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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의 손때가 담긴 야생화 정원
주인의 손때가 담긴 야생화 정원
  • 권지혜
  • 승인 2015.10.30 17: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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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도, 대문도 없는 용인 전원주택
 

한층 높고 푸르러진 하늘이 가을이 왔음을 실감케 한다. 화창한 어느 날, 날씨만큼이나 화사한 정원이 예쁜 용인의 전원주택을 찾았다. 그곳으로 향하는 길목마저 초록빛으로 물들어 있다. 꽃씨가 날아와 살포시 앉아 꽃을 피우는 정원이 좋은 집.

이 주택이 있는 동네는 골프장 은하삼CC라고 불리는 곳 옆에 조성된 전원주택 단지다. 입구로 들어와 주택 단지로 들어오는 길은 초록색 풀로 덮인 담장이 미로를 연상케 한다. 가장 안쪽으로 들어가면 오늘 만날 지중해풍의 예쁜 정원이 있는 집이 기다리고 있다. 집은 신기하게도 담이나 대문이 따로 없다. 정원으로 들어서는 돌계단의 주위에는 꽃과 풀들이 자라있다. 정원에 들어서기도 전부터 설렘 가득!

용인의 숨어 있는 주택단지

골프장 은하삼CC의 옆에 조성된 이 주택단지. 사람이 많이 없고 조용한 이 동네는 용인 사람들도 잘 모른다고 한다. 여기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승용차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집주인이 처음 이곳에 택시를 타고 오려니까 택시 아저씨도 “용인에 이런 동네가 있었나”하더란다. 요즘은 그때 비해서는 조금 알려졌지만, 여전히 산속 동네처럼 사람들의 발걸음이 뜸하다. 
집주인은 이 집에서 2009년부터 지금까지 7년을 살았다. 2009년에 이사 올 당시에는 고3인 아들 때문에 두 집 살림을 했다고 한다. 이사 오기 전에 살았던 동네에서 아들은 계속 학교에 다녔고 이후 아들이 대학에 입학하면서 제대로 이곳에 정착하게 되었다. 
마당이 좁은 집에 살고 있던 집주인은 답답함을 느껴 정원 있는 집으로 이사를 꿈꾸다 이 집을 찾게 되었다. 이 집을 찾았을 때 머릿속에 있던 바로 그 집이어서 반가웠고 이 동네를 보고 첫눈에 반했다.

주인의 손때가 고스란히 묻은 정원

집주인이 이사하고 먼저 한 일은 정원을 가꾸는 것이었다. 
처음엔 아무것도 없던 마당에 정원의 전체 구상은 조경사의 도움을 받았다. 아무래도 돌을 쌓고 큰 나무를 심는 것은 혼자 하기엔 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돌계단을 만들고, 큰 나무를 심었다. 정원을 가로지르는 징검다리 길도 만들었다. 그렇게 큰 틀을 잡은 후로는 해마다 조금씩 꽃을 심고 죽은 것을 고르면서 가꾸어 나갔다. 
7년 사는 동안 이제는 조경사의 손길보다는 주인의 손때가 묻은 정원이 되었다. 어디 하나 손 안 간 곳이 없다. 풀 뽑는 것도 혼자 했는데, 올해는 시어머니가 풀을 뽑아주어서 잔디가 더 깨끗하다고 자랑이다. 그녀의 시어머니는 풀 뽑기의 달인이라며 함박웃음을 보인다.

(사진설명)
시어머니가 주로 생활하는 안방 옆에 나 있는 베란다. 주차장 쪽 돌계단으로 올라가 가장 먼저 보이는 공간이다. 트여 있는 베란다에는 각종 화분이 놓여 있다. 형형색색의 화분이 옹기종기 귀엽다.

야생화가 만발하는 자연 그대로의 정원

입구 안방 베란다를 지나 현관 쪽으로 들어오면 초록색의 잔디가 햇빛을 반사해 반짝이며 기다리고 있다. 정원에는 거의 야생화 위주로 심었다. 야생화는 한 번 심어 놓으면 다음에 또 스스로 싹을 틔우며 생명력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른 봄이 오면 복수초부터 시작해서 튤립, 할미꽃 등이 너도나도 경쟁하듯 예쁘게 핀다. 집주인은 조금씩 자신만의 테마를 만들어 그에 맞춰 바꿔가면서 꽃을 심기도 한다. 정원에 수선화가 무더기로 필 때가 있는데 그 시기쯤이면 정원 안에서 작은 장관이 펼쳐진다. 
야생화를 심은 정원은 자연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다. 억지로 각 맞춰 꾸며놓은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게 풀이나 나무, 꽃들이 자라도록 했다. 그렇기에 정원에서 사계절을 볼 수 있다. 어디선가 꽃씨가 날아와 모르는 꽃이 피기도 하고, 봄여름 가을 겨울 피는 꽃이 다 다르기 때문에 계절감을 확연히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정원은 사람 손이 너무 타면 처음에 보기에는 예쁘지만 수수한 아름다움이 없기에 어느 정도는 놔두는 것이 좋다는 게 주인의 정원 가꾸기 지론이다. 
정원 안쪽으로 더 들어가면 정원의 경계가 있다. 구분되어 있지만, 기본적으로 집주인의 정원이 아닌 곳이다. 그곳에는 코스모스가 가득 피어 있다. 직접 심은 건가 했더니, 이 코스모스는 주인이 직접 심은 것이 아니라 어디선가 코스모스 씨앗이 날아와 그곳 터에 자리를 잡았다고 한다. 처음에 한두 송이가 피더니 몇 년이 지난 지금은 가을이 되면 분홍색 꽃이 하늘하늘 바람결에 따라 춤추는 코스모스 밭이 되었다. 
부엌 옆으로 낸 데크에는 큰 원목 테이블과 의자가 있다. 이 데크에서 창밖을 바라보면 정면으로 하늘거리는 코스모스가 보인다. 데크는 주인이 주로 생활하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그는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수를 놓는다. 실제로 데크 한구석에는 재봉틀이 어색함 없이 제 자리인 양 자리 잡고 있다. 겨울이 되면 데크 한쪽에 있는 벽난로를 뗀다. 눈이라도 오는 날에는 어떤 관광지의 설경도 부럽지 않을 정도로 장관이 펼쳐진다고 한다.

