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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보영의 힐링 타임
배우 이보영의 힐링 타임
  • 권지혜
  • 승인 2015.08.28 12: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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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딸 출산으로 행복한 지금
▲ 사진=위즈덤하우스 제공

배우 이보영이 지난 6월 13일 서울의 한 산부인과에서 건강하고 어여쁜 딸을 출산했다. 현재는 산후조리를 하며 안정을 취하고 있다. 남편 지성은 아내를 위해 요리를 배우고 있다고 밝히며 여전한 아내 사랑을 과시했다. 연예계 대표 잉꼬부부로 사랑스런 아기까지 얻은 이보영, 첫 에세이 <사랑의 시간들>을 펴낸 그녀의 내면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 본다.

벚꽃이 휘날리던 어느 날, 눈처럼 날리는 벚꽃을 보는데 그녀는 갑자기 눈물이 터져나왔다. 그리고 그 순간 찾아온 삶의 질문에 대면하기로 한다. 어두운 방 안에 웅크리고 앉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질문했다. 그리고 깨달음이 찾아왔다. ‘행복은 나 자신에게 달려 있다는 것.’ 그리고 그즈음 프랑수아 를로르의 <꾸뻬 씨의 행복 여행>을 만났다.
그녀는 평소 책을 많이 읽고, 그 안에서 답을 얻기도 한다. 행복에 대한 답을 <꾸뻬 씨의 행복 여행>에서 찾은 것처럼 말이다. 한가할 때는 서점에 가서 읽고 싶은 책을 한꺼번에 산다는 그녀. 결국 책을 출간하기에 이르렀다. <사랑의 시간들>(위즈덤하우스)이다.

‘제제’에게 위로 받았던 어린 시절

그녀는 1남1녀의 장녀로 태어났다. 이십 대 중반이 되었을 때까지도 부모님은 세상에서 가장 무섭고 어려운 분들이었을 정도로 엄격했다. 그녀를 향한 부모님의 높은 기대와 잣대는 늘 버거웠다고 한다. 옷은 구겨지면 안 되고, 정도 이상 떠들어도 안 되고, 집 안에서도 발꿈치를 들고 다녀야 했고, 편식은 당연히 금물이며 가족 식사 중에는 식탁을 벗어나도 안 됐다고 한다. 이런 부모님 아래서 떼를 쓰는 건 상상도 못할 일.
부모님은 특히 장녀인 그녀에게 언제 어디서나 어른스레 행동하기를 바라셨다고 한다. 동생과는 한 살밖에 차이나지 않는데도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학교를 일찍 들어간 탓도 있지만, 눈치 없고 느리고 표현이 서투른 아이였다.
그 무렵 읽고 엉엉 울었던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를 최근 다시 읽었다고 한다. 드라마 <내 딸 서영이> 촬영을 끝낸 후 휴식 차 떠났던 하와이 여행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이었다. 옛 기억을 떠올리게 한 이 책은 또 다시 그녀를 울리고 말았다. 어린 시절의 자신과 제제가 겹쳐 보였다고 한다. 부모님이 자신의 마음을 몰라줘서 서글펐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그녀는 책에 몰입하면 이야기 속에 들어가서 주인공들을 보듬어 주고 싶다고 한다. 그렇게 보듬어 안아 위로해 주고 싶은 마음은 나도 위로 받고 싶기 때문이 아닐까. 연약한 인간이기에 벗어날 수 없는 근원적인 외로움일 것이다. 자신 안의 외로움을 들여다보기 위해, 또 사람들의 외로움에 다가가기 위해 그녀는 연기를 하고 책을 읽는다.
비행기 안에서 다시 <나의 라임오렌지나무>를 읽으며 그녀는 생각했다. 그때 읽었던 느낌과는 달랐다. “만약 내가 아이를 가진다면 아이의 마음에 교감하고 아이의 눈높이에 최대한 맞춰 주리라”고 생각했다.

내 그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녀의 고등학교 시절은 여느 여고생과 같았다. 그 무렵 한창 사랑에 대한 환상에 빠져 있었다고 한다. 어른만 되면, 스무 살만 되면 로맨스 소설 속 사랑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가득했다. 첫사랑과의 영원한 사랑에 대한 기대도 있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그녀에게 사랑은 인생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당시 여고생 그녀에게 사랑에 대한 환상을 더욱 부풀게 한 시 한 편이 있었다. 바로 엘리자베스 브라우닝의 <내 그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다. 그녀는 “처음 이 시를 읽었을 때 어찌나 설레던지!”하며 그때의 기분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그녀는 이 시를 읽으며 사랑에 빠지면 바로 이런 기분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어린 시절 꿈꿨던 로맨스 소설이나 멜로 영화에서 나올 법한 사랑은 경험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심각한 걸 싫어하는 자신의 성격 때문에 언제나 그녀의 사랑은 시트콤처럼 발랄하고 유쾌했다. 브라운관에서 보이는 이미지 그대로다. 그녀는 지금의 사랑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당연히 남편 지성에 대해서다.
“같은 취미를 가지고, 같은 곳을 바라보고, 같은 꿈을 꾸고, 같은 가치에 우선순위를 두는 사람”이라고 하며, “극적인 러브 스토리는 아니지만 누구보다 편안하고, 말하지 않아도 서로의 마음을 알고, 항상 내 편인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극적인 사랑은 아니지만 편안하고 평범한 사랑의 소중함을 알게 해준 이 사랑에 감사하고 있다고 했다. 단어 하나하나, 문맥 하나하나에 배우 지성 씨에 대한 사랑이 가득 느껴진다. 
그녀에게 지성 씨는 참 고마운 사람이다. 배우라는 직업에 대한 고민으로 방황하던 시기에 그녀가 계속 연기를 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고, 도움을 주고, 이끌어준 사람이 바로 지성 씨이기 때문이다. 그녀는 앞으로도 아름다울 이 사랑에 대해 말한다.
“엘리자베스 브라우닝처럼 멋있게 표현할 능력은 없지만 내 나름의 방식대로 삶 속에서 잔잔하고 따뜻한 멜로를 그려 나가고 있다. 엘리자베스 브라우닝의 시를 읽는 소녀의 마음으로 기원해 본다. 부디 함께 그려가는 우리의 멜로가 해피엔딩이기를.”

