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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의 별미-‘쿡방’의 거침없는 질주
예능의 별미-‘쿡방’의 거침없는 질주
  • 이윤지 기자
  • 승인 2015.02.22 17: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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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게 사로잡는 TV가 뜬다

먹는 것만큼 사소하면서도 지루하지 않은 일이 또 있을까. 일찍이 ‘먹방’ 그 이상의 욕구를 간파한 ‘만들고 즐기는’ 프로그램이 인기가도를 달리고 있다. 보다보면 배고파지는 즐겁고도 괴로운 요리 프로그램의 세계.

취재 이윤지 기자 사진 올리브 제공

요즘 맛깔난 입담으로 주방을 점령한 두 남자 신동엽과 성시경이 인기다. 정확히 말하면 잘 나가는 두 남자의 매력보다 화려하게, 때로는 소박하게 차려지는 <신동엽, 성시경은 오늘 뭐 먹지?> 스튜디오가 그렇다. 이제는 맛있게 먹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뜻, 요리 프로그램이 더 이상 주부들의 눈길만 사로잡는 채널이 아니라는 뜻이다. 신선한 재료와 곁들여지는 흥미로운 역사, 어떤 맛과 향의 요리가 탄생하리라는 기대는 푸짐한 완성 접시 그 이상의 설렘을 준다.

‘뭘 먹을까?’ 신나는 고민에 관하여

“매일 매일 정말 뭘 먹을지 고민하는 것 참 골치가 아파 죽것다. 어쩔 땐 다 던져두고, ‘굶어!’ 냅다 지르고 부엌에서 도망치고 싶다니까.”
뿔난 엄마의 인생을 다룬 한 드라마에서의 주인공 엄마와 고모가 부엌에서 저녁을 짓다 나누던 대화 중 일부다. 그래, 끼니를 손수 만들어야 하는 사람으로선 365일 매일 아침 점심 저녁을 기계적으로 고민하고 차려내기가 여간 지겨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한가로이 재료들을 감상하고 맛을 상상하면서 내 식대로 만들어볼 여유가 있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자연히 요리를 하고 메뉴를 고민하는 것은 까다롭고 성가신 일, 9단의 내공을 가진 지친 엄마의 몫이었다. 또 혼자 사는 이들에게 하루 세 끼는 대충 배나 채워야 하는 고역인 동시에 서글픈 이야기다.
그런데 언제부터 ‘해 먹는’ 일이 열풍이 되었을까. 아마 먹는다는 일이 생각보다 심신에 큰 변화를 가져다준다는 다양한 연구 결과가 나오기 시작하고, 이를 보다 즐겁게 대해야 건강하고 행복한 일상이 가능해질 것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부터일 것이다. 과연 충분한 시간을 들여 기꺼이 재미있는 놀이처럼 요리를 하고 함께 즐기는 분위기는 진작 만들어졌어야 한다. 우리가 왜 이 즐거운 시간을 ‘후딱, 대충’ 넘겨버리곤 했는지 다시금 반성해볼 일이다.  게다가 집집마다 한 분씩은 계신 숨은 고수, 우리네 어머니들의 어깨가 한껏 올라간 것 역시 긍정적인 결과다. 어떤 레시피의 구절보다 ‘딱 이것이로다’를 외치게 되는 손맛의 고수들이야말로 요리를 화면으로 배우는 초보들에게 꼭 필요한 스승일 테니까.
재료부터 꾸미기까지, 요리 선생님에게 차근차근 설명을 들으며 따라해 볼 수 있도록 인도하던 매뉴얼이 보다 과감하고 자유로운 방식으로 달라졌다. 혼자만 알고 있던 비법을 펼쳐보이고, 서툰 이들끼리 대결을 벌이기도 한다. 심지어 망치기도 한다. 딱 떨어지는 과정보다 우여곡절 끝에 완성된, 아슬아슬하게 맛이 든 요리의 맛이 더 궁금해진다.
전문가들의, 혹은 전문가에 가까운 요리 좀 하는 사람들의 탐나는 주방도 볼 수 있는 기회가 늘었다. 어느 레스토랑에서 인기 있다는 그 메뉴의 비법, 소스의 맛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재료 같은 것들을 전격 공개하기도 하니 도저히 직접 따라해 보지 않고는 배길 수 없다.

“오늘 무얼 먹을지 고민하고, 충분한 시간을 들여 기꺼이 재미있는 놀이를 하듯 요리를 하며 함께 즐기는 과정은 충만한 행복감을 준다”

특히 과정에 힘이 덜 들어가는 메뉴를 중심으로, 전문가를 섭외해 함께 만들어보며 두 진행자의 ‘웃기는 재주’까지 곁들인 <신동엽, 성시경은 오늘 뭐 먹지?>의 분위기는 남다르다. 우선 요리에 일가견이 있는 성시경이 중심을 잡고, 좀 서툴지만 또 아주 하수는 아닌 신동엽이 나란히 조리대에 서서 같은 요리를 만들어 본다.
때때로 오른쪽 옆 조리대엔 오늘의 메뉴를 지도해 줄 요리 선생님의 공간이 자리한다. 재료에 대한 지식, 다루는 손길, 배워 익히고 완성해 내는 과정까지가 조금씩 다른 두 사람의 조리 시간은 거의 잘라내는 부분 없이 보여지고 각자의 접시를 식탁에 놓기까지의 뿌듯함이 생생히 전달된다. 밀푀유 나베, 양고기 같은 집에서 해먹기에 생소한 요리들에 대한 과감한 도전장, 김치찌개나 오징어볶음 같은 익숙한 요리에 관한 두 엠씨의 남다른 비법을 보고 있노라면 한없이 단순한 욕망이 주는 행복감이 전해진다. 

결정적 한 방, 셰프의 킥!

“셰프의 킥!”
올리브 티비 요리 프로그램의 대표격, <올리브 쇼>에 나오는 명언이다. 수려한 외모의 젊은 남자 셰프들이 이색적인 메뉴들을 선보이고 의외의 ‘킥’을 공개한다. 양식과 중식, 한식 등을 아우르는 쇼지만 어려운 용어나 난감한 재료들은 배제했다. 대체로 지금 냉장고에서 혹은 마트에서 바로 찾을 수 있는, 공개된 레시피로 어렵지 않게 도전해볼 만 한 요리를 이야기한다.
먼 나라에서 요리를 배우고 식성도 남다를 것만 같은, 더구나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보기도 했던 냉정한 얼굴의 셰프들. 인스턴트 간편식으로 기가 막힌 메뉴를 만드는 법을 진지하게 설명하는 그들의 모습이야말로 우리로 하여금 요리를 해볼 만하다고 느끼게 한다.
너도 나도 요리사가 되고 만들어 먹는 일이 큰 관심거리가 되니 간단히 먹던 식사에도 활기가 더해지고 ‘오늘은 또 뭘 먹나’ 류의 문장은 전과 다르게 즐거움이 묻어난다. 각지에서 모인 도전자들, 또는 스타들로 구성된 서바이벌 프로그램의 초를 다투는 요리대결, 잘 꾸며진 스튜디오에서 깔끔한 연출로 마무리되는 셀럽 레시피 프로그램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류의 생동감과 친근함이 바로 요즘 잘 나가는 ‘쿡방’의 진수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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