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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농장 탐방-베고니아 전문농원, 수란원예
성공농장 탐방-베고니아 전문농원, 수란원예
  • 박천국 기자
  • 승인 2015.01.17 07: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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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를 이어 꽃 재배하는 부자(父子) 농장

 
올해 화훼 시장에는 유난히 큰 먹구름이 드리웠다. 봄부터 시장의 불경기가 이어져 전반적으로 침체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위기 상황에서도 내년 초까지 출하할 물량을 맞추느라 매일 바쁘게 움직이는 화훼 농장이 있다. 경기도 남양주에 위치한 베고니아 전문 농장, 수란원예다. 이곳은 최적화된 재배 환경을 갖추고 있어 기온이 낮은 가을과 겨울에도 출하를 앞둔 꽃들로 가득하다.

취재 박천국 기자 | 사진 양우영 기자

수란원예는 아버지와 아들이 공동 경영하고 있는 구조다. 건강이 안 좋은 이금수 대표를 대신해, 아들 이상민 씨가 실질적인 농장경영을 맡고 있다. 이상민 씨는 기자와 마주앉은 자리에서 “단적으로 작년에는 7천원 하던 국화가 올해는 3천원으로 가격이 떨어졌다”며 화훼 시장에 대한 걱정을 이야기했다. 이 씨는 이어 “그러나 저희는 납품보다 일반 소비자들과 직거래하는 등 캐주얼한 시장을 공략해서 큰 타격을 받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꽃을 사지 않는 문화가 사회 전반에 확산되는 분위기는 수란원예뿐만 아니라 국내 모든 화훼 농가가 짊어진 걱정거리임에 분명해 보였다.

40년 이상 꽃 재배한 ‘화훼 대부’의 농장

수란원예 이금수 대표는 1971년부터 농장을 운영하기 시작해, 40년 넘게 한길을 걸어왔다. 화훼 업계에서는 이 대표를 ‘대부’라 칭할 정도로 국내 화훼 농업을 대표하는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원예과 교수였던 당숙부의 권유로 14살의 나이로 화훼 농업을 접했다. 당시에는 물을 공급하는 펌프 같은 시설조차 갖춰지지 않아, 꽃에 물을 주는 인력만도 상당했다. 그러다 이 대표가 창업에 도전하게 된 건 물을 공급하는 도구의 발달로 많은 인력이 필요하지 않게 되면서부터다.
아들 이상민 씨가 자랑스럽게 아버지의 이야기를 대신 들려줬다.
“그 당시 화훼는 부자들의 상징이었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그 당시에 인천에 송도화원이라는 곳이 있었는데, 송도 제일의 부자가 취미 삼아 그곳을 운영하고 있을 정도니까요. 아버지는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당숙부를 따라 송도화원에 취직을 하셨다고 합니다. 낮에는 꽃에 물을 주고, 밤에는 학교를 다닌 거죠. 처음에는 꽃에 물을 주는 인력이 상당히 많이 필요했는데, 점차 물을 주는 사람이 줄어들자, 1971년 서울 강동구 상일동에 직접 농장을 여셨다고 해요. 그러다 도시 개발과 맞물려 이곳 남양주에 온 지는 20년 정도 되었네요.”
‘아들만큼은 농업에 뛰어들게 하지 않겠다’는 아버지의 강경한 태도로, 이상민 씨는 한 번도 농사일을 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온실에서 일을 하다 허리를 다친 아버지의 건강 문제로 인해 그에게는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그는 대학교에서 기계과를 전공한 후 건축 설비 일을 하다, 1999년부터 아버지를 도와 화훼 농업을 시작했다.
“저는 기계과를 전공하고 건축 설비 일을 하다 IMF 때 실직을 하고 농사를 짓게 됐어요. 원래는 아버지께서 ‘이 일을 시키지 않았으면…’하는 마음이 커서 고등학교 때까지 농사 일을 도운 적이 없었죠. 그러다 1996년에 아버지가 온실 위에서 작업을 하시다가 떨어지셔서 허리를 크게 다치셨고, 그 이듬해에 어머니께서 직장암 3기 판정을 받고 병원에 입원을 하시게 됐어요. 그러다 보니 농장 관리가 너무 안 되어서 아들로서 농장 운영을 책임질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가족을 위해 자신의 도전을 멈춘 이상, 이상민 씨에게 화훼 농업의 의미는 더욱 남달랐다. 하루 만에 1만2천주 이상의 시크라멘 품종이 탄저병으로 고사한 적도 있었지만, 그는 포기라는 단어보다 긍정과 희망이라는 말을 떠올렸다. 심지어 재작년에는 꽃 재배량의 1/5 이상이 병해를 입어 출하를 포기해야 했지만, 그는 아버지로부터 배운 농업인의 정직함을 저버리지 않았다.
“뒤늦게 농업을 하게 되면서 시행착오도 많이 겪어야 했어요. 재작년의 경우 농장에 있는 1/5 이상의 꽃에 병이 든 적이 있어요. 처음에는 병에 걸리지 않은 꽃을 선별하려고 했는데 농업인으로서 양심을 속일 수는 없었죠. 좋은 이미지를 오랜 기간 구축해왔다고 해도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것이니까요. 결국 전량 폐기해서 피해액이 상당했지만, 그 덕분에 상인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주력 품종은 베고니아, 내년 주문까지 예약

