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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닫힌 공간 너머' 울산 중구 태화강 대공원을 수놓다
'닫힌 공간 너머' 울산 중구 태화강 대공원을 수놓다
  • 송혜란
  • 승인 2015.07.28 13: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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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화강 국제설치미술제’
▲ 프라우케 빌켄 Frauke Wilken (독일 Germany) Observer_천, 스티로폼, 나무, 철_340×150×450cm_2015

미술관을 넘어 자연 속으로 간 ‘태화강 국제설치미술제’. 올해로 9회째를 맞은 태화강 국제설치미술제는 ‘닫힌 공간 너머’를 주제로, 울산 중구 태화강 대공원을 수놓았다. 국내외 유수 현대미술 작가 30여 명이 함께한 그 현장은 아쉽게도 막을 내렸지만, 많은 이들의 여운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취재 송혜란 기자 | 사진 태화강 국제설치미술제 운영위원회 제공

태화강 국제설치미술제는 현대미술과 도시의 특성을 융합한 국제설치미술 축제로, 지난 6월 12일부터 21일까지 울산시 중구 태화강 대공원에서 ‘닫힌 공간 너머’라는 주제로 개최됐다. 국내외 내로라하는 현대미술 작가 30여 명이 참여해 건축과 디자인, 조각, 공예, 상, 설치와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를 선보이며 큰 호응을 얻었다.

태화강은 울산 도시 문화의 상징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울산 시민들이 하나둘 모여 휴식을 취하는 곳이며, 또 소통의 공간으로도 애용되고 있다. 그러한 뜻은 태화강 국제설치미술제의 주제가 된 ‘닫힌 공간 너머’ 속에 모두 함축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마크 오스팅 Marc Oosting (네덜란드 Netherlands) The Surrounding is Demanding_나무, 페인트_480×150×350cm_2015

‘프라우케 윌켄’부터 ‘박찬걸’까지
세계 설치미술가들이 모두 한자리에

이번 미술제에서는 한국 말고도 독일과 네덜란드, 프랑스. 일본, 태국 등 5개국의 작가들이 대거 참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오리그림’으로 유명한 중견작가 이강소와 독일에서 설치미술가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여성 미술가 프라우케 윌켄, 쇳가루를 이용해 캘리그라피를 보여주는 ‘쇳가루 산수화’의 작가 김종구, 미국에서 더욱 호평받고 있는 사진작가 이명호 등 국내외 유수 설치미술가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

패션디자인에서부터 그래픽디자인, 상,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비주얼아티스트 빠키와 공공미술가이자 건축가인 양수인도 이번 모임에 빠지지 않았다. 이들이 각각 보여줬던 다양성이 공존하는 작품들은, 닫힌 공간을 넘어 자연환경 속에서 관람객과 소통하고자 했던 미술제의 소원을 속 시원히 풀어 주었다.
 
 

▲ 김원정 KIM WonJung A Journey of 상추 프로젝트: 끝없는 항해_혼합재료_가변설치_2015

화이트 큐브를 벗어난 현대미술

우리가 작품을 감상하고자 할 때, 이미 대부분의 작품은 닫힌 공간 안에 놓여 있다. 외부의 빛도 소리도 차단된 백색의 전시장 안에서 우리는, 작품을 가장 효과적으로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을 받았다며 기뻐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미술가 브라이언 오도허티에 의해 ‘화이트 큐브’라고 불리는 백색 미술관은 한순간 무용지물이 되고야 말았다. 동시대의 현대미술이 그러한 화이트 큐브의 힘에서 벗어나고자 부단히 노력한 결과이다. 공장에서부터 버려진 집, 폐교에 이르기까지 전시의 공간이 변화한다는 것은 사실 그 안에 놓이는 작품까지 함께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더니즘 미술에서 이어온, 공간에 작품이 개입하는 방식, 작품과 관람객이 소통하는 화이트 큐브를 벗어난 공간에서 지속적으로 실험되고 있다. 그 최전선에는 특정 공간으로 규정될 수 없는 ‘환경’ 그 자체에 작품을 전시하는 방식이 있다.

▲ 도수진 DO SuJin 부유하는 방_아이소핑크_250×550×360cm_2015

다양한 동선과 관점이 공존하는 ‘열린 공간’

야외 환경에 놓이는 작품은 작가와 기획자에게 많은 것을 포기하게 한다. 관람객들은 작가와 기획자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도 작품에 접근한다. 심지어 작품의 앞과 뒤, 위와 아래가 모두 노출된다. 공간과 작품의 관계는 모호해지고 주변 환경은 오히려 작품에 개입하기까지 한다. 작품은 자연광에 직접 노출되고 시간의 변화를 피할 수 없다.

이번 태화강 국제설치미술제는 이러한 조건들을 하나의 가능성으로 해석했다.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부터의 접근과 관람 방식을 또 다른 참여와 공유의 방법으로 본 것이다. ‘미술관’이라는 물리적인 공간, 미술 제도권이 만들어지는 권력의 공간 너머의 ‘열린 공간’에서 전시가 이뤄졌다는 것은, 그곳에 놓이는 작품에서도 변화를 요구하기 마련이다.

설치미술은 작품이 놓이는 시대, 공간, 그리고 관람자의 심리적, 신체적 위치에 따라 각기 다르게 설정된다. 다르게 읽힌다. 공간과의 조화 혹은 공간의 탈 맥락화는 설치미술의 핵심이다. 자연환경 속에서 만나는 작품은 모르고 스쳐 지나가거나 놀라움으로 다가왔다. 이미지란 결국 친근하면서도 생경한 경험을 안겨다 주는 것이다. 공간 감각과 지각을 환기시키는 것이다.

설치된 작품들은 현대성과 편리성이 아닌 보는 방식을 제시했으며, 공간을 다르게 인식시키고 낯선 이들과 소통하게 했다. 다양한 동선과 관점이 공존하는 ‘열린 공간’에서 수평적인 사고의 스펙트럼이 확산되길 상상했던 태화강 국제설치미술제의 내년 전시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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