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작가 최정화 “예술을 이해하는 방법엔 설명서가 필요 없다”
작가 최정화 “예술을 이해하는 방법엔 설명서가 필요 없다”
  • 백준상 기자
  • 승인 2015.03.27 14: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올해의 작가

 
평범한 눈으로 보기엔 ‘이런 것도 예술인가?’ 하지만 그는 외국의 유수 미술관과 비엔날레에서 ‘러브콜’을 받는 유명 작가임에 틀림없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국내외에서 꽉 찬 전시 스케줄로 바쁜 한해를 맞고 있는 최정화를 ‘타타타:여여(如如)하다’라는 제목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청담동 박여숙 화랑에서 만났다.

취재 함혜리(서울신문 문화부 선임기자) 사진 이용관

빡빡 민 머리에 검은 뿔테 안경, 검은 재킷에 빨간 가죽바지. 이런 튀는 차림으로 당당하게 돌아다닐 수 있는 사람은 분명 ‘딴따라’이거나 디자이너, 아니면 아티스트 셋 중의 하나라고 보면 틀리지 않다. 혹은 세 가지를 다 하거나... 최정화처럼.
싸구려, 짬뽕, 뽀글뽀글, 알록달록, 플라스틱…. 별것 아닌 일상의 것들에서 예술적 가치를 찾아내고, 키치와 현학을 넘나들며 우리의 고정관념을 흔들어 온 예술가 최정화(53). 지난 해 복합문화공간 문화역서울284에서 열린 대규모 개인전 ‘최정화-총천연색’을 열고 옛 서울역을 알록달록한 플라스틱으로 가득 채웠던 장본인이다.
그는 삼성미술관 리움의 개관 10주년기념 ‘교감’전에서는 천정부터 바닥까지 이어지는 설치작품 ‘연금술’(알케미)과 고대 그리스의 대표적 양식을 반복해 섞어놓은 ‘세기의 유산’을 선보였고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의 ‘최치원 풍류탄생’전에선 꽃무늬가 그려진 플라스틱으로 최치원에게 바치는 조형물을 만들었다.
마치 마술사처럼 그의 손을 거치면 하찮은 것들도 예술이 된다.

예술 옆의 쓰레기, 쓰레기 옆의 예술...

오는 3월 온양민속박물관 전시를 앞둔 최정화는 “전시 준비하느라 생각에 빠져 발바닥에 유리가 박히는 것도 몰랐다”며 “가장 궁금하고 흥분될 때가 새로운 개념을 정리하고 발전시켜 나가면서 전시를 준비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요즘 ‘옆’이라는 개념 확장에 푹 빠져 있다.
“온양민속박물관 전시에서 ‘옆’이라는 개념을 본격적으로 표현해 낼 계획입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위·아래, 귀천만 얘기했지 옆에는 무심했잖아요. ‘옆’이란 차이, 다름에 대한 관심이라고 할 수 있어요. 대립이 아니고 배려와 사랑이 되겠죠. ”
그는 온양민속박물관 전시에서 박물관 ‘옆’에 1952년에 지어진 교장선생님 집에 있던 가구들과 문짝, 창문 들을 기증받아 전시할 예정이다. 상기된 표정으로 그는 손글씨로 옆에 대한 개념들을 적은 A4 용지들을 보여준다.
앞서 그가 선보인 작품들의 주제인 ‘생생활활’, ‘꽃’ 등에서 그랬듯이 ‘옆’에 대한 그의 생각도 끝없이 이어지는 중이다. 옆의 옆, 옆의 깨달음, 옆의 떨림, 옆의 빛, 옆의 울림, 옆의 주인공, 옆의 자연, 인공 옆의 자연, 예술 옆의 쓰레기, 쓰레기 옆의 예술...
“저는 작업을 먼저 하는 게 아니라 기획을 먼저 해요. 제 생각을 분해하고, 긁어모으고, 다시 주워 담고, 편집하고 그런 과정이 재미있어요. 어떤 작품으로 완성될지 애간장이 타기도 하죠. 영화도, 책도 마지막에 편집이 되어 나오는 게 완전히 다르듯이 정작 기획하는 단계에서는 뭘 하고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어요. 다만 그때그때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을 뿐이죠.”
그는 끝없이 아이디어를 쏟아내고, 그 아이디어를 받아 스태프들이 치밀하게 전시 준비를 하는 동안 공장에서는 그의 ‘생각’을 틀로 만들어 형상화하는 작업이 진행된다.
“2월 말까지 모든 준비를 다 끝내 놓으려고 해요. 전시 오픈하기 전에 베이징과 로마까지 다녀와야 하거든요.”

