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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장나라, ‘별같이 빛났던 시간들’을 보내다
배우 장나라, ‘별같이 빛났던 시간들’을 보내다
  • 이윤지 기자
  • 승인 2014.10.20 15: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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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의 힘

 
오랜만에 새 드라마로 돌아온 꼬꼬마 장나라. 가수로 데뷔해 첫 드라마에서 의외의 실력으로 활약하며 본격적으로 배우의 길을 걸어온 그녀는 다양한 역할을 다부지게도 소화해냈다. 구수한 사투리, 야무진 눈빛은 화면을 생기롭게 만든다. <운명처럼 널 사랑해>에서는 절절한 사랑을 이야기하며 자주 오열했다. 작은 체구, 아이 같은 얼굴로 그린 성숙한 여자의 감성은 직접 말한 소감처럼 ‘반짝반짝’ 빛난다.

취재 이윤지 기자 사진 MBC '운명처럼 널 사랑해' 제공

2000년대 초 여성 솔로 가수로서 독보적이었던 인기를 누렸던 장나라, 요 몇년 새 브라운관에서 보기는 힘들었지만 장나라의 중국 활동 수준과 그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고 중국 방송에 관심이 없는 이들도 그녀의 중국 진출이 상당히 성공적이었다는 사실을 대부분 알고 있을 정도다. 2004년 중국으로 가 국내와는 또 다른 전성기를 누린 장나라, 1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여전히 그녀를 ‘동안 미녀’라 칭한다.

장나라 성공기

귀여운 외모가 돋보였던 장나라는 그 이상으로 뛰어난 가창력으로 보는 이들을 놀라게 했다. 2집 앨범 타이틀곡 '스윗 드림‘은 KBS, MBC, KMTV에서 가요대상 3관왕을 거머쥐기도 했다. 시트콤 <뉴논스톱>에 출연하면서 스타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주인공으로 분한 <명랑소녀 성공기>의 성공은 한 번 더 많은 이들에게 반전으로 다가왔다. 당시 가수들이 연기자로 전향하는 경우는 적지 않았지만 이 같은 ‘성공기’는 전적이 없었던 터. 당차고 명랑한 산골소녀 ‘차양순’ 이 된 장나라는 품이 큰 교복을 버겁게 걸친, 조금 우스꽝스러운 모습이었다. 작고 사랑스러운 양순은 좌절과 고통 속에서도 맑게 자라는 소녀. 무대 위에서의 상큼한 얼굴과 맞아떨어지는 이미지였지만, 제대로 된 충청도 사투리를 구사하며 능청스럽게 당찬 여학생을 연기한 가수 장나라는 다시 한번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장나라를 ‘한류여신’으로 불리게 한 작품은 드라마 <띠아오만 어의>다. ‘띠아오만’ 공주 역할로 얻은 인기를 바탕으로 중국 내에서 가수 활동을 병행해왔다. 장나라는 수준급의 중국어를 트레이닝하고 현지 정서에 맞는 이미지 메이킹으로 탄탄한 준비해 중국인들을 사로잡았다. 이외에도 <은색연화>, <순백지련> 등에 출연한 중국 브라운관에서의 ‘띠아오만 공주’는 중국 연예인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완벽하다.

오직 장나라만 할 수 있는 연기

때로 장나라의 행보를 두고, ‘명랑한 소녀’, ‘귀여운 여인’ 류의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않는 역할만 이어온다는 평이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장나라가 차근차근 쌓아올린 이력을 보면, 정교한 캐릭터 변화를 시도해 왔음을 알 수 있다.
부유한 환경에서 태어나 아무 걱정 없이 자란 ‘세나’역할로 나왔던 <웨딩>은 시골의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외무고시에 합격해 자수성가한 남자 외교관 승우와의 중매결혼 후 벌어지는 좌충우돌 스토리를 담고 있다. 중국을 무대로 활동 중이던 시기에 출연한 작품으로 <가을동화>, <겨울연가> 등을 집필한 오수연 작가의 이 작품에서의 여자 주인공은 천방지축이거나 새침떼기이기보다 신중하고 냉정했다. 운명적인 사랑을 주로 그렸던 오 작가가 이례적으로 선보였던 작품 <웨딩>은 현실에서의 사랑, 결혼의 갈등에 치중해 있는 이야기다. 자주 웃고 유머러스한 면모를 보이기도 했던 전작들에 비한다면 <웨딩>에서의 세나, 장나라는 낯선 이미지다. 당시 그녀는 ‘이번에는 조금 다른 종류의 밝은 사람’을 연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었다.
최근작인 <학교 2013>에서는 정인재 역으로 순수하게 아이들을 사랑하는 열정적인 기간제 교사의 면모를 보여줬다. 수수한 매무새의 정인재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진정성을 추구하는 교사다. 학생들이 주축이 되는 드라마에서, 로맨스 비중은 적은 교사 역할은 어찌 보면 선택하기 어려운 자리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아이들을 보듬어야 하는 자신의 위치를 정확히 이해하며 잘못된 학교 시스템에 맞서는 보기 드문 ‘바른’ 교사를 연기한 장나라는 지난 역할들은 잊은 채 진지하고 정의로웠다.

 
 
 
<운명처럼 널 사랑해>는 주인공 김미영의 오열 연기가 일품이었던 인상적인 작품. 이미 언급했듯 장나라가 ‘평범하고 뻔한’ 캐릭터만을 선택한다는 오해가 생기기에 충분한 인물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비현실적으로 착하고, 너무 많은 불행들이 반복되지만 늘 어여쁘고 사랑스러워 연인에게 아낌을 받는 여자.
그러나 장나라의 ‘김미영’에겐 특별한 운명이 설정돼 있다. 갓 여인이 된 여자 아이가 생면부지의 남자를 만나 아기를 가져 갑작스럽게 엄마가 되고 그 후폭풍은 만만치 않다. 사실상 좋은 남자 덕을 보고 행복한 끝을 맺기는 하지만 그 과정은 수월하지만은 않았다. 모성을 연기해야 했고 기억상실증에 걸린 남자와 애틋한 사랑을 이어간다는 특별한 상황을 몸으로 표현해야 했다.
오랜만에 보는 장나라에게선 한류스타의 무게감이나 여독 같은 것이 느껴지지 않았다. 부러움을 사는 어려보이는 외모가 예상대로 그대로일 뿐 아니라 섬세하고 밝은 에너지로 웃음과 울음을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탁월함 역시 변함이 없다.
이제 30대, 더 아름다운 변화를 앞두고 있는 그녀에게 보다 특별한 모습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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