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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석신 교수의 ‘나의 밥 이야기’
김석신 교수의 ‘나의 밥 이야기’
  • 이시종 기자
  • 승인 2014.11.21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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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 파머

우리는 왜 먹는가? 한 식품공학자의 기록

 
얼마 전부터 음식을 주제로 한 책과 방송 등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사람들은 왜 이렇게 끊임없이 먹을거리에 관심을 가지며 좋아할까? ‘착한 식당, 착한 음식’을 찾아가는 프로그램이 화제가 되고, 맛집을 탐방하는 프로그램은 여전히 인기가 많다. 가톨릭대학교 김석신 교수는 평소 만들고 팔고 먹는 우리들의 삶에서 수많은 질문을 꺼낸다.

취재_ 이시종 기자 사진_ 매거진플러스, 궁리 제공 참고자료_ <나의 밥 이야기>(궁리)

“가장 원초적인 음식윤리는 ‘나눔’에서 비롯됐다”

“난 왜 먹을까? 난 먹기 위해 사는 걸까, 살기 위해 먹는 걸까? 동물의 먹이와 사람의 먹을거리는 왜 다른가? 음식은 무엇이고 또 음식은 어디에서 비롯됐나?”
고백컨대 매일 음식을 먹으면서도 한 번도 이런 질문들을 던져 본 적이 없다. 그저 본능이라 생각하고, 버릇처럼 먹었다. 하지만 최근 출간된 <나의 밥 이야기>를 읽으면서 이런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봤다. 이 책은 가톨릭대학교 식품공학과 김석신 교수가 평생 음식을 연구하면서 나름의 답을 찾아내 말하고 있는 책이다. 김 교수는 식품공학자로 살면서 경험했던 인문학적인 갈증도 해소하기 위해, 인문학과 사회과학 서적들을 읽으며 자료들을 모아 나갔다. 특히 윤리와 관계되는 인문학과 사회과학 분야의 책과 논문과 씨름하며 이 책을 써내려갔다.

음식은 단순한 ‘제품’이 아닌 ‘생명’ 그 자체다

김 교수는 음식의 과학적·공학적 바탕에 인문학과 사회과학을 접목한 새로운 지평의 강의와 연구를 시도하며 ‘음식윤리’라는 독특한 분야를 개척해왔다. ‘음식윤리’는 ‘음식에 대한 윤리적 고려’라고 정의되는 응용윤리의 한 종류이다. 이 용어는 1996년 벤 메팸의 <Food Ethics>라는 책에 처음 등장했다. 하지만 ‘음식’은 인류의 탄생 초기부터 있었고, ‘윤리’ 역시 인류의 역사와 더불어 시작됐다. 인간은 매머드를 혼자 사냥할 수도 없었고, 혼자 다 먹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가장 원초적인 음식윤리는 ‘나눔’에서 비롯됐다고 김 교수는 이야기한다.
요즘 음식윤리에 대한 관심이 점점 깊어지는 까닭은 과학의 발달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대량 생산을 목표로 농약과 비료를 과다하게 사용하는 농업,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대량 사육하고 도살이 철저하게 분업화한 축산업,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는 식품이나 음식을 대량 생산하는 식품산업. 이 모든 시대상황이 음식을 먹는 사람과 만들거나 파는 사람들 사이의 거리를 멀어지게 했고, 누가 만든 건지조차 모르는 익명성도 증가시켰다. ‘생명’ 자체였던 음식이 단순한 ‘제품’으로 소비되면서 인간의 생명과 건강을 유지하고 행복을 주어야 할 음식이 그 존재를 자꾸 잃어버리게 된 것이다. 이렇게 음식에 대한 불신과 불안이 커진 만큼 음식윤리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김 교수는 책에서 “우리에게 행복을 주는 음식은 바로 다른 생명이다”라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겸손하고 조심스럽게 먹어야 한다. 설령 먹이사슬의 꼭대기에 있다 하더라도 생명이 있는 음식을 대할 때, 그 음식도 생명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쌀 한 톨에도 온 우주가 담겨 있다는 말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음식이 주는 불행, 음식이 주는 행복

책에는 잘못된 식습관이 개인과 가족 공동체의 불행을 초래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이는 저자가 직접 경험한 사례를 들어 이야기하고 있다. 김 교수의 아버지는 고혈압으로 인해 45세의 한창 때에 뇌졸중, 이른바 중풍에 걸려 반신불수가 됐다고 했다. 가장인 아버지가 건강을 잃으면서 가족은 해체의 위기까지 갔다고 했다. 불행의 시작은 짜게 먹는 식습관이었다. 김 교수는 농약 뿌린 쌈 채소를 예를 들며 음식으로 인한 불행의 사례들을 소개한다. 건강을 위해 채식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났지만, 정작 농약을 뿌린 쌈 채소가 오히려 건강을 해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는 생명존중의 원리와 정의의 원리, 환경보전의 원리, 안전성 최우선의 원리를 져버리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잘못된 식습관은 우리에게 불행을 초래하지만, 음식은 자고로 행복을 주는 것이다. 삶이 행복한 시간에, 기쁜 시간에, 들뜬 시간에, 너와 내가 함께 존재하며 함께 기뻐할 수 있음을 확인하는 의미에서 음식은 매우 중요하다. 음식이 없으면 그런 확인을 할 수 없다. 일부 직장인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직장 내의 식당이나 근처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한다. 특히 우리나라 직장인들이 점심을 혼자 먹는 경우는 드물다. 이런 점심문화는 밥상을 함께 하던 과거의 밥상공동체 문화가 변모한 것이다. 직장생활에서 행복 여부는 밥상공동체에 함께하는 일에 달려 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밥상공동체와 밥 친구는 원시시대까지 그 기원을 유추해볼 수 있다. 커다란 짐승을 사냥한 사냥꾼은 칭송과 부러움의 대상이 되어 가장 맛있는 부위를 준다. 다른 사람들도 나머지 고기를 함께 먹으며 부족의 대소사를 이야기하든가 노래하고 춤을 추며 축제를 지내게 된다. 밥은 우리를 살게 해줄 뿐만이 아니라 사회 안에서 소속감을 느끼며 행복을 느끼게 해준다. 음식은 그만큼 행복과 불행에 직결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음식을 생명이 아니라 제품으로 파악하는 지금이야말로 음식윤리에 관심을 가질 시기”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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