자연의 소리에 마음이 차분해지는 정원

코스모스가 점령한 곳 옆으로는 평상과 나무 그네가 있다. 느티나무 아래에 있는 나무 그네라. 마치 동화 속 정원에 온 것만 같았다. 쨍한 햇살이 뜨겁게 쏟아졌지만, 느티나무는 햇빛을 막고 평상과 나무 그네 밑으로 그늘을 만들어 주었다. 평상에 앉아 정원의 반대편을 바라보면 하늘과 산과 정원이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서양화 같은 느낌을 준다. 모든 생각을 접고서 눈을 감고 그저 바람을 느끼고 있고만 싶었을 정도로. 고요한 산속 사찰 평상에 앉아있는 것 같았다. 
나무 그네의 옆에는 느티나무뿐만 아니라 산딸나무도 자리하고 있다. 아침이면 산딸나무에 새들이 까맣게 붙어 있다고 한다. 산딸나무 열매를 먹기 위해 새들이 몰려든 것이다. 얼마나 시끄러운지. 조잘조잘 말도 많다. 심지어 아침에 새소리에 잠을 깬 적도 종종 있다고. 따로 알람시계가 필요 없을 것 같다. 모닝콜을 해주는 새들, 새가 지저귀는 소리와 함께 맞이하는 아침. 이것이 바로 시골에서 사는 맛이다.

담도, 대문도 없는 열린 정원

이 집의 정원은 약간 특이하다. 담도 없고 대문도 없다. 심지어 정원의 한가운데서 집 앞의 길로 내려갈 수 있는 돌계단이 있다. 누구나 오갈 수 있을 것 같은 구조를 지니고 있었다. 실제로 인터뷰를 진행하던 중 집 옆을 지나던 어떤 사람이 이 집을 가리키며 갤러리냐고 물어오기도 했다. 오픈되어 있는 정원 덕에 갤러리라고 착각한 것이다. 
보통 정원을 조성할 때 축대를 쌓아서 담을 만드는데, 이 집은 굳이 담을 만들지 않고 나무와 풀들을 심었다. 
물론 다른 집처럼 돌을 쌓아 담을 만들면 정원이 더 커진다. 그런데 돌을 높이 쌓으면 정원은 넓어질지 모르지만, 집 앞의 거리 풍경은 높은 담으로 인해 답답해진다. 그래서 담을 쌓지 않은 정원, 길과 맞닿은 부분은 동네 사람들도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고자 했다. 돌계단 옆에는 구절초가 심어져 있다. 늦가을인 9월에서 11월 사이에 하얀 꽃이 만개한다. 그 시기가 되면 초록색 풀만 있던 돌계단이 정말 예쁘게 단장한다. 구절초 꽃이 하얗게 피면 그것만큼 예쁜 풍경도 없다고 한다. 
우스갯소리로 이 동네에 와서 그 꽃 옆에서 사진을 찍지 않는 사람은 감정이 메말랐다고 말하기도 한다. 조금 있으면 보라색 아이리스가 핀다. 주인이 자주 볼 수 있는 곳은 아니지만, 동네의 경관과 동네 사람들을 위해서 신경을 쓰고 있다. 
정원을 가꾸다 보면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이 보일 때가 있다고 한다. 대부분 집을 보러 오는 사람들인데, 그런 사람들은 실제 살고 있는 사람에게 물어보고 싶은 것이 많아 눈을 마주쳐 궁금한 것을 물어오기도 한다. 그럴 때면 그의 주생활 공간인 데크에 잠시 초대하여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다. 담이 없는 정원에서 생활하며 누리는 소소한 즐거움이다. 
“처음에 동네가 예뻐서 이 동네에 아는 사람 한 명 없이 그냥 와봤는데 누군가 정원구경, 집 구경시켜주고 차라도 한 잔 주면 얼마나 기분이 좋겠어요. 그런 마인드를 가지고 전원주택을 살아야 동네가 좋아진다고 생각해요.”

‘자연스러운’ 정원을 꿈꾸며

그의 큰아들은 유학 중이다. 독일 유학을 준비중인 작은아들은 애초에 대학이 멀어서 서초동에서 따로 살고 있다. 지금은 부부와 시어머니만이 살고 있다. 근처에 마트도 없는 조용한 동네에서 젊은 사람 한 명 없이 사는 것이 어떻게 보면 불편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전원주택에 살면서 불편한 점을 주인에게 물었더니 조금 생각하는 듯하다 “없다. 너무 만족하면서 살고 있다”고 답했다. 
담도 대문도 없는 개방된 정원으로 사람을 부르는 집. 집주인은 10년 후엔 정원을 더 넓히고 싶은 바람을 말한다. 더 심고 가꾸고 싶은 주인의 마음은 끝이 없다. 다만 무조건 ‘자연스럽게’.

 

*취재협조_ 스위트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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