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3:10 (금)
 실시간뉴스
기자가 직접 경험한 보이스피싱, 대처 방안은?
기자가 직접 경험한 보이스피싱, 대처 방안은?
  • 권지혜
  • 승인 2015.06.01 10: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사진=서울신문

어느 날 기자에게 전화 한 통이 걸려왔다. 서울지방경찰청이란다. 김명철 명의 도용 사건에서 나온 200개의 대포통장 중 내 명의로 된 통장이 2개가 나왔다고 했다. 순간 직업 정신으로 통화를 녹음하기 시작했다. 통화자의 발음이 매우 정확하고 차분해서 의심의 여지가 없었고, 어이없이 속고 말았다.

2000년 대 초반부터 문제가 대두된 보이스피싱은 초반에는 영락없는 조선족의 어눌한 말투로 전화가 걸려와 구분하기가 쉬웠다. 경찰이래도 검찰이래도 믿을 리가 없었다. 그리고 내용도 허술하기 짝이 없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보이스피싱 수법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 철저한 각본이 있고, 정성스럽기까지 하다. 어떻게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비단 남의 일만은 아니다.

경찰 조사라는 말에 속지 말자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보이스피싱. 내게는 그런 전화가 걸려 와도 절대 속지 않을 줄 알았다. 그러나 생각보다 그들은 철저하고 교묘했다. 까딱하다간 전 재산을 날릴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상대가 정확한 기관명과 소속, 이름을 밝히면 그 사람에 대해 신뢰를 갖게 된다. 보이스피싱도 마찬가지였다. 전화기 속의 상대방은 ‘서울지방경찰청 금융범죄수사과 김대양 경위’라고 밝혔다. 일단 ‘경찰’이라는 것, 그리고 본인의 소속과 이름을 확실하게 밝혔다는 점, 심지어 사건 번호라고 번호까지 알려주니 속아 넘어갈 수밖에.
연루되어 조사를 하겠다는 사건은 ‘김명철 명의 도용 사건’이었고, 그 사건 체포 현장에서 내 명의로 된 통장이 두 개 나왔다는 것이었다. 수사 협조를 해 달라고 한다. 일단 협조를 하지 않으면 가담자로 의심받을 수 있겠다는 불안감에 수사 협조를 하게 된다. 말 잘 듣는 어린아이처럼 묻는 말에 순순히 대답하게 된다.
나는 두 사람과 통화를 했다. 한 명은 앞서 말한 ‘김대양 경위’ 그리고 또 한 명은 피해 구제를 해야 한다며 연결해 준 ‘신태수 팀장’이었다. 당시에는 눈치 채지 못했지만 녹음 파일을 다시 들어 보니 이 둘이 마치 대본을 읽듯이 하는 말이 똑같았다. 질문도 같았다.

-현장에서 나온 계좌가 00은행의 계좌인데, 이 외에 사용하는 은행이 있나?
-계좌를 몇 개 가지고 있나?
-주민증이나 면허증을 분실한 적은?
-인터넷뱅킹을 이용할 때 컴퓨터에 악성 바이러스가 발견된 적은 있나?
-스팸 문자를 열어본 적이 있나?
-입출금 시 핸드폰으로 알림 메시지가 오는가?
-00은행 마지막 거래 일자는? 현재 얼마가 남아 있나?(보유하고 있는 은행을 모두 물어본다)
-따로 증권사나 마이너스 통장을 사용하는 것이 있나?
-신용카드는 몇 장 정도 사용하나?

이 과정에서 ‘너는 피해자이니 우리가 도와주겠다’는 달콤한 말을 내뱉는다. 개인정보 유출인 것 같으니 또 다른 대포 통장이 개설된 것이 있는지 조회해주겠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만약 사실과 다를 경우에는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된다는 것을 미리 말씀 드리겠습니다”라는 멘트도 잊지 않는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전화를 끊고 가장 먼저 ‘서울지방경찰청’에 전화했다. 전화를 하면서 메모해 두었던 ‘김대양 경위’와 ‘신태수 팀장’이 정말 서울지방경찰청 소속인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사실 그때까지도 믿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경찰청에는 그런 사람들이 없었으며, 전화를 받고 내용을 들은 경찰은 딱 잘라 ‘보이스피싱’이라고 말했다. 그때 경찰에게 들은 가장 중요한 사실은, 일반적으로 경찰이 수사를 할 때는 바로 전화를 하지 않고 우선 서면으로 통보를 한다는 것이다.
경찰이라고 하며 수사 협조를 요구하는 전화는 거의 100% 보이스피싱이니 그냥 끊어버려야 한다는 것.
단순히 거래 은행을 말한 것은 상관이 없고, 개인정보나 계좌번호를 말했을 때가 문제인 것이다. 또는 그 사람들이 어느 사이트에 접속을 하라고 해서 거기에 보험 카드 입력을 하게 되면 돈을 인출해 가게 되는 것이다. 그런 정보를 알려 주지 않았다면 무시해도 된다고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모르는 사람과의 통화는 의심하는 것이다. 이런 수법 외에도 금융감독원 직원 사칭 등이 있고, 또는 친인척이나 친구를 가장해 돈을 송금하게 한다. 측근이기 때문에 그저 믿고 돈을 인출해 줘서 피해를 본 사례가 왕왕 발견되곤 한다.
그런 전화 혹은 메시지를 받는다면 “확인하고 나서 다시 전화 주겠다”고 해놓고 일단 그들의 질문에 섣불리 답하지 않는 것이 좋다. 경찰이나 금융감독원 직원이라고 한다면 확실하게 그 이름과 직함을 받아 적고, 그 소속이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
금융감독원에서는 “문자메시지 상 출처가 불분명한 수신 전화번호를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며, “공공기관을 사칭, 각종 전자금융 사기 예방 등을 빙자하여 전화를 유도할 경우에도 출처를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