 
각고의 노력 끝에 수란원예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은 이상민 씨는 농장을 운영하고 알리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꽃 애호가들 사이에선 수란원예가 회자되고 있다. 농장으로 ‘꽃을 사고 싶다’는 문의가 들어올 때면, 그는 입가에 웃음이 번진다고 했다. 땀 흘린 농사의 가치를 소비자들이 먼저 알아준 덕분에 힘겨운 재배 과정에서 보람을 찾고 있다.
“저희 농장은 직거래는 잘 안하는 편이어서 소비자들을 직접 만날 일은 없는 편이에요. 그런데 시장에서 저희 농장의 꽃을 사셨던 분들이 어떻게 아시고, 직접 농장에 연락을 해올 때가 있죠. 그럴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끼곤 합니다. 그래서 소비자들이 저희 물건을 손쉽게 찾을 수 있도록 포장지에 농장 이름을 넣고 있어요.”
수란원예의 주력 품종은 베고니아다. 7년 전부터 베고니아를 재배하기 시작해 봄철(3~5월) 성수기에는 한 달에 1만2천개를 시장에 출하한다. 또 주력 품종의 소비가 주춤한 시기에는 간작을 통해 농장 운영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극대화한다.
주력 품종의 경쟁력과 더불어 간작으로 농장 운영의 빈틈을 최소화한 전략은 수란원예의 성공 비결이기도 하다.
“여름 휴가철에는 워낙 비수기여서 맨드라미 등의 품종을 간작해 출하하고 있고, 겨울에는 추위에 강한 오브코니카를 역시 간작 형태로 시장에 내놓고 있습니다. 온실에 수용할 수 있는 화분이 4~5만개 정도 되는데, 재배 계획을 잘 짜지 않으면 물량 공급에 차질에 생길 수밖에 없죠. 그러니까 모종은 내년 가을까지 모든 주문이 완료된 상태여서 출하할 물량이 제 때 빠지지 않으면 온실에 꽃을 둘 공간이 부족해져 전체적으로 출하 일정이 밀릴 수밖에 없는 겁니다. 꽃이 가장 예쁜 적기에 팔아야 하는데, 출하 물량도 못 맞추고 나머지 꽃들의 출하 시기마저 늦춰진다면 농가 입장에서는 가장 큰 손해죠. 그래서 가급적이면 비슷한 환경에서 자라는 품종을 한 곳에 모아둬 온실 공간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한 해 지을 농사의 계획을 짜는 것은 저뿐만 아니라 모든 화훼 농가에서 해결할 과제와도 같습니다.”
수란원예의 연 매출은 3억5천만원을 상회한다. 그는 모종을 수입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운송비와 인건비 등을 제외하면 순수익은 많지 않다고 했다. 실제로 화훼 생산 단가는 높아지고 있지만, 최근 들어 시장에서 꽃이 제값을 받지 못하고 있다. 농가 차원에서 생산비를 줄이는 등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인건비를 줄이는 것이 최선책이라는 그의 표정에는 짙은 아쉬움이 배어 있었다.
“생산 단가는 계속 올라가는데, 꽃값은 안 올라가는 게 제일 문제예요. 네덜란드나 캐나다 등지에서 모종을 수입하는데 필요한 항공 운송료가 올라가면, 자연스럽게 단가는 올라가게 되어 있잖아요. 그렇다고 생산비를 절감하려면 인건비를 줄이는 방법밖에 없는데, 필요한 인력은 고정적이어서 가져가는 몫을 줄이고 있죠. 꽃을 소비하지 않는다는 건 우리 삶이 그만큼 빡빡해졌다는 것인데, 농장의 수익이 줄어드는 것보다 그런 세태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아쉽죠.”