“아직 얘기하지 않은 것이 많다”

국제적 작가로서의 그의 위상과 비중을 말해 주듯 올해 해외무대에서 그의 스케줄은 거미줄처럼 꽉 짜여져 있다. 3월 27일부터 방콕의 엠포리움 표핑몰에서 개인전이 있고 5월에는 밀라노 엑스포와 베이징 파크뷰 개인전, 6월엔 프랑스에서 벌룬페스티벌, 밴쿠버 비엔날레에 참여한다.
9월에 프랑스 릴에서는 ‘르네상스’라는 제목으로 전시가 열리고, 그리고 호주 브리즈번의 아시아퍼시픽트리엔날레도 있다. 12월 로마에서는 건축과 미술, 디자인을 같이 하는 작가들만의 ‘트랜스포머’ 전시회에 초대받았다.
그러고도 아직 “얘기하지 않은 것도 많다”고 한다. 그는 일년에 3분의 2 이상을 전시 때문에 외국에서 지낸다. 그렇다고 한국에서 전시가 없는 것도 아니다. 어디 그뿐인가. 인테리어, 건축 영화 미술감독, 무대 디자인과 연출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그는 청담동에 새로 오픈하는 컬렉션샵 G라운지에서 ‘봄을 봄’이라는 제목으로 전시와 공연을 보여주는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다.
“거창한 미술관이나 기업이 하는 대규모 공간이 아니에요. 이런 작은 공간에서도 인문정신과 시지각, 정신과 문화, 역사, 동서고금이 만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죠. 옆을 충만하게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죠.”

아름다운 것만 예술이 아니다

인테리어와 전시기획 연출은 그가 20년 넘게 해오고 있는 ‘잘 나가는’ 작업이다. 홍익대 회화과를 나온 그가 인테리어를 시작한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미술에서 멀어지기 위한 의도적인 선택이었다. 
“순전히 유럽여행이라는 부상이 탐나서 대학 때 공모전(중앙미술대전)에 회화작품을 두 번 냈는데 3학년 때엔 대상 없는 장려상, 4학년 때엔 대상을 받았어요. 덕분에 여행은 했지만 예술이란 것에 회의가 들었어요. 복합적이었죠. 당시 친구들은 모두 민중미술을 하는데 동참하지 않았는데 상까지 받으니 황당했어요. 그림을 때려치우고 인테리어 회사(가슴시각개발연구소)를 차렸어요. 카페를 만들어서 사람들을 모으고 공연하고.”
그는 20년간 인테리어와 기획자, 연출자를 하면서 “정말 제대로 배웠고, 성장하고, 성숙했다”고 했다.
“재료를 구하러 전국을 다니고, 골목과 시장을 돌아다니면서 사회지리학적 공부와 문화인류학적 공부가 자연스럽게 됐던 것 같아요. 최소의 것으로 최대의 효과를 내는 방법과 재료와 공간에 대한 감각들을 익힐 수 있었던 그때 훈련이 제일 좋았죠. 최정화의 작품세계가 그때 형성됐으니까요. 공사현장, 진행형, 공사 중, 시장 아줌마들, 골목 안의 풍경... 아줌마들의 탈 조형, 탈 아카데미는 예술가들을 뛰어 넘어요. ”
그는 아름다운 것만이 예술이 아님을 그때 알았다고 했다. 추하고 유치하고 촌스럽지만 그게 현재 우리가 사는 모습이라면 그것 또한 예술이 될 수 있고, 전통이 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우리는 우아하고 아름다운 것만 전통인 줄 아는데 현재 우리가 몸 담고 살고, 만들어가는 것도 전통입니다. 전통이란 전해져서 통하는 것이죠. 정책이, 정치가 놓친 것들이 모두 현장에 있어요. 생활에 대한 애정이 담겨 있고, 삶의 흔적이 남아 있는 흔적들을 최정화의 화법으로 전달하는 게 제 작업이죠. ”
지난 해 서울역 전시는 그의 총체적인 세계를 보여준, 그래서 의미 있는 전시였다. 쌓기의 신공 최정화가 그동안 모으고, 쌓은 개념들은 4만 명의 관객동원이라는 기록을 세웠다. 그런데도 그는 여전히 자신을 ‘예술가인 척하는’ ‘작가가 아닌’ 사람이라고 한다.
“정말 저는 제대로 예술을 하는 것 같지 않아요. ‘예술 하는 척’인 것 같아요. 치열하게 예술하는 사람들과 비교하면 민망하죠. 의도적은 아니었지만 신인 시절 등장부터 상황이 그렇게 됐어요.”
그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것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그는 한치의 주저함도 없이 말했다.
“어떤 것도 다 좋다고 봐요. 모든 것이 짬뽕된 디지털 세상에서 작가를 만들고, 작품을 최종적으로 완성하는 것은 관객이니까요. 예술을 보는 방법, 이해하는 방법은 설명서가 필요 없거든요. 고정관념은 필요 없어요. ”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