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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나이와 건강상태의 상관관계. 노화의 속도, 마음먹기 달렸다
마음나이와 건강상태의 상관관계. 노화의 속도, 마음먹기 달렸다
  • 권지혜
  • 승인 2015.04.27 1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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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설계

1979년 9월, 미국 뉴햄프셔주의 외딴 마을에 70~80대 노인 8명이 들어왔다. 타임머신을 탄 듯 1950년대 풍경으로 꾸며진 집에서, 이들은 스스로를 20년 전인 50대라 믿고 행동했다. 20년 전 유행가를 듣고, 당시 뉴스였던 미국 최초의 인공위성 발사 장면을 보며, 피델 카스트로의 아바나 진격 등에 대해 토론했다. 또한 가족의 도움 없이 직접 요리하고 설거지를 하며 일상을 보냈다.
그리고 일주일 뒤, 시력, 청력, 기억력, 악력 등을 재보니 놀랍게도 노인들은 젊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팡이에 의존해서 겨우 걸음을 옮겼던 한 노인은 더 이상 지팡이가 필요하지 않았다. 마음의 시계를 20년 전으로 돌리자, 신체나이까지 젊어진 것이다.
이것은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 교수인 엘렌 랭어의 ‘시계 거꾸로 돌리기 연구’라는 실험 이야기다. 이 실험 결과가 발표된 이후, 노화의 속도가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증명하는 연구들이 쏟아져 나왔다.

 

우리나라 장·노년층, 실제 나이보다 9세나 젊다고 생각해

삼성생명 은퇴연구소는 최근 서울 및 5대 광역시에 거주하는 50~70대 500명을 대상으로 자신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마음나이와 실제 나이의 차이를 조사 분석해 발표했다.
놀랍게도 이들 중 약 88%가 실제 나이보다 젊게 인식하고 있었으며, 평균적으로 9세 정도 젊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나이와 비슷하게 여기는 경우는 11%로 소수였으며, 더 늙었다고 느끼는 경우는 1%에 불과했다.

마음나이와 실제나이를 다르게 생각하는 비율

 

[출처 :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당신의 마음나이는'(2015)]

그리고 마음나이는 다시 감성나이, 흥미나이, 외모나이, 행동나이의 4가지 하위영역으로 나뉘는데, 이 중 감성나이가 가장 큰 차이(9.7세)를 보였다. 이어서 흥미나이(9.1세), 행동나이(8.6세), 외모나이(6.8세) 순으로 차이가 났다. 우리나라 장·노년층은 외모, 행동과 같이 ‘외적으로 보이는’ 연령보다 감성, 흥미와 같은 ‘내적으로 느끼는’ 연령을 더 젊게 지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음나이란?>

 

[출처 : 삼성생명 은퇴연구소 '당신의 마음나이는'(2015)]

직업이 있고 건강상태가 좋은 경우 마음나이 젊어

그렇다면 마음나이에 영향을 주는 요소는 무엇일까? 조사 결과, 직업수행 여부와 신체적 건강상태의 좋고 나쁨에 따라 마음나이가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상외로 성별, 연령, 교육수준, 소득, 자산규모 등은 마음나이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업이 있는 경우가 은퇴자 또는 취업 무경험자보다 1.4~1.6세 젊게 생각하고 있었다. 사회적 역할을 계속 수행하는 것이 노년의 젊음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건강상태가 좋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실제 나이보다 평균 3.8세 젊게 생각하고 있었다.

마음나이가 건강상태에 영향 미쳐

그런데 위와 같이 건강상태가 마음나이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반대로 마음나이가 건강상태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도 많이 있어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영국 런던대학교에서는 50대 이상의 성인 6천여 명을 마음나이에 따라 분류하고 약 8년 간 추적조사를 했었는데, 그 결과 실제보다 더 나이가 들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사망률이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41%나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상태, 신체활동, 음주 등의 생활습관이 동일한 경우에도 마음나이가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운동, 식습관 조절과 같은 건강관리뿐만 아니라, 스스로 젊다고 인식하는 것 자체가 건강한 노년을 보내는 데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이 밖에도 미국 퍼듀대학교에서도 이와 비슷한 추적조사를 했었는데, 마음나이가 젊은 사람들이 10년 후 자신의 인지능력에 대해 더 높은 자신감을 보였다고 한다. 반대로 실제보다 늙었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건강에 대해 부정적인 고정관념과 미래에 대한 두려움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노화에 대한 사고방식의 전환이 필요

우리는 몸이 예전 같지 않거나, 자신의 능력에 한계를 느낄 때 쉽게 나이 탓을 한다. “나이가 들어서 어쩔 수 없다”거나 “나이에 맞게 살아야 한다”는 식의 고정관념 속에 자신의 가능성마저 가두어 버린 채 지레 늙어가는 것이다.
그러나 지난 수많은 연구 결과를 볼 때 노년에 겪는 쇠약함의 상당 부분은 자연스러운 노화의 결과라기보다 노화에 대한 사고방식이 작용한 결과라 볼 수 있다.‘나이 들면 쇠퇴한다’ 식의 부정적 고정관념은 인생 100세 시대의 바람직한 사고방식이 아니다. 자신의 가능성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추고 긍정적으로 살아간다면 훨씬 더 활기찬 노후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글 윤성은(삼성생명 은퇴연구소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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