봉사 차 처음 떠난 몽골에서 느낀 것

그녀는 고 앙드레 김의 추천으로 2008년부터 유니세프와 일하게 됐다. 공개적으로 하는 봉사에 그저 걱정이 앞섰다. ‘여러모로 부족하기만 한 나도 괜찮을까’하는 생각에 망설였다. 
처음으로 떠난 곳은 몽골이었다. 성금을 모금하기 위한 프로그램이었기 때문에 한 가정을 소개받아 몽골의 어려운 형편을 여실히 보여줬다. 아버지가 가출하고 어머니와 아이들이 어렵게 살아가는 빈민 가정이었다. 그 가정에 학용품과 책을 비롯한 생필품을 지원하고, 그들이 살아갈 집까지 지어주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지원에 대해 회의감이 들게 된 사건이 있었다. 방송에 나오지 않았지만, 한국 일행들이 숙소로 돌아간 밤에 가출했던 그들의 아버지가 돌아온 것이다. 돌아와서는 어린 딸들을 내쫓고 그녀 일행이 제공한 음식을 바닥내고 술을 마시며 행패를 부렸다고 한다. 형편없는 아버지와 아이들은 안중에 없는 어머니를 보고 그녀는 화가 났다.
아이들을 도와주려 해도 중간에 나쁜 마음을 먹는 어른들이 있다는 사실을 직접 그의 눈으로 목격한 것이다. 몽골에서의 경험을 통해 ‘도움’에 대한 시각이 바뀌었다고 한다. 그들에게 고기를 주는 것이 아니라 고기를 잡는 방법을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었다.
그녀에게 나눔은 “내가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주고, 내가 필요한 사람이라는 기쁨을 안겨주고, 지금 이곳의 내 행복이 얼마나 행운인지 일깨워 감사한 마음으로 살게 해주는 것”이다. 그녀는 도움을 주고 있는 그들에게 “정작 내가 도움을 받고 있는 셈”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도움을 주고 그 도움을 받으며 또 다른 형태로 돌려주는 사람들이 있기에 세상은 아직 따뜻하고 살 만하다고.

연기를 하게 된 것에 대한 감사함

그녀는 “연기를 하게 되어 인물에 대해 더 깊이 생각하고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었다”고 말한다. 책으로 간접경험을 하고 직접 연기를 하면서 다채로운 감정들을 자신에게 투영해 보는 것이다. 연기를 하면서 조금 더 너그러워진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 연기를 통해 사람을, 그리고 인생을 사랑하게 된다는 그녀. “아직 한참 부족하지만, 그래도 지난해에는 지지난해보다, 또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조금씩 성장하고 있는 내 마음이 보인다.”
그녀는 스스로 ‘피터팬 증후군’이 있는 것 같다고 말한다. ‘피터팬 증후군’이란 ‘성인이 되어도 어른들의 사회에 적응하기 힘들어 하는 성인이 나타내는 심리적인 증후군’이다. 동화 속 ‘피터팬’은 어른 사회로부터 벗어나 꿈나라에서 모험하는 영원한 소년이다. 그녀 역시 피터팬처럼, 아직도 어른이 되고 싶지 않고 여전히 아이처럼 노는 걸 좋아한다고 한다. 지금도 인형을 모으고, 만화책과 놀이동산을 좋아하는 순수함을 지니고 있다. 
한때는 이 때문에 고민도 많았다. ‘마음은 시간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데 나이만 먹는다고 어른이 되는 걸까’하는 고민. 다른 사람들 앞에서 좋은 것도 슬픈 것도 아픈 것도 드러내지 말라고, 어른스럽지 못하니 나이답게 처신하라는 충고가 그녀에겐 참 버겁게 느껴졌다. ‘진짜 내 모습이 아닌데 나를 포장한 채 살아간다면 과연 행복할까’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그녀는 연기를 하면서 다양한 사람들을 관찰할 기회를 자주 얻는다. 특히 나이와 지위에 상관없이 인생을 자유롭게 즐기며 사는 사람들이다. 그녀는 “그 사람들처럼 나이 들고 싶다”고 말한다. 가장 냉정하게 들리는 말이 ‘나이 들어서 주책이다’라는 말이라고 한다. 사람들은 이십대가 지나면 으레 어른스러워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한다. 그녀는 그것에 의문을 갖는다. 
‘이십 대의 찬란한 몇 해를 잠시 보낸 후 평생 주책없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점잖은 척해야 한다면 이 세상을 떠나는 순간 너무나 안타깝지 않을까?’
그녀는 가끔 자신의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본다고 한다. 댓글에는 좋은 이야기도, 그렇지 않은 이야기도 있다. 그중에는 그의 나이를 두고 ‘나이 들었다, 늙었다’고 하는 말들이 있다고 한다. 이제 겨우 삼십 대인 그녀에게 너무나 속상한 발언이다. 그녀는 그 말들에 대해 “아직 살아갈 날이 훨씬 많은데, 여자 나이 삼십 대면 꽃같은 시절이 다 끝나버린 듯 말하는 글들을 대할 때마다 서운하기만 하다”고 했다.
그녀는 때때로 노년의 자신을 그려본다. 그리고 넉넉한 마음을 지닌 귀여운 할머니가 되어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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