“제일 좋아하는 일이고 제일 잘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에 여행은 기쁘고 행복합니다.”
그렇다고 그녀가 굳은 신념으로 봉사활동을 하며 여행을 하는 것도 아니다. 김씨는 보통 여성들처럼 겁 많고 소심하다. 아무리 좋아하는 일이라도 어떤 일이 닥칠지 모르는 곳을 여자 혼자 누비고 다니는 일이 쉽지 않을 것 같다.
“불편함이 없는 건 아니에요. 위생이나 대중교통이 잘 갖추어져 있지 않아서 힘들죠. 그리고 아주 가끔 가벼운 성추행이라고 느낄 정도의 불쾌한 일을 겪기도 해요. 하지만 대부분은 이런 모든 어려움을 다 잊게 해줄 정도의 따뜻한 환대를 받습니다. 운이 좋다고 할 수도 있는데, 생각보다 개발도상국에 좋은 사람들이 많아요.”
비용도 생각보다 적게 든다. 1년에 5백만원밖에 들지 않는 인도, 네팔 같은 나라도 있고 하루에 20~30달러가 드는 나라도 있지만, 평균적으로 한 달에 1백만원 이하의 돈을 쓴다. 서울에서 생활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으로 세계여행을 다닐 수 있는 셈이다.
여행을 통해 얻는 것 중 하나는 자신에 대해서 더 많이 알게 된다는 점이다.
“제가 가진 장점과 단점을 알게 됩니다. 이를 통해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고 더욱 사랑하게 되죠. 그것은 곧바로 타인을 사랑할 수 있는 원천이 됩니다. 아시아를 다니는 것 역시 그 속에서 아시아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싶어서입니다. 선진국만 바라보고 그 삶을 좇는 나라에서 자란 탓에 아시아인으로서의 자각을 갖지 못한 채 살아왔기 때문이죠.”

자유를 얻으려면 현재의 기득권 포기해야
김씨는 대학을 졸업하고 대사관에서 근무를 했다. 다른 직장을 포함해 약 8년 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한번도 재미있던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나마 대사관이라서 그렇게 오랫동안 버텼다고 생각해요. 해외에 나갈 일도 많고 휴가도 많았죠. 하지만 저한테는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었어요. 여행이었죠. 만약 직장생활이 적당히 재미없고 딱히 좋아하는 일도 없었다면 계속 회사원으로 살았을 거예요.”
2003년 1월, 김씨는 인천부두에서 배를 타고 중국으로 들어갔다. 상하이와 저장성, 안후이성을 둘러본 후 베이징을 거쳐 쓰촨성, 원낭성으로 남하했다. 거기서 육로로 국경을 건너 라오스로 갔고, 태국을 거쳐 미얀마로 날아가는 여정이었다. 이것이 걷기 여행의 시작이었다.
“전 한비야 씨처럼 대범하고 용감하지 못합니다. 다른 여자들하고 비슷하게 소심하죠. 그런 여자가 혼자 걸어서 세계여행을 다녔다는 사실에 많은 분들이 용기를 갖는 것 같아요.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그녀는 자신처럼 여행을 떠나고 싶은 사람은 먼저 많은 것들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얘기한다. 자유를 얻기 위한 대가인 셈이다.
“저 역시 안정된 직장, 전세금, 적금을 포기하고 불안한 삶 속에 뛰어들었습니다. 대신 자유를 얻었죠. 정말 하고 싶고, 간절히 원하는 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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