지열 냉난방 시스템을 구축한 시설 원예

수란 원예는 친환경 시설 원예를 통해 꽃이 성장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조성할 뿐만 아니라, 냉난방에 필요한 유지비용을 최소화하고 있다. 식품 전용 재배 등을 활용해 겨울철 생육 환경을 개선하는 것뿐만 아니라, 환기가 어려운 시기에는 이산화탄소 공급 장치를 통해 식물에게 필요한 이산화탄소를 적시에 공급하고 있다.
“1㎡ 당 40만원을 들여서 구축한 시설 원예는 예측 불가능한 기후를 효과적으로 극복해내는 것이 관건입니다. 저희 농장은 겨울철 생육에 도움이 되는 식물 전용 재배 등을 사용하고 있고, 여름철이나 겨울철의 적절한 온실 온도 조절을 위해 지열 냉·난방 시스템을 갖추고 있죠. 식물들이 외부 온도에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식물들이 클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 셈이죠. 지열 냉·난방 시스템을 활용하면 일반적인 난방 시설보다 비용도 적게 들어서 유리한 점이 많은 편이에요.”
수란원예는 양재동 농산물유통공사의 화훼공판장 등 출하량의 90% 이상을 경매로 판매한다. 소매 거래는 필요에 따라서 소량만 진행하고, 직거래는 아침고요수목원 등 일부 식물원을 대상으로만 하고 있다. 시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마트 등 대형 유통 업체뿐만 아니라 해외 수출을 시도한 적도 있지만, 그는 “국내에서 먼저 인정을 받고 외형을 키우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예전에는 수출을 한 적도 있어요. 어떤 분야든 수출이 최고 목표가 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저는 일단 국내에서 먼저 인정받는 게 목표라고 생각했죠. 더욱이 해외로 내보내는 제품은 덩치가 작고 포장 단위가 작기 때문에 주로 덩치가 큰 식물을 생산하는 저희 입장에서는 내실을 먼저 기하는 것이 옳다고 보고 있습니다. 수출은 시간이 더 지나면 고려해보고 싶고, 대신 마트에는 수란원예의 생산품들을 꾸준히 선보이고 싶어요. 예전보다 마트 시장 규모가 커진 만큼, 좋은 거래처를 만나서 소비자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싶은 바람도 있습니다.”
전문가들에 의해 꽃이 소비되는 부분도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아마추어 시장도 크다. 그는 자신을 ‘행복 전도사’라고 했다. 각박한 일상에 지친 일반인들에게 꽃을 통해 기분 좋은 행복감을 전달하는 것은 그가 화훼 농업을 선택한 근본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갈수록 꽃을 사지 않는 사람들이 늘어나 침체되어 있는 화훼시장을 볼 때면 화훼 농업인으로서 씁쓸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수란원예의 꽃이 소비자들에게 잘 전달이 되어서, 오랜 기간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달해줬으면 좋겠어요. 물론, 농업인이 돈은 벌어야 하지만, 맹목적으로 돈을 쫓으면 안 될 것 같습니다. 스트레스를 너무 받거든요. 많은 분들이 귀향과 귀농을 하시는데 농사
는 기반이 약하면 어느 누구도 성공이나 적절한 안정을 보장해주지 못하죠. 저는 수란원예의 꽃을 통해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자는 마음을 가지고 농업에 임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농업을 대하는 마음도 즐거워지고, 기분 좋은 주인을 만난 꽃들도 아름답게 자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의 말에 비춰보면, 꽃을 소비하는 꽃 애호가들이 늘어가는 것은 그 사회의 행복지수가 늘어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는 “꽃을 사는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가격이 저렴하면서도 사람들이 새로운 꽃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도록 품종 개발에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비싸지 않으면서 사람들이 즐길 수 있고 새로운 걸 볼 수 있도록 농업인으로서의 좋은 품종을 시장에 내놓는 노력이 먼저 필요하다고 봅니다. 꽃 키우는 농사꾼들끼리 이런 이야기를 해요. ‘사실 꽃이야말로 가장 보편적인 복지’라고 말이죠. 부자든 빈자든 꽃을 가진 사람은 누구나 행복하지 않습니까. 선진국이 되려면 꽃을 사랑하는 마음이 더 커져야 할 것 같아요. 안타깝게도 요즘 우리들은 너무나 각박하게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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