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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 이야기
동지 이야기
  • 전미희
  • 승인 2014.12.26 04: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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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는 기나긴 겨울밤의 추위와 어둠을 이겨내기 위해 예로부터 잊지 않고 챙겨 왔던 24절기 중 하나이다. 가장 긴 밤을 뜻하지만 반대로 다시 해가 길어지기 시작하는 시기인 동지에는 겨울을 따뜻하게 나는 법이 담겨 있다.

진행 전미희 기자 사진 양우영 기자 자료제공 국립민속박물관

양력 12월 22일, 동짓날

마지막 한 장 남은 올해의 달력에도 어김없이 동짓날이 표시되어 있다. 올해 동지는 12월 22일, 음력 11월 1일에 해당하는 날이다. 보통은 음력 11월 중기 가운데 양력 12월 22일 경을 동지라고 한다. <동국세시기>에서는 동짓날을 아세(亞歲)라고 부르며 작은 설날로 여기기도 했다. 새해가 시작되는 설날처럼, 동지 또한 겨울이 지나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동지가 다가올수록 태양은 적도 이남의 남회귀선 쪽으로 내려간다. 동지가 지나면 태양이 다시 조금씩 올라오기 때문에 옛 사람들은 동지를 태양이 부활하는 날로 여기기도 했다. 동짓날 팥죽 한 그릇을 먹어야 나이 한 살을 더 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선조들은 이 날에 많은 의미를 부여하였다. 그만큼 동짓날 행해지는 풍속들도 다양하다. 긴 겨울밤을 보내기 위해 제사를 지내거나 팥죽을 뿌리는 등 추위와 어둠을 몰아내기 위해 여러 소박한 의식들을 치러 왔다. 지금은 이러한 풍속들이 많이 축소되었지만, 여전히 동짓날이 다가오면 곳곳에서 팥죽을 쑤고 새알을 빚는 모습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우리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겨울 절기이다.

액운 쫓는 붉은 음식

 
설날에 먹는 떡국 한 그릇처럼, 동짓날 팥죽 한 그릇은 액운을 쫓고 새해를 가져다주는 절기 음식이다. 팥죽의 새알심을 나이 수대로 넣기도 하고, 집안 곳곳에 두어 악귀를 몰아내기도 하는 등 우리 민족은 음식 하나에도 많은 의미를 담아 서로의 안녕을 기원하였다.
예로부터 붉은 색은 태양이나 불과 같이 양기(陽氣)로 여겨 음(陰)한 기운을 쫓고 악귀를 몰아낸다고 믿었다. 이사를 하면 집안 곳곳에 붉은 음식을 두거나, 잔칫날 팥으로 시루떡을 만들어 이웃들과 나눠먹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따라서 대표적인 붉은 음식인 팥으로 가장 춥고 어두운 동짓날을 나는 음식을 만들었다.
동지 팥죽은 주로 밤이 깊어질 시간쯤 끓인다. 붉은 빛을 띠는 팥과 멥쌀, 찹쌀 등으로 오랜 시간 정성으로 만들어 낸 팥죽은 과거에는 커다란 솥에 끓여 이웃들과 나눠먹거나 제사상에 올리기도 했다. 반면 양력 12월 중순경이 음력으로 동짓달 초순에 들면 이를 애동지라 부르는데, 이때에는 팥죽을 쑤지 않는다.
올해는 음력 11월 1일이 동지에 해당하므로 애동지라고 할 수 있다. 애동지는 팥 수확이 일반적인 동짓날보다 이르기 때문에 팥죽을 쑤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애동지에 팥죽을 먹으면 안 좋은 일이 생긴다는 속설도 있어, 팥죽 대신 시루떡이나 호박떡 등 떡으로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
속설에 불과하지만 팥은 실제로도 겨울철에 몸을 따뜻하게 해주며 영양소가 풍부하여 겨울철에 먹기 좋은 음식이다. 따뜻한 기운을 가지고 있어 몸이 차거나 기운이 허한 사람에게 좋고, 사포닌과 식이섬유가 풍부하여 소화를 촉진시켜 주며 체내 노폐물을 배출시켜 다이어트에도 효과적인 식품이다. 흰 쌀에는 부족한 비타민B1의 함량이 높아 탄수화물의 소화를 돕고 일상생활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동짓날의 여러 풍속

동짓날은 다음 해의 날씨를 점칠 수 있는 날이다. 동짓날 눈이 많이 오고 날씨가 추우면 다음 해에 풍년이 들 징조라고 여겼다. 반대로 날이 따뜻하면 병이 많다는 설도 있다.
동지책력이나 부적을 만들어 나누는 풍습도 있다. 예로부터 한반도는 농경 국가이기 때문에 농사의 적기를 알 수 있는 책력이 무엇보다 중요하였다. 조선시대 관상감에서는 다음 해 책력을 만들면 임금이 관원들에게 내려준다. 또한 동지 부적을 만들어 액운을 쫓기도 하였다.
이러한 풍속 이외에도 우리 민족에게 동지는 가족, 이웃들과 함께 하며 정을 나누는 날이기도 하다. 과거에는 머슴에게 새경을 주는 날이기도 했으며, 동짓날에는 일부러 팥죽을 훔쳐가라고 문을 잠그지 않았다고도 한다. 서로의 따뜻한 온기를 주고받는 것이야말로 우리 선조들이 생각한 겨울을 이기는 최고의 